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초등생에 퀴어축제 상영' 교사 파면 요구 시위한 학부모단체에 300만원 배상 판결
[경향신문] ㆍ법원 “사실 근거 없는 비난”
ㆍ교사엔 “걱정 빌미 제공해”
초등학교 수업에서 퀴어문화축제 영상을 보여준 교사를 비난하며 파면 요구 시위를 한 보수 학부모단체에 법원이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학교에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해당 교사는 그동안 인신공격에 시달려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강영호 판사는 지난달 29일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전학연)과 이모 대표가 최모 교사에게 손해배상금으로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최 교사는 2017년 7월 영어수업 중 학생들에게 자신이 다녀왔던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보여줬다. 전학연은 그해 8월 성명서에서 “최 교사는 ‘항문성교는 인권이다. 정말 좋다’고 교육했다”며 “동성애를 옹호하고 남성혐오를 가르치는 등 수준 이하의 교사”라고 비난했다.
그해 9월에는 전학연이 서울강동송파교육지원청 앞에서 “우정을 동성애로 인식하게 한 동심 파괴자 최 교사를 파면하라”고 시위했다. 전학연은 최 교사가 근무하는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도 파면 요구 시위를 벌이며 “교육현장은 동성애 교육장이 됐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배포했다. 그달 최 교사는 전학연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법원은 최 교사가 남성을 혐오하거나 동성애를 조장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봤다. 최 교사가 수업에서 보여준 동영상에도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거리를 행진하는 모습만 촬영돼 있었다.
강 판사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을 발표하고 시위하는 것은 심한 정신적 고통을 주는 불법행위”라며 “전학연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강 판사는 “최 교사도 성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초등학생에게 수업과는 무관한 퀴어문화축제 영상을 보여줬다”며 “학부모에게 큰 걱정을 끼쳐 빌미가 된 점도 참작한다”고 덧붙였다.
최 교사는 “교사와 학생 주변의 경험은 교육을 위한 교재가 될 수 있다”며 “교사가 인권을 가르친 것이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판결이 아쉽다. 성소수자도 이성애자처럼 인권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권교육은 초등학생에게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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