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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 넘어 영토·외교로 전선 넓히는 美..최고 압박카드 꺼냈다

최수문 기자 입력 2019.06.07. 17:54 수정 2019.06.07.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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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방부, 대만 '국가'로 분류]
中, 포드 등 잇단 보복조치에
美 "전면전 아니면 타협하라"
더 큰 보복 나서겠단 의미인듯
지정학적 균형정책 노선 바꿨지만
무역협상 타결 따라 변화 가능성
지난 1월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백악관에서 브리핑 하는 뒤쪽 지도에 대만이 중국과 다른 색깔로 표기돼 있다. 무역전쟁에 나선 미국은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블룸버그
[서울경제] 6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가 대만을 중국과 다른 ‘국가’로 인정한 보고서를 공개하고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중국에 양자택일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전면전을 벌이든지 아니면 양보하고 타협하라는 것이다. 최근 포드·보잉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잇따른 보복과 관련해 미국은 더 큰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이미 미국은 지난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줄곧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중국에서의 ‘독립’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대만 문제를 다뤄왔다. 차이 총통이 올 3월 하와이를 방문해 미국 현역 장성과 첫 만남을 가지는 것을 허용했으며 최신형 무기 판매도 늘려왔다. 이들은 모두 중국에서 극렬하게 반발하는 것이다. 시 주석은 올해 초 “대만이 독립을 추구할 경우 무력 사용도 불사한다”는 초강경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미국이 대만의 ‘독립’이나 ‘국가’ 인정에 대해 그동안 꺼려온 것은 평화를 통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균형이 현상유지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미국은 1979년 1월 중국과 수교하면서 그해 4월 ‘대만관계법’도 제정했다. 중국과의 수교는 ‘하나의 중국(一個中國·One-China)’에 대한 중국 측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그렇지 않으면 수교가 불가하다는 당시 덩샤오핑의 요구 때문이었다. 미국으로서는 성장하는 중국을 포용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대신 미국은 중국의 위협 아래에 놓인 대만을 군사적·정치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국내법인 대만관계법을 제정했다. 중국이 반발했지만 미국은 국내 문제라는 식으로 넘어갔다. 즉 중국의 주장을 받아들이되 대만도 인정하는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중국의 통일 시도를 막고 거꾸로 대만의 독립도 저지한 것이다.

미국의 이런 현상유지 정책은 그러나 중국이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바뀌어 갔다. 미국식 현상유지는 중국도 받아들일 경우에만 가능한 것인데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상황이 되자 미국도 중국·대만 관계의 변화를 모색하게 된 것이다.

이는 트럼프 정부 들어 확연해졌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이 경제뿐 아니라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미국의 ‘적국’이 되고 있다고 인식한 트럼프로서는 오히려 대만을 중국이라는 파도를 막는 미국의 방파제로 생각한 것이다. 최근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만에 대한 지원을 무한정 확대하는 이유다.

이번에 공개된 ‘2019년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 도입부에서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은 “중국 공산당은 ‘억압적인 세계 질서 비전의 설계자’”라고 칭하면서 “공산당이 이끄는 중화인민공화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지역을 재편성하려 하며 군사 현대화와 영향력 행사, 약탈적 경제 등을 동원해 다른 나라에 강요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물론 미국 국방부 보고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인정했다고 해서 당장 대만의 독립을 미국이 허용한다는 의미는 아닌 듯하다. 그동안에도 미국은 대만을 사실상의 국가로 인정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해왔으나 이를 과시하지는 않았다. 1월 백악관에서 진행된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기자 브리핑 때 뒤쪽에 있던 지도에 중국과 대만을 별개의 국가로 색칠하는 식으로 은연중 나타내왔을 뿐이다.

대만의 독립 문제가 중국과 미국의 쟁점 사항인데다 무역전쟁과 연계돼 불거지고 있다는 점에서 무역협상 타결에 따라 변화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프랑스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7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3,000억달러 규모의 대중 관세를 새롭게 부과하는 시기에 대한 질문에 “아마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 2주 안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8∼29일 오사카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만날 것”이라며 “어느 쪽이든 G20 이후에는 그런 결정을 할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시 주석과의 이달 말 담판이 미중 무역전쟁의 운명뿐 아니라 대만 문제의 운명도 좌우할 수 있음을 이날 함께 환기시킨 셈이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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