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조장 5천만원·반장 8천만원..돈으로 사는 항운노조 감투

입력 2019.06.1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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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가입에만 3천만∼5천만원..폐쇄적 구조가 비리 불러
외부 감시 없이 항만 유착 구조 구축도..구조적 비리로 진화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노조 가입만 하면 취업이 보장되는 부산항운노조의 특수한 성격과 폐쇄적인 구조가 고질적인 채용 비리와 함께 백화점식 비리의 원천인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1947년 설립된 부산항운노조는 일반적인 노조와 다른 특이한 형태다.

부산항운노조는 취업하면 노조원이 되는 '클로즈드 숍'(closed shop)이 아닌 노조 가입만 하면 항만 업체에 취업할 수 있는 '프리 엔트리 클로즈드 숍'(pre-entry closed shop)이다.

취업하려면 노조 가입이 우선이다.

하지만 가입절차가 부실하고 객관적인 승진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아 취업, 승진 시 금품 제공 유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부산항운노조를 수사한 검찰 판단이다.

부산항운노조 사무실 [부산항운노조 제공=연합뉴스]

◇ 노조 가입은 3천만원, 조장 승진은 5천만원, 반장 승진은 8천만원

과거 조합 가입에 1천만∼2천만원에 필요했지만 최근 몇 년간 인기 있는 지부 가입에는 3천만∼5천만원의 뒷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가입이 되더라도 끝이 아니다.

조장 승진에 5천만원 정도, 반장 승진에는 7천만∼8천만원을 상납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원의 전언이다.

20∼30명의 조합원을 관리하는 반장은 일은 적으면서 연봉 7천만∼8천만원을 받아 항운노조에서 꿈의 보직으로 통한다.

구속기소된 전 위원장 이모(70)씨 혐의는 항운노조 취업과 승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씨는 2009년 위원장에 당선된 지 1년여 만에 채용 비리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뒤 교도소에서도 동료 수형자의 아들을 항운노조에 취업시켜주겠다며 1천만원을 받았다.

이씨는 출소 후 일선에서 물러나 지도위원을 맡으며 각종 승진이나 정년 연장 대가로 한 번에 수천만원씩 4억여원이 넘는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지부장 임명과 정년 연장 대가로 반장으로부터 7천520만원 상당 고급차 대금을 대납받고 부산유도협회장 제자를 반장으로 승진시켜주며 1천만원을 받기도 했다.

이씨는 현직에서 물러났음에도 노조 간부를 통해 취업, 승진을 청탁해 대부분 성공시켰다.

부산 북항 전경 [부산항만공사 제공]

◇ 은밀하고 구조적으로 진화하는 항운노조 비리

직전 위원장인 김상식(53) 씨 혐의는 전통적인 채용 비리에서 더 은밀해지고 구조적으로 진화하는 항운노조 비리를 보여준다는 것이 검찰의 분석이다.

김씨는 노사교섭 시 사측 입장을 반영해주는 대가로 조합원 348명의 연금보험을 아내 명의로 가입도록 해 수당 4천98만원을 챙기고, 터미널운영사로부터 정리해고와 임금협상 협조 명분으로 1천500만원을 받았다.

가장 새로운 형태의 비리는 김씨가 주도한 부산신항 불법 전환배치다.

검찰은 2012년 이후 부산항운노조 지도부가 노조 간부 친인척 등 외부인 105명을 조합원인 것처럼 속여 신항 물류 업체에 불법 취업시킨 사실을 밝혀냈다.

기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전환배치는 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물류 업체는 숙련된 항운노조원을 채용하는 일종의 특별채용이다.

하지만 항운노조는 이 특채 기회를 알리지 않고 소수의 노조 간부에게만 추천권을 줘 기존 조합원을 기만하고 물류 업체의 정상적인 채용업무를 방해한 셈이었다.

물류 업체는 그동안 항운노조원 경력자인 줄 알고 채용한 외부인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항 삼각 커넥션 [부산지검 제공]

◇ 밀어주고 당겨주는 항만 삼각 커넥션

부산항운노조는 2014∼2015년 파견법에 따라 임시 조합원을 물류 업체에 일용직으로 공급하는 것이 힘들어지자 인력공급업체 Y사에 일용직 항운노조원 노무관리를 일임시켰다.

Y사는 터미널운영사에 노조원을 독점 공급하며 일용직 관리 수수료를 받는 등 설립 2년 만에 연간 200억원의 매출을 거두는 회사로 급성장했다.

Y사 대표는 터미널운영사에 일용직 항운노조원을 공급하는 독점권을 유지하는 대가로 터미널운영사 대표들에게 7억원을 뇌물로 줬다.

항운노조 전 위원장 김씨는 퇴직한 터미널운영사 대표들을 사실상 자회사나 다름없는 Y사 법인 대표나 관리자로 등재한 뒤 2017년 12월부터 14개월간 1억2천여만원의 급여를 이들에게 지급했다.

또 자신의 아내에게 조합원 연금보험을 단체로 가입하도록 도움을 준 황모(57·구속기소)씨가 2014년 항운노조원 인력관리회사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감사를 받을 위기에 처하자 인력관리회사를 협박해 감사를 무마시켜 주기도 했다.

이렇게 부산항의 세 축인 항운노조, 터미널운영사, 인력공급회사가 유착돼 공생 구조를 구축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4개월간 부산항운노조를 수사한 부산지검은 10일 브리핑에서 "부산항운노조는 외부 접근이 쉽지 않은 특성이 있다"며 "2005년 검찰 수사에서는 채용, 승진, 리베이트 등 내부 비리가 다수였다면 이번 수사는 베일에 싸인 항만의 인력공급 문제점을 적발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다"고 말했다.

win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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