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달 '대마도 상륙작전'..헤엄쳐 갔나, '밀항' 했나

김기범 기자 holjjak@ kyunghyang.com 2019. 6.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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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일본, 2012년 공식 ‘멸종’ 선언
ㆍ최근 4마리 서식 가능성 제기…갔다면 ‘일가족 이민’일 수도
ㆍ연내 일본과 공동조사 추진, 국내 개체 유전자 조사 필요

바다에서 장거리를 수영하지 못한다는 수달들은 어떻게 대한해협에서 50㎞ 정도 되는 거리인 대마도(對馬島·쓰시마섬)까지 건너간 것일까. 한국의 멸종위기 포유류인 수달의 흔적이 바닷길 건너 대마도에서 잇따라 발견되면서 수달들의 ‘이사 미스터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일본 환경성은 나가사키현 쓰시마시에서 지난해 실시한 수달 서식조사 결과 지금까지 파악된 3마리 이외에 새로 암컷 1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쓰시마 내에 모두 4마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나가사키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환경성은 지난해 12월 초 1주일 동안 쓰시마의 해안선과 하천 등 약 110㎞에 달하는 구간을 조사한 결과 남부 이즈하라마치 히사카즈 지구의 해안에서 물고기의 잔해가 포함된 수달 배설물 하나를 발견했다. 이 배설물에 포함된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환경성은 이곳에 이미 터를 잡은 수달 암컷과 다른 또 다른 암컷임을 확인했다.

기존에 수달이 확인된 지역과 새로 배설물이 발견된 히사카즈 지구는 직선거리로 60㎞ 정도 떨어져 있다. 유전자를 분석한 지쿠시죠가쿠엔대학 연구진은 이들 수달의 유전자가 모두 한국에 사는 유라시아수달과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 내 전문가들은 이 수달들이 한국으로부터 표류해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본에서 수달은 멸종 생물이다. 1979년 고치현에서 마지막으로 야생 상태로 목격된 뒤 자취를 감췄다. 일본 환경성은 2012년 공식적으로 수달이 일본 내에서 멸종했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다 2017년 우연한 계기로 쓰시마에서 수달들이 발견됐다. 일본에서는 쓰시마와 오키나와 이리오모테섬에서만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인 삵을 연구하려 설치된 무인카메라에 수달이 찍힌 것이다. 쓰시마에서는 2017년 북부 가미아가타마치 사고 지구 등에서 암컷 1마리가 포함된 수달 2~3마리가 서식하고 있음이 확인된 바 있다.

수달은 전 세계 13종이 있는데, 한국의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은 유라시아수달이다. 북아프리카와 아시아, 유럽 지역에 사는 종이다. 매우 활달한 동물이라 활동영역이 하천 주변에서 10㎞ 안팎에 이를 정도로 넓고, 이 때문에 실제보다 개체수가 더 많아 보이는 착시효과를 일으킬 정도다. 한국의 주요 하천에서는 길게 뻗어 있는 강변 곳곳에서 수달의 모습이나 배설물, 발자국 등이 확인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해당 하천에 서식하는 수달의 개체수는 몇 마리 안될 가능성이 높다.

2017년 10월1일 일본 쓰시마에서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수달의 모습(왼쪽 사진)과 2018년 1월12일 쓰시마에서 발견된 수달의 배설물. NPO법인 쓰시마 삵을 지키는 모임 홈페이지

하지만 이런 수달들에게도 ‘바다 수영’은 무리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강원 화천 한국수달연구센터 한성용 소장은 “수달이 대한해협에서 50㎞ 정도 되는 거리를 헤엄쳐 건너려 했다면 99.9% 살지 못했을 것”이라며 “더욱이 해류가 쓰시마 방향과 반대로 흐르기 때문에 수영으로 건넜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설명했다. 차가운 바닷물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저체온증으로 죽을 가능성도 크다.

일본 내에선 태풍 등으로 인해 강에 있던 수달이 나무 등을 타고 바다를 건너왔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내놓는다.

이 역시 가능성이 희박하기는 마찬가지다. 쓰시마에서 확인된 수달이 한두 마리가 아니라 3~4마리에 달하는 상황에서 한국 하천에 살던 이들 수달이 모두 우연히 표류하다 쓰시마에 갔을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특히 수달은 보통 가족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들 수달이 한국에서 건너간 것이라면 일가족이 한꺼번에 바다를 건넌 것일 수도 있다. 한 소장은 “상상에 가까운 추측이긴 하지만 여러 암컷과 수컷이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부산이나 거제 등에 정박한 배에 탔다가 대마도로 건너간 것이 아닐까 싶다”며 “올해 일본 연구진과 함께 대마도 현장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 건너간 개체가 맞는지 확인하려면 국내 수달의 유전자 분석도 더욱 정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기범 기자 holjjak@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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