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월 5400만원 받는데..직원들은 임금체불과 싸운다

입력 2019. 6. 11. 05:06 수정 2019. 6. 1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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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헌신페이의 민낯-하
성락교회 직원들 임금체불 싸움
주당 60시간에 야근까지 했는데
연장·야근·주휴 수당 등 못받아
부목사 "전도사때 기초수급자" 고백
교회는 시간외 근무 '봉사'로 취급
개혁 요구 직원 대기발령
김기동 목사 '100억대 횡령·배임' 재판중
길현종(왼쪽)씨와 임석현씨가 지난 5월 24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서울성락교회 앞에서 체불입금 지급을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너희들은 사람도 아냐. 현수막 떼고 밥 먹으라니까.”

지난달 4일 정오 무렵. 서울 신도림동 성락교회 주변 보도블록에 둘러앉은 이들에게 가시 돋친 말들이 날아들었다. 교회의 임금체불을 항의하러 온 노조원 5명이 잠시 집회를 멈추고, 배달 온 짜장면을 비비던 차였다. 교회 직원으로 보이는 청년 셋이 다가와 집회용 현수막을 떼라며 다그쳤다. “밥 먹는데 이러는 게 어딨느냐.” 앉은 이들은 대꾸했고, 설전은 10분 넘게 이어졌다. 길현종(56·노조 부위원장)씨가 젓가락을 다시 들었을 때 면발은 잔뜩 불어 있었다.

집회가 열린 성락교회 주변에는 수백명의 지역 주민과 교인들이 몰려 있었다. 마침 교회와 구청이 공동으로 여는 페스티벌이 한창이었다. 교회 설립자(김기동 목사)의 아들이자 현재 대표자인 김성현 목사가 이날 오전 축사를 했다.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자세를 갖겠습니다.” 축사를 마친 그는 서둘러 집회 현장을 지나쳐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토요일인 이날은 교회 노동조합 부위원장 임석현(46)씨가 아침 8시부터 ‘1인시위’에 들어갔다. 9시 반이 되자 동료 네명이 시위 현장을 찾았다. 1인시위는 특별히 장소에 제한이 없지만 2인 이상은 미리 신고한 곳에서만 집회가 가능하다. 애초 임씨가 1인시위를 하던 자리는 이미 교회가 집회 신고를 해 놓은 탓에 이들 다섯은 행사장 뒷문으로 옮겨 시위를 이어갔다.

잠시 뒤 구호를 외치고 음악을 틀자 여기저기서 “꼭 그렇게 해야 하느냐” “음악 소리 좀 낮추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교회 직원으로 보이는 이는 “야 이 ××야”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드물게 노조를 향해 박수를 치는 이도 있었다.

임금은 체불하고…담임목사는 ‘월 5400만원 수령’ 논란

이들의 요구는 간단명료했다. ‘체불임금 지급하라.’

150명가량인 성락교회 직원 대다수는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급여 명세서도 없었다. 지금껏 교회는 근무를 ‘봉사’로 치부하며 은근슬쩍 노동법을 비켜갔다. 방재 업무를 맡았던 임씨는 10년간 매주 평균 60시간 이상을 일했다. 주간 근무 외에 사흘에 한 번꼴로 저녁 6시부터 이튿날 아침 8시까지 야간 근무를 했다. 연장 근무 수당이나 야근·주휴 수당 같은 건 받아본 적이 없다.

임씨는 2017년 교회에 노조가 생기자 바로 가입했고, 얼마 뒤 부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을 넣어 권리 찾기에도 나섰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교회가 임씨의 휴일·야근 수당 등 임금 5547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노동청은 지난 4월 금품체불·근로계약서 미작성 등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를 적용해 성락교회 책임자 김성현 목사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2년 전 설립된 성락교회 노조에는 임씨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이 하나둘 모였고, 지금은 조합원이 50여명으로 늘었다. <한겨레>와 만난 또 다른 조합원 세명도 매주 60시간 이상을 근무했지만 월급은 120만원 남짓이었다고 했다. 이들 역시 근로계약서를 쓴 적이 없다. 성락교회 지교회에서 건물 관리 일을 하는 김석우(가명·40대)씨는 “직장인과 똑같이 주 5일을 일했는데 처우는 아르바이트보다 못했다”고 했다. 급식 관리를 맡았던 김이숙(가명·50대)씨도 “불만을 제기하면 담임목사 친인척으로 알려진 간부가 ‘회사 그만 다니고 싶으냐’는 등 폭언을 일삼았다. 이들은 자신이 직원들 주인인 것처럼 행동했다”고 맞장구를 쳤다. 수만평 교회 터에 자란 잡초 뽑는 일을 했던 청소노동자 임연우(가명·50대)씨는 “평일은 평일대로, 일요일은 ‘주일’이라고 출근했고, ‘빨간 날’(공휴일)은 ‘헌신하는 날’로 삼아 출근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노조 설립이 급물살을 탄 건 김기동 목사가 거액의 목회비를 받았다는 주장이 터져 나오면서부터였다. 1969년 교회를 설립한 김 목사는 그간 “사례비를 받지 않는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2017년 김 목사가 목회비 명목으로 2007년부터 10년에 걸쳐 매달 5400만원을 개인 계좌에 입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가 교회 재산을 아들(김성현 목사) 명의로 부당하게 이전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해 1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김 목사를 기소했고,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렸던 교회 직원들의 박탈감은 컸다. “나는 최저 시급도 못 받는데, 목사 가족은 외제 차 굴리며 한 달에 수천만원씩 목회비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여기(노조) 온 거지. 끝을 보자는 마음으로.”(김이숙씨)

노조에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성락교회에서 20년 이상 사역한 이순면(가명·56) 부목사도 이 상황을 힘겨워했다. “담임목사님 목회비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아서 많이 힘들었어요. 김기동 목사가 월 사례비 없이 용돈으로만 생활한다고 해서 제가 지금까지 헌신해왔거든요. 전도사 때는 사례비가 적어서 기초생활수급 2급 대상자로 살았어요. 아이들 사춘기 때 옷도 제대로 못 사주고…그렇게 살았어요.” 노동조합뿐 아니라 교회 안에서 개혁을 요구하는 이들도 모이기 시작했다.

■ 노동자 외면 계속되는 교회

교회는 개혁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인사권으로 맞섰다. 임씨는 2017년 11월 대기발령을 받았다. 블로그를 통해 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교회 개혁 운동을 지지했다는 이유였다. 그는 업무에서 배제된 채 1년 반가량을 교회 바깥에 있는 컨테이너 사무실에 머물고 있다. 교회는 노조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장홍규 성락교회 노조위원장은 “‘교회에서 무슨 노조냐. 분란 일으키지 말라’고 압박했다”고 전했다. 교회 직원들은 임씨가 머무는 컨테이너 입구에 ‘민주노총 관계자 출입금지’라고 적힌 공고문을 붙였다. 노조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에 가입한 일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성락교회 쪽은 “노조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 임금체불 등에 대해서도 “일부 직원이 (체불 임금을) 부풀려 요구하고 있어 그대로 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설립자 김기동 목사가 수령한 ‘목회비 월 5400만원’은 총무국이 1994년부터 지급하기로 이미 결정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성락교회의 노동자 외면 행태는 한국 교회 전반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2004년 설립된 전국기독교회노동조합(기독노조)에서 활동했던 이길원 전 기독노조위원장은 “각 교단이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굉장히 힘들었다”며 “교회가 노조에 가입한 이들에게 퇴직금을 주고 제 발로 나가게 한 경우도 많았다. 어떻게 해서든 노조 활동을 막아보려 했다”고 회고했다. 서울 강남구의 대형 교회인 소망교회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이 교회 노조 전 간부 ㅈ씨는 노조 가입 뒤 5년 동안 교회가 운영을 멈춘 시설에서 홀로 근무해야 했다. 사실상의 업무배제다. ㅈ씨는 결국 올해 1월 ‘경영상 이유’로 해고됐다. 그는 “사랑으로 직원들을 대해야 할 교회가 일반 기업보다 더 심했다”고 말했다.

집회가 열리는 성락교회 ‘크리스천세계선교센터’는 연면적 7만7000㎡(약 2만3000평)로 전면 길이만 142m(30층 아파트 높이)에 이른다. 예배당은 성경 속 ‘노아의 방주’를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교회 쪽은 “노아의 방주처럼 세계 뭇 영혼을 구원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예배당 터와 건축물 가치만 합쳐도 1000억원 이상은 되지 않을까요.” ‘임금체불…’ 손팻말을 고쳐 들며 임씨가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한겨레 탐사] 교회 ’헌신 페이’의 민낯 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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