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은 왜 다시 '유치원 3법'을 들고 나섰나

송진식 기자 2019. 6. 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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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0일 국회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치원 3법’ 문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치원 3법은 지난해 10월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를 계기로 유치원 공공성 강화와 회계 투명성을 목표로 박 의원 등이 발의한 ‘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뜻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유치원 3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립유치원 비리가 전국민의 관심을 끌었을 당시 유치원 3법은 곧바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처럼 보였다. 신속한 법안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마련한 ‘패스트트랙’ 제도의 제1호 법안이 유치원 3법이기도 했다. 국민들도 의심치 않았다. ‘국가의 미래’라는 아이들을 위한 법안인데, 아무리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해도 이런 법안을 놔둘리 없다고. 당시 법안은 연내(2018년) 통과가 유력해보였다.

이후 8개월이 흘렀다. 유치원 3법이 어찌됐을까. 박 의원이 기자회견을 연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박 의원은 “현재 유치원 3법은 여야 합의를 위해 만든 수정안에서 회계 부정시 처벌규정이 낮아졌고, 사립학교법의 경우 시행 전 1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등 처음 원안보다 약화됐다”며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이 논의를 거부하는 탓에 상임위에서 제대로 법안을 다뤄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정리해보면 이렇다. 법안 발의 당시 전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유치원 3법이 국회 통과는커녕 입법 단계의 맨 첫 관문인 상임위(국회 교육위) 내 논의 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 현실에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 4월 이정숙 서울시교육청 주무관(왼쪽)이 김철 한유총 사무국장에게 한유총 법인 설립허가 취소 통보서를 전달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유치원 3법이 통과되지 못하자 사립유치원장 167명은 지난달 24일 유은혜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제53조의 3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냈다. 교육부는 해당 규칙을 고쳐 올해부터 원행 200명 이상 유치원에 국가회계관리시스템(에듀파인)을 의무도입하도록 했는데, 이것이 무효라는 것이다.

원장들이 낸 소장을 보면 ‘상위법인 유치원 3법이 통과되지 못한 상태에서 하위 규정을 정부가 임의적으로 개정해 에듀파인을 강제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주장이 등장한다. 유사한 사유를 들어 유치원장들은 위헌 소송도 제기했다. 정부가 소송에서 지면 사립유치원에 대한 에듀파인 적용은 곧장 효력을 상실한다.

유치원 3법은 오는 25일이면 교육위를 떠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로 넘어간다. 담당 상임위에서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효력도 약화된 법안이 법사위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리없다. 박 의원이 “남은 2주 동안이라도 교육위에서 법안 관련 논의를 해보자”며 호소하고 있는 이유다. 법사위로 간다고해도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국회 정상화를 거부하고 있어 유치원 3법이 또 몇달을 계류할지도 모른다.

7일 정부의 국공립 유치원 위탁경영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유치원 3법 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사립유치원 사태 당시 꺼내든 해법들이 잇달아 마찰을 빚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법인 승인을 취소했지만 한유총은 해당 결정에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길고 긴 법정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7일 법원이 가처분을 낸 대표자의 자격 문제를 들어 일단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긴 했지만 한유총 입장에서 방법이 없는건 아니다. 대표자의 자격을 갖춘 다른 이사 명의로 가처분 신청을 내면 된다. 가처분 신청이 끝내 기각되도 한유총은 시교육청의 결정에 대한 본안 소송(행정소송)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국·공립 유치원 확대 방안 중 하나로 꺼낸 ‘국·공립 유치원의 민간 위탁’ 문제도 국·공립 유치원 교사를 지망하는 학생들과 교원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들은 민간 위탁 시 국·공립유치원 운영의 질적 저하 및 기존 사립유치원 교사의 신분 전환 문제 등을 우려하고 있다. 급기야 관련 법안을 발의했던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러 우려를 감안해 필요한 부분은 법안을 보완하겠다”고 사과까지 했다. 교육부도 “민간 위탁은 공신력 있는 대학 부설 기관이나 학부모 중심의 협동조합 등 투명성이 보장되는 단체가 맡게될 것”이라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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