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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주택·갤러리·창업공간..빈집 살아난다

고영득·경태영·이상호·박미라·김정훈·권순재 기자 입력 2019.06.0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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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지자체들 ‘재생 프로젝트’

악화되는 도심 공동화 현상에 지자체들 전수조사·활용 대책 맞춤형 개발 공동체 복원 성과

전남 목포시 만호·목원·유달동에 있는 빈집 40채가 올여름 박람회장으로 변신한다. 8월30일부터 9월1일까지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 일대에서 열릴 ‘2019 전남도 혁신박람회’에서 22개 시·군의 홍보부스로 활용될 예정이다.

올해를 ‘빈집 활용 도시재생 프로젝트’ 실행 원년으로 삼고 있는 목포시는 본격적인 프로젝트 시작에 앞서 ‘어르신 한울타리 행복주택’과 ‘빈집 갤러리’ 등 마중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어르신 행복주택은 고독사·치매·우울증 등에 노출된 독거노인 3~4명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사업이고, 빈집 갤러리는 빈집을 갤러리로 꾸며 지역작가들의 전시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인천시는 지난달 말 ‘빈집은행’을 열었다. 빈집을 활용해 지역 청년들의 주거·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빈집은행은 행정안전부의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에 선정되면서 추진됐다.

빈집이 살아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비싼 집값으로 고통받고 있는 한편, 도심 속 빈집들이 장기간 흉물로 방치되는 상황에서 각 지자체들이 현실적 대안을 찾아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 창업공간, 주차장…‘빈집의 변신’

“동네에 빈집이 계속 늘면 치안이나 주변 환경이 취약해지기 마련이고 이런 문제로 발생하는 고충은 남아 있는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합니다. 결국 빈집들로 가장 힘든 사람은 집주인이 아니고 그 마을 주민들입니다.”

인천 빈집은행 대표 겸 미추홀구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 이사인 최환씨(36)는 미추홀구(옛 남구) 용현동 일대 빈집을 활용한 도시농장 사업 아이디어를 낸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씨의 아이디어는 지난해 10월 ‘빈집 정보시스템’으로 1차 연착륙했고, 지난달 인천시 전체로 확대됐다. 인천시는 2017년 지역 청년들이 주도하는 미추홀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조합에서는 빈집을 버섯 등을 가꾸는 농장으로 활용, 청년 일자리와 빈집 문제를 동시에 덜고 있다.

이 같은 ‘빈집 재생’ 사업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면서 도시미관 개선, 주민편익 증진을 넘어 주민의 책임의식과 공동체 강화효과를 불러온 것으로 평가된다.

1990년대 관공서들이 신도심으로 이전하면서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대전 중구는 2015년부터 장기간 방치됐던 폐·공가를 주민공용시설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주택 소유자가 동의하고 환경개선 효과가 큰 곳을 골라 빈집을 철거한 뒤 마을쉼터, 텃밭, 주차장 등을 조성하고 있다. 정비사업이 이뤄진 유천동 주민 홍모씨(70)는 “사람이 거주하는 집보다 쓰레기장 같던 빈집이 더 많았던 때는 낮에도 밖을 돌아다니기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다”면서 “정비 이후 텃밭을 함께 가꾸며 이웃들을 만날 기회도 많아지다 보니 주민들 사이가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빈집 ‘정의 기준’ 각각…지자체들 자체 조사

부산시는 빈집을 활용한 임대주택 사업인 ‘햇살둥지사업’을 확대한다. 빈집을 새 단장해 소유자에게는 임대소득을 얻게 하고 세입자에겐 시세 반값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28채를 공급했고 올해는 41채를 새로 단장할 계획이다. 집 소유자는 최대 1800만원까지 수리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부산시민들은 지난달 시가 진행한 빈집재생활성화 사업 우수 아이디어 공모에서 빈집을 공동작업 공간으로 활용하고, 리모델링해 기업에 반값 기숙사로 제공하거나 빈집을 식물원으로 조성하자는 의견들을 냈다.

경남도는 ‘더불어 나눔주택’ 사업을 시행 중이다. 도가 빈집 등 리모델링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일정기간 신혼부부, 청년, 귀농인, 저소득층에게 주변 시세의 반값으로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충북 청주시는 빈집을 대상으로 주차장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축주와 토지주가 3년간 무상으로 임시 주차장 제공을 동의하면 청주시가 빈집을 철거하고 임시 공용주차장으로 조성하는 방식이다.

■ 지자체는 빈집 실태조사 중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가장 최근 자료로 2017년 11월 기준 전국의 빈집은 126만4707채다. 이는 전국의 주택 1712만2573채의 7.4%에 해당한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있는 빈집만 전국의 27.3%인 34만5813채에 달한다. 그러나 이 통계는 미분양이나 일시적인 빈집까지 포함된 수치로, 빈집 활용을 위해선 새로운 기준과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

지난해 2월 시행된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은 빈집을 ‘시장·구청장이 거주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로부터 1년 이상 거주·사용하지 않는 주택’으로 정의한다. 조사기관마다 조사 방식이나 빈집을 정의하는 기준이 다르다. 통계청은 조사 시점에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을, 한국감정원은 1년간 전기 및 상수도 사용량이 없거나 기준 이하인 집을 빈집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빈집 방치로 인한 각종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자체 조사에 착수하고 있다.

경기귀농귀촌지원센터는 지난 3일 경기도 내 9개 시·군에 있는 빈집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지난해엔 6개 시·군에 있는 빈집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예비 귀농인들을 돕고 있다. 경기 성남시는 빈집을 공부방이나 쉼터, 주차장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달 말까지 빈집 실태조사를 벌인다. 성남시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건축물의 위험 정도를 A~D 4개 등급으로 나눠 정비할 계획이다. 성남시는 향후 단독주택 외에 공동주택 빈집에 대해서도 실태조사를 벌여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주로 구도심 지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재개발 사업이 지연되면서 빈집이 늘고 있다”며 “이들 빈집은 붕괴, 화재 위험은 물론이고 청소년 탈선 장소가 되고 있어 정비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제주도는 지난 4월 한국국토정보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오는 10월까지 1년 이상 방치된 빈집 실태조사를 벌인다. 빈집 위치, 현황과 같은 기초조사와 함께 소유자의 의견을 묻는 현장조사, 빈집의 노후·불량상태 조사를 통해 등급을 산정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빈집 정비계획 수립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대구시는 내년쯤 빈집 조사를 할 예정으로 8개 구·군과 함께 구체적인 조사 계획을 협의하고 있다.

서울시도 지난해 11월부터 빈집 실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자치구별로 빈집 정비 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현재 25개 자치구 중 성북구와 동대문구만 조사가 마무리됐다. 시는 올해부터 빈집을 매입해 청년·신혼부부 주택, 주민 커뮤니티 시설 등으로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서울연구원은 지난달 ‘서울시 빈집의 실태와 관리방안’ 보고서에서 빈집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빈집 정보를 제공하는 ‘서울형 빈집뱅크’ 설립을 제안했다. 장남종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빈집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빈집 밀집 지역은 중점 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우선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영득·경태영·이상호·박미라·김정훈·권순재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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