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권 못 나온 이유는?.. "김구 초상 쓰는 것에 반대 있었기 때문"

권승준 기자 2019. 6. 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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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독도 지도 논란 커질 우려도
10년 전 정부가 10만원권 도입 계획을 포기하자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인터넷에 올린 10만원권 가상 도안. 앞면엔 백범 김구, 뒷면엔 독도 사진을 넣었다. /조선일보 DB

"10만원권이 안 나온 이유는 독도 때문입니다."

서울 중구의 화폐박물관에 가면 우리나라 지폐 역사에 관한 설명을 해주는 안내 직원이 이런 말을 한다. 그 말대로다. 2008년 정부는 5만원권과 함께 10만원권을 도입할 계획이었다. 국민 공모를 거쳐 5만원권에는 신사임당, 10만원권에는 김구 초상을 넣기로 결정했는데 문제는 뒷면에서 터졌다. 10만원권 뒷면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넣기로 했는데 이 지도 원본에 독도가 그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원본에도 없는 독도를 넣는 것은 오히려 진위(眞僞) 논란으로 외교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과 “국민 정서나 10만원권의 상징성 등을 감안해 독도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결국 정부는 10만원권 발행을 포기했다.

하지만 당시 문제는 독도만이 아니었다. 일부 보수 단체가 김구 선생 초상을 최고액권에 쓰는 걸 반대하고 나섰다.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이 대안으로 나오면서 이념 다툼으로 비화할 조짐이 보이자 결국 청와대에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 결정에 참여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독도 문제보다 오히려 김구 초상 문제가 더 민감하게 논의됐다”며 “나라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최고액권에 나오는 인물이라 좌우 양쪽 진영 모두에서 합의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는데 김구 선생마저 안 된다면 10만원권에 나올 수 있는 인물이 전무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예기치 않게 최고액권에 등장하는 인물이 된 신사임당 역시 순탄한 운명은 아니었다. 10만원권이 최고액권으로 계획된 상태에서 5만원권에는 여성 위인을 넣기로 결정하고 공모를 한 결과, 신사임당이 선정됐다. 이를 두고 여성계 일각에선 “신사임당이 가부장제에 순응한 인물이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게다가 10만원권 발행이 백지화되면서 예기치 않게 5만원권이 최고액권이 되자 ‘한 나라의 경제를 대표하는 최고액권에 여성이 등장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여론마저 일었다. 하지만 고액권 발행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정권의 인식과 더불어, 이미 신사임당을 확정하고 도안을 만드는 등 준비가 진척된 상태였기 때문에 정부에선 5만원권 발행을 그대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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