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김병준, 시그너스골프장서 '노무현연구소'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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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자유한국당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한때 공동으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철학을 이어가기 위한 연구소를 설립하려 했던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연구소 설립으로 뭉쳤던 양 원장과 김 전 위원장이 이렇게 완전히 갈라질지 아무도 예상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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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자유한국당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한때 공동으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철학을 이어가기 위한 연구소를 설립하려 했던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형사 판결문에 양 원장이 시그너스컨트리클럽 고문을 지낸 일이 적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드러났다. 시그너스컨트리클럽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소유한 골프장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양 원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듬해인 2010년 초 고인의 유지를 받들 연구기관 설립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골프장에 적을 두게 됐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지낸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이 주축이 되고, 강금원 회장,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양 원장이 의기투합해 '시그너스 연구소'(가칭)를 설립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회공헌사업 차원에서 골프장이 출자한 공공 연구소를 설립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연구, 저술 지원, 출판, 세미나, 미디어 운영 등의 공익사업을 벌일 계획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계승하고, 그가 못다 이룬 과제인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지속 가능한 법인을 세우자는 취지였다.
당시는 10주기인 올해까지 노 전 대통령 추모 사업의 구심점 역할을 한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이 완전히 자리를 잡기 전이었다.
양 원장을 비롯한 네 사람은 노 전 대통령을 떠나보낸 충격에서 미처 벗어나지 못한 채 시그너스 연구소를 무모하지만 의미 있는 도전으로 판단, 수개월 간 의욕적으로 연구소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들은 김병준 전 위원장의 개인 사무실을 기반으로 연구소 설립에 착수했고, 나중에 별도 사무실까지 문을 열기도 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청와대를 나와 '야인'이 된 양 원장과 윤 전 대변인은 우선 시그너스 골프장에 적을 두고 활동비 명목으로 지원을 받으면서 실무작업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 회장의 건강이 조금씩 나빠지고, 당초 구상대로 일이 진척되지 않으면서 연구소 설립 노력은 불과 서너 달 사이에 무위로 돌아갔다.
이후 양 원장은 2012년과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도와 정권 재창출에 매진했고, 시그너스 연구소의 주축이었던 김 전 위원장은 본업인 대학교수를 지내다 한국당 비대위원장을 맡아 정반대 길을 걸었다.
여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연구소 설립으로 뭉쳤던 양 원장과 김 전 위원장이 이렇게 완전히 갈라질지 아무도 예상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1단독은 시그너스 골프장에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급여 등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송인배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억4천519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양 원장 등도 골프장 고문으로 위촉됐다고 언급했으며, 검찰은 양 원장 등에 대해 수사 대상이 아니었으며 수사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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