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남편 살해' 고유정 수사결과..경찰 "공범 없고, 반수면상태에서 범행"

권오은 기자 2019. 6. 1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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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살인 사체손괴 유기 등 혐의…12일 검찰 구속 송치"
"펜션, 사체 훼손 뒤…김포에서 2차 훼손"
"공범 없는 것으로 확인, 졸피뎀 구입 등 계획범죄"
"피해자가 수면제 복용·반수면 상태에서 범행"
"결혼 생활 파탄이 원인, 정신질환 가능성은 없어"

'제주 전(前) 남편 펜션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36·사진)이 피해자를 계획적으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것으로 경찰은 결론 내렸다. 공범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동부경찰서는 11일 살인 및 사체 손괴·유기 혐의를 받는 피의자 고유정을 구속기소 의견으로 오는 12일 검찰에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고유정 우발적 범행 주장 허위로 판단… "계획범죄"
경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오후 8시에서 오후 9시 16분 사이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피해자 강모(36)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 서장은 "고유정이 사전에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구입했고, 펜션 천장에 집중적으로 혈흔이 비산(飛散)됐다"며 "(여러 상황으로 볼 때) 피해자는 수면제를 복용한 몽롱한 상태 또는 반수면 상태에서 흉기로 최소 3회 이상 찔려 숨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유정은 또 지난달 27일 오전 11시 30분쯤까지 약 이틀 동안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한 뒤 다음날 완도행 여객선에서 7분에 걸쳐 시신 일부를 바다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경기 김포의 아버지 소유 아파트에서 남은 시신을 2차 훼손한 뒤, 31일 종량제봉투에 담아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유기하기도 했다.

경찰은 고유정이 일관되게 주장한 "피해자가 성폭행하려 해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진술을 허위로 판단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범행 전 미리 ‘성폭력 미수 및 폭력으로 고소하겠다’는 내용의 문구를 작성해 자신의 휴대전화에 임시 저장하고 있었다. 경찰 조사에서도 자신이 주장한 성폭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고유정이 범행 사흘 전인 지난달 22일 제주시의 한 마트에서 흉기 등을 구매하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제주동부경찰서 제공

경찰은 수사 결과 오히려 계획범죄 정황이 뚜렷해졌다고 전했다. 고유정은 범행 보름 전부터 범행과 관련된‘니코틴 치사량’, ‘살인도구’ 등을인터넷에서 여러 차례 검색했고, 충북 청주의 한 병원에서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받아 미리 준비했다. 또 범행 사흘전 제주시의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를 구입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후 현장을 청소한 점,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제주도까지 차량을 가져와 피해자의 시신을 싣고 되돌아간 점,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하기 어렵도록 훼손해 여러 장소에 유기한 점 등을 볼 때 사전에 계획된 범행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고유정이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1차·2차 시신 훼손 당시 사용한 도구 등에서 피해자의 DNA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경찰이 압수한 증거물은 총 89점에 달한다.

경찰이 이달 초 경기 김포시 소각장에서 피해자의 시신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파일러 "결혼 생활 파탄 불안감 원인"…공범은 없어
고유정을 조사한 프로파일러들은 피해자인 전 남편의 존재로 인해 갈등과 스트레스가 계속될 것이라는 극심한 불안 때문에 범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고유정은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인 전 남편과 자녀 면접교섭으로 인해, 재혼한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깨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고유정은 정신과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기록이 없고, 조사과정에서도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범행 과정에서도 면밀히 계획·실행한 사실이 파악된 만큼 고유정의 정신질환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경찰은 공범이 존재할 가능성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고유정은 키 160cm, 몸무게 50kg가량인 반면, 피해자는 키 180cm, 몸무게 80kg의 건장한 체격이어서 수사초기 공범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그러나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상 외부인 출입 사실이 없고, 범행시간대 피의자의 휴대전화 사용내역, 여객선 내에서 혼자 시신 일부를 유기하는 장면이 포착된 점 등으로 볼 때 공범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을 검찰로 송치(送致)한 이후에도 피해자의 시신을 계속 찾을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천시 서구 재활용품업체에서 발견된 피해자 추정 뼛조각과 모발 등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해경과도 협조해 제주와 완도 사이 해상을 집중적으로 수색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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