"안타까운 사연에 속아 수천 날려" 후원금 논란에 보배드림 술렁

박민정 2019. 6. 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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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모임 카페까지 개설, 논란 커져

4일 '보배드림 후원금 모금 피해자' 네이버 카페가 개설됐다. 네이버 카페 캡처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이 가짜 사연을 이용한 후원금 모금 사건으로 술렁이고 있다.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한탄하며 경제적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려 수천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한 회원의 글 일부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나와 경찰 수사로 번질 조짐이다. 4일 ‘보배드림 후원금 모금 피해자’ 네이버 카페까지 개설되는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카페 가입 회원은 이날 오후 200명을 넘었다.

보배드림 회원 A씨는 지난달 이 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올려 자신을 재생불량성빈혈 환자라고 밝히며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아내와 함께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자신과 아내 모두 질병이 있어 경제적 활동이 어려운 상태며 조만간 월세 미납으로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고도 했다. A씨는 이어 회원들을 상대로 경제적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A씨는 자신이 첫 글을 올린 직후 한 회원에게서 후원해주겠으니 만나자는 연락을 받아 만났으나, 이 회원이 자신을 조롱했고, 헤어진 이후 쓰레기가 담긴 택배를 집으로 보내 가족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는 주장을 펼쳤다. A씨의 이 글은 SNS에서 ‘쓰레기 택배’로 불리며 퍼졌다. 많은 회원이 A씨에게 쓰레기 택배를 보낸 이를 잡아내자는 목소리를 냈고 A씨에게는 후원이 잇따랐다.

하지만 이 쓰레기 택배 글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문이 커졌다. 일부 회원이 A씨에게 병원 영수증이나 약봉지 등 질병 인증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A씨가 응하지 않으면서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논란이 계속되자 보배드림 운영자는 쓰레기 택배 글이 조작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공지를 남겼다. 운영자는 지난 3일 “글을 확인한 끝에 후원금 부분에서 법적 문제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돼 안내를 드린다”며 “현행법상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면 사용계획서를 작성해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쓰레기 택배를 보내고 집을 방문해 가족을 조롱했다는 글을 작성한 계정의 접속 IP와 피해를 당했다는 계정의 접속 IP가 일치한 기록을 확인했다”며 “현재까지 피해 액수가 크니 더 이상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입금 주의를 요청 드린다”고 당부했다.

보배드림 운영자는 지난 3일 공지글을 올려 A씨에 대한 후원금 입금 주의를 당부했다. 보배드림 캡처.

운영자까지 나서자 A씨는 앞서 자신이 썼던 글을 모두 지우고 3일부터 4일까지 10개 정도의 해명 글을 올렸다. 그는 “질병은 사실이다. 저와 집사람 두 아이가 월세방에 사는 것도 사실이다. 집사람이 우울증과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것도, 월세 미납으로 쫓겨날 위기였던 것도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또 “퇴거 통보일이 5월 30일인데 막막해서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고민 끝에 ‘저에게 관심 좀 가져주세요’하는 심정으로 쓰레기 택배 글을 각색해서 올렸다”고 해명했다. 이어 “월세 해결할 정도만 차용해 주시면 좋겠다는 심정이었는데 의도치 않게 제 계좌가 오픈 돼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다”고 했다.

A씨는 “이번 일로 충격에 빠졌을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며 “제가 지어야 할 변제의 책임은 충실히 이행하겠다. 제게 너무 과한 금액이었고 돈이 아닌 독이었다. 그 독배 제가 마신 것이니 합당한 책임 피하지 않겠다. 다시 한 번 사죄 드리며 용서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후원금이 총 3,800만~3,900만원 정도라고 밝혔지만 보배드림 회원들은 이마저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회원은 “각박한 세상에서 너도 나도 순수한 마음으로 동참했는데 그것이 거짓이란 것을 알게 됐을 때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신념’이라는 것과 ‘정의’라는 개념이 모두 거짓이 돼 버리기에 더욱 허망함을 느끼는 것”이라며 “사람 돈으로 장난치는 것보다 마음으로 장난치면 더욱 큰일나요”라고 허탈함을 표했다. 또 다른 회원은 “거짓말 한 거 하나하나 실토 안 하면 보배는 끝까지 간다”며 “세상에 돈만큼 진심이 담겨 있는 물질이 어디 있나. 보배에서 진심으로 대했으면 님도 진심으로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배드림 운영자는 A씨에게 공지를 남겨 “오늘(4일) 오후 8시까지 현재 남은 금액 전부에 대한 후원금 반환을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후원을 해주신 모든 분들께 사과와 이해를 구하지 못한다면 내일부터 법률 전문가를 통해 단체 소송을 진행하도록 하겠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보배드림 운영자는 4일 A씨에게 공지글을 남겨 이날 오후 8시까지 남은 후원금 전부에 대한 반환을 요청했다. 보배드림 캡처

운영자는 또 “후원해 주신 모든 분들은 회원님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진심된 마음에서 도움을 드렸을 것”이라며 “그렇기에 더 괘씸하고, 어이없어 하시고, 많이 화가 나 있는 상태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도 이번 사건을 단순하게 넘어갈 수 없는 확실한 의지가 있으니 회원님의 현명한 처신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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