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 별세..영원한 동지 DJ 곁으로

유병훈 기자 입력 2019. 6. 10. 23:52 수정 2019. 6. 1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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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마흔 나이에 2살 연하 金 전 대통령과 결혼
李여사, 47년간 '그림자 내조'...옥바라지, 망명, 가택연금 고초 겪어
김 전 대통령 死後에도 현 여권에 정치적 영향력 발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97) 여사<<strong>사진>가 10일 밤 별세했다.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는 "이 여사께서 10일 오후 11시37분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소천하셨다"고 알렸다. 이 여사는 입·퇴원을 반복하다 올해 3월 들어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이 여사는 일제 강점기 때 이화여고와 이화여전을 졸업하고 여성 운동을 한 신여성이었다. 김 전 대통령과 결혼한 뒤 47년간 옥바라지와 망명, 가택연금 등 정치적 고초를 함께 겪은 김 전 대통령의 평생 동지이자 정치적 조언자였다.

1922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 여사는 해방 후 서울대 사범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램버드대와 스카릿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귀국 후 YWCA에서 활동하며 여성운동에 투신했다. 1962년 마흔의 나이에 2살 연하의 김 전 대통령을 만나 주변의 만류에도 결혼했다.김 전 대통령에겐 사별한 전(前) 부인과의 사이에서 홍일·홍업 형제가 있었다. 이 여사는 결혼 이듬해 홍걸씨를 낳았다.

전도양양한 야당 정치인의 아내로서 삶은 순탄치 않았다. 결혼한 지 9일 만에 김 전 대통령이 반(反)혁명에 관계되었다는 이유로 당국에 연행됐다.유신 시절 남편의 옥바라지를 하는 등 가장 가까운 정치 조언자로서 영욕을 함께 했다.김 전 대통령은 1971년 대선 후 치러진 총선에서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치게 된 데 이어, 일본에서 반(反)유신 투쟁 중이던 1973년에는 '김대중 납치 사건'을 겪기도 했다. 1976년에는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에 연루돼 5년형을 구형 받고 옥살이를 했고, 1980년 5월에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1982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미국으로 망명했으나, 1985년 귀국해 가택연금을 당했다. 이 여사는 이 모든 일을 감내하며 김 전 대통령 곁을 지켰다.

2009년 6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 등 참석자들이 당시 특별수행원이었던 연세대 문정인 교수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주완중 기자

1997년 김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역대 어느 영부인보다 영향력이 강한 영부인이었다. 이 여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맘 편히 국정 운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국가 지도자의 부인도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 재임 중에도 여성 지위 향상 문제에 관심을 쏟았다.

김 전 대통령은 2009년 8월 18일 세상을 떠났다.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그해 7월 13일 입원한 이래 줄곧 병원을 떠나지 않았다. 매일 새벽 동교동 자택에 들러 단장한 후 병원으로 돌아와 남편을 지키며 하루 수십~수백명의 문병객을 맞이했고, 투병일지를 꼼꼼히 기록했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의 혈압이 떨어져 추위를 많이 탈 것"이란 의료진의 말을 듣고 털실로 벙어리장갑과 양말을 떠서 끼워줬다고도 한다.

김 전 대통령 사후(死後) 2011년 김정일 사망 당시 조문을 위해 방북하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사망 당시 북측의 조문단 파견에 대한 답방 차원이었다. 이후에도 현 여권 진영의 주요 정치인들은 중요 정치적 국면마다 이 여사를 찾았다.

하지만 이 여사는 입퇴원을 반복하다 올해 3월 들어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위태로운 상황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이 별세했을 때도 주변에선 병세를 고려해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기독교 신자인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숨을 거두기 직전, "하나님, 마지막으로 이 사람을 한 번만 더 저희에게 보내주세요"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그런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하늘로 떠난지 3584일째되는 날 영원한 동지 곁으로 떠났다.

지난 2017년 1월 1일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이희호 여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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