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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상인이 "생선 사세요".. 여기 노량진 맞아요

이해인 기자 입력 2019.06.11. 03:07 수정 2019.06.11. 08:17
'재래시장 지형도' 바꾸는 외국인들
"줄돔은 1㎏에 4만원이고요. 능성어는 오늘 좀 비싸요. 킬로당 2만원 넘어요." 지난 6일 오전 5시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은 새벽부터 장 보러 온 손님과 상인 간에 흥정이 한창이었다. 능성어, 줄돔을 한국어로 유창하게 설명하는 상인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온 이자크(가명·26)다. 근처 가게에서 일하는 암자(25)도 같은 나라에서 왔다. 암자는 지나는 손님들을 향해 "이거(생선) 다 살았어~ 해삼하고 전복 둘 다 킬로에 만원~"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이자크는 2년 전 대학 진학을 위해 한국에 왔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생업에 뛰어들었다. 장을 보던 주부 박춘희(58)씨는 "요즘 노량진 새벽 시장에서 일하는 흑인을 자주 본다"며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아프리카인 직원이 손님을 응대하고 있다. 현재 이 시장에서 일하는 아프리카인은 20여명에 이른다. /고운호 기자
우리나라 전통시장의 지형도를 외국인이 바꾸고 있다. 외국인은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상인으로 일하거나 매상을 올려주는 큰손으로 주목받고 있다. 1980~1990년대 산업 구조가 바뀌며 위기를 겪었던 전통시장이 외국인 거주자와 관광객이 늘어나며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에 코트디부아르인들이 등장한 건 3년 전쯤이다. 지금은 이곳에서 일하는 흑인이 20명이 넘는다. 장정열 노량진 고급상인회장은 "코트디부아르 내전을 피해 한국에 들어온 한 난민이 시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고 이후 알음알음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부분 전쟁을 피해 한국에 와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거나 취업 비자를 받고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체류자도 일부 있다고 한다. 상인들이 이들을 고용하는 것은 인력난 때문이다. 한국인과 일하다 3개월 전 코트디부아르인을 고용한 가게 주인 김모(65)씨는 "한국인과 외국인의 인건비는 비슷하지만 시장에서 일하겠다는 한국인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수산시장에서 일하던 중국인이나 동남아인마저 '힘들고 냄새 난다'며 시장을 떠났다. 코트디부아르인과 함께 일하는 상인 채형(36)씨는 "생선 나르는 일부터 판매하는 일까지 아프리카인들이 도와주고 있다"며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도 열심히 일하고 꾀도 부리지 않아 상인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한국인 발길이 뜸해진 전통시장의 매출을 올려주는 것도 외국인이다. 300m 거리에 점포 100여 곳이 몰려 있는 관악구 신사시장이 대표적이다. 신사동 인구 2만3104명 중 중국인 거주자는 5324명이지만, 실제 거주자는 7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이 가깝고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임영업(62) 상인회장은 "시장 매출에서 중국인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에 달한다"고 말했다.

중국인 손님이 늘자 시장 품목도 바뀌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먹지 않는 잉어, 향어, 붕어 같은 민물고기가 매대 앞자리를 차지한다. 오리 머리, 오리 발도 쌓여 있다. 한 상인은 "신사시장에서는 취나물보다 고수가, 고등어보다 잉어가 많이 팔린다"며 "중국 손님 없으면 운영을 못 할 정도"라고 말했다. 중국 동포가 차린 가게도 최근 10곳이나 생겼다. 지난달 채소 가게를 연 중국 동포 남련금(53)씨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고수, 가지 등을 주로 판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상가에서 무슬림 관광객이 액세서리를 둘러보고 있다. 최근 이곳에는 히잡을 고정하기 위한 브로치를 쇼핑하는 무슬림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이해인 기자
중구 남대문 시장 액세서리 상가는 히잡을 쓴 무슬림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주로 히잡을 고정하는 브로치를 사려는 손님이다. 지난 4일 오후 남대문 시장에서 브로치 쇼핑을 하던 말레이시아 관광객 샤파(24)씨는 "한국에는 예쁘고 귀여운 브로치가 아주 많다"며 "가격도 개당 1000원으로 저렴한 편이어서 올 때마다 수십 개씩 사 간다"고 말했다. 서우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다문화 사회가 되면서 전통 시장에 참여하는 외국인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외국인들이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면서 한국인들과 하나의 공간에서 소통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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