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현실..'선별적 아동복지'의 역설
"소득 기준 없애달라"..지역아동센터, 헌법소원
[안명희/제주도 지역아동센터연합회 회장 : 지역아동센터를 다닌다라고 말하면 일단 가난하구나. 또는 엄마나 아빠가 없겠구나. 그래서 뭔가 좀 부족한 아이겠구나…]
[앵커]
학교를 마친 동네 아이들이 부모님이 집에 돌아올 때까지 머물다 가는 지역아동센터. 원래 모든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지난 2009년, 정부가 "취약계층부터 우선 돌보겠다"며 소득에 따라서 이용 자격을 제한하면서 생긴 일입니다. 그 후 10년 만에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이 기준을 폐지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공부방에 다닌다고 차별, 낙인을 받지 않는 자유를 얻고 싶다"
- 이○○ (지역아동센터 학생)
이렇게 다니고 있는 아이는 "가난하다"는 낙인이 찍히고, 정작 필요한 아이는 가난을 증명하지 못해서 도움을 못 받고 있는 현실을 배양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초등학교 6학년 소연이(가명)는 학교가 끝나면 지역아동센터에 옵니다.
마당에서 줄넘기와 농구를 하고 뮤지컬 공연도 보러 갑니다.
[김소연(가명)/지역아동센터 이용 학생 : 공부하고 놀고. 모르는 문제도 바로바로 풀 수 있어서 좋아요.]
하지만 이곳에 학교 친구와 같이 온 적은 없습니다.
[김소연(가명)/지역아동센터 이용 학생 : 제가 여기 다니는 거 알면 친구들이 안 놀아줄까 봐.]
지역아동센터는 동네 아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다닐 수 있는 공부방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09년 이용 자격을 저소득층 아이로 제한했습니다.
취약계층부터 돌보자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가난한 아이들이 다니는 시설이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아이들은 센터에 다닌다는 사실을 친구들에게도 얘기하지 못합니다.
[이규리/헌법소원 참여 학생 : 안 다니는 친구들이 저한테 물어보는 게 거기 약간 불우한 아이들 다니는 데 아니냐…]
돌봄이 필요한데도 가난을 증명하지 못해 센터에 다니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계속 돌보려다 지역아동센터 운영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최성진/지역아동센터 전국연합회 정책위원장 : 소득 기준, 가구 기준, 연령 기준 이런 부분들이 규제가 심해서 지금은 지역아동센터 간판을 내리고…]
올해 들어서는 모든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다함께 돌봄' 센터가 새로 생겼습니다.
이미 생겨버린 차별과 낙인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지역아동센터 학부모들과 아이들은 오늘(5일) 이용아동 선정기준을 폐지해달란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인영 "나경원에 '동생' 취급까지..노력했지만"
- 홍준표 "김정은 핵 포기할 것 같아요?" 유시민 대답은
- 조현병 환자, 갑자기 차 돌려 역주행..예비신부 참변
- 부모 외출한 사이..미리 사둔 흉기로 외할머니 살해
- 운빨(?) '2천억 캐시카우' 여에스더, 대박 비결은?
- [단독] 사의표명 날에 온 '증인신청서'…박정훈 재판도 출석할까
- [핫플민심] 3선 '경제통' vs 현역 '민주당의 입'…한강벨트 '스윙보터' 중·성동을
- "닦아도 금방 또 쌓여요"…최악 미세먼지 뒤 '황사비' 주륵
- 전국 투표소 26곳에 '불법 카메라'…"부정선거 감시하려고"
- '세월호 10주기' 꺼내보는 추억…"엄마 딸로 태어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