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文정부의 어설픈 실업계高 정책에.. 취업률 54%→35%

김연주 기자 2019. 6. 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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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안전사고 막는다며 현장실습 확 줄이고 시기도 늦추자 취업 안 돼
학생들은 쫓기듯 대학 진학해도 전공 맞추기 어려워 자퇴 등 방황

"이렇게 취업시키기 어려운 건, 35년간 상고(商高)에 근무하면서 처음이네요."

경기도의 특성화고 A 교장은 올 2월 졸업생들의 취업률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작년 졸업생 취업률이 64%였는데, 올해는 32%로 반 토막 났다. 취업 못 한 아이들이 할 수 없이 전문대에 많이 가서 이 학교 대학 진학률은 갑자기 1년 만에 45%로 10%포인트 넘게 올라갔다.

A 교장은 "아이들 보내준 중학교에서 우리보고 '취업 잘 시켜준다고 하더니, 거짓말쟁이, 사기꾼'이라고 하더라"면서 "걔네 입학 땐 취업이 참 잘됐는데…. 우리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했다. 취업률이 뚝 떨어졌다는 소문이 나자, 올 초 신입생 모집에서 1991년 개교 이래 처음으로 미달 사태가 났다.

◇2년 만에 추락한 취업률

최근 학교 정보공시 사이트 '학교알리미'를 통해 올해 직업계고(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처음 공개됐다. 교육부는 2017년 기업에서 현장 실습하던 특성화고 학생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사고가 나자, 작년부터 취업률을 아예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학교들이 자체적으로 올린 취업률이 공개된 것이다.

이에 따르면 2010년 이래 꾸준히 상승했던 직업계고 취업률은 2017년 53.6%에서 2018년 44.9%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34.8%로 2년 만에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취업이 설립 목적인 학교의 졸업생들이 10명 중 3명만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특성화고 학생들 “우리 일할 수 있을까요” - 지난 5일 부산 해운대구 부산기계공고 체육관에서 열린 ‘해운대 하이잡(High Job) 페스티벌’에 부산 해운대구 4개 특성화고 3학년 학생과 졸업생 500여명이 몰렸다. 특성화고를 포함한 직업계고 취업률은 2019년에는 34.8%로 2년 만에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김동환 기자

학교들은 취업률 추락 원인이 경기 불황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그리고 교육부가 지난해 갑자기 도입한 '학습 중심 현장 실습 제도'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어설프게 만들어진 '직업계고 실습 정책'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교육부는 2017년 11월 제주도 등에서 현장 실습 사고가 나자 작년 고3 학생부터 갑자기 현장 실습 시기를 여름방학 이후에서 겨울방학 이후로 미루고, 실습 기간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였다. 일부 '선도 기업'에서만 일찍 실습을 할 수 있게 했는데, 선도 기업이 되려면 20개가 넘는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해서 나서는 기업이 거의 없었다. 서울의 한 공고 교장은 "갑자기 학생들이 실습할 기업이 줄어들었고, 실습 기간도 짧아지니 자연스럽게 졸업생 취업률도 떨어졌다"고 했다. 교육부 조사 결과, 특성화고 현장 실습 참여 기업은 2016년 3만1060개에서 2017년 1만9709개, 2019년 1만2266개로 크게 줄었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졸업 전 현장에서 실습하며 훈련을 받고 해당 기업에 취업했는데, 어설픈 정부 정책이 이 선순환 연결 고리를 끊어놓은 것이다.

조용 경기기계공고 교장은 "현장 실습 사고를 막으려면 안전장치를 확실하게 마련하면 되는데 현장 실습을 하기 어렵게 만들어버린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했다. 또 다른 특성화고 교장은 "취업해야 하는 특성화고 학생들한테 현장 실습을 못 나가게 한 것은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났다고 빌딩 못 짓게 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했다.

◇교육부의 어설픈 '현장 실습 대책' 때문



교육부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취업이 어려워졌다고 불만을 터트리자 지난 1월 현장 실습 규제를 완화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작년 11월 직업계고 학생들과 만나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고 시행했는데 실제는 피해를 가져다줬다.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실험 삼아 내놓은 정책이었을지 모르지만, 학생들은 인생이 달린 문제였다. B군은 지난 2월 관광특성화고를 졸업한 뒤 지금까지 아르바이트하며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했다. 관광 서비스 쪽 취업이 어려워 공업 부품 회사로 눈을 돌렸는데도 올해 상반기 원서 낸 5곳에서 모두 떨어졌다. B군은 "나도 속상하지만 부모님이 많이 불안해하신다"고 했다.

취업이 안 되자 갑자기 진로를 바꿔 대학에 간 학생들도 후회가 컸다. 지난 2월 경기 지역 상고를 졸업한 C군은 3학년 때 현장 실습이 어려워지자 갑자기 대학 진학으로 진로를 바꿨다. 그는 "고교 생활 내내 취업만 생각하고 자격증 땄는데, 준비 없이 대학에 갔더니 수업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한 달 만에 자퇴하고 지금 다시 취업 준비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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