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연봉 높여달라는 것도 아니고.." 톨게이트 노동자가 천막 친 이유

이재환 입력 2019.06.1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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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수덕사 톨게이트 노동자들도 지난 3일부터 농성 돌입.. "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하라"

[오마이뉴스 이재환 기자]

 
 예산수덕사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지난 3일부터 천망 농성에 돌입했다.
ⓒ 이재환
 
지난 달 31일, 한국도로공사 협력업체 소속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92명이 계약종료를 통보 받고 직장을 잃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해고된 것은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자회사 전환 동의서를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한국도로공사의 자회사가 아닌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지위가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한국도로공사는 고용안정을 위해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도로공사 측은 노동자들을 직고용하기보다는 자회사로 전환해 고용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미선 톨게이트노동조합 사무국장은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공채시험으로 입사한 직원들과 동일한 대우를 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 이 자리에서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하게 해달라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대법원이 최종 판결 미룬 사이, 노동자들은 사실상 해고 위기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몬 책임에서 법원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들은 지난 2013년 3월, 한국도로공사의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에 대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해 2015년의 1심과 2017년의 2심에서 각각 승소했다.
 
하지만 해당 소송은 대법원에 3년째 계류 중이다. 대법원이 최종판단을 보류하고 있는 사이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사측인 한국도로공사부터 '계약 종료' 통보를 받고 거리로 나왔다. 
 
충남 예산군에 위치한 예산·수덕사 톨게이트에 근무하는 16명의 노동자들도 지난 달 31일 사측인 한국도로공사와의 계약이 종료 됐다. 노동자들은 계약 종료 통보가 이루어진 직후인 지난 6월 3일부터 예산·수덕사 톨게이트 주변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했다.
 
16인의 노동자들은 대부분 지난 2009년 5월 예산·수덕사 톨게이트가 문을 열었을 때부터 근무했다. 원년 멤버들인 셈이다. 정미선 사무국장도 지난 달 31일, 계약이 종료되기 전까지 예산수덕사 톨게이트에서 일했다. 정 사무국장은 "여기는 개소 할 때부터 근무했던 노동자들이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며 순환 근무를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노동자 A씨는 "도로공사 측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도로 청소나 졸음쉼터, 화장실 청소 등을 하라고 요구했다"라면서 "하지만 도로청소는 특수면허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가능하지도 않은 일을 요구한 것이다. 도로공사는 우리를 직접 고용을 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처자식 옆에 있는 데도 수납원에게 욕하는 '진상고객'
 
열악한 근무 조건에 대한 하소연도 쏟아졌다. 수납 노동자 B씨는 '진상 고객'들의 폭언과 이상행동에 수시로 시달려야 한다고 전했다. 일부 진상고객은 자신의 아내와 자식이 옆에 있는 데도 수납원에게 폭언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나는 요금 수납업무만 했다. 새벽 시간에 차안에서 하반신을 다 벗고 있는 남성도 있다. 그나마 나는 강심장이라 본 척 만 척 태연한 편이다. 하지만 언니들은 화들짝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경우가 많다.
 
진상고객도 적지 않다. '야 이XX년아 왜 이렇게 늦어'라는 식의 욕은 기본이다. 톨게이트 수납업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은 업무가 많다. 견인차가 차를 매달고 오면 2대 처리도 해야 하고, 통행권을 뽑아 오지 않은 고객이 있으면 어디서 왔는지 전화해서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군용차, 경찰차, 장애인차의 경우 차량번호를 적고 면제 처리도 해야 한다. 차량번호판 보이지 않으면 일일이 수기로 적어야 한다.
 
업무를 보다가 조금만 늦으면 클락션을 울리고, 욕하며 화를 내는 고객도 많다. 지명도 아니고, 상호를 말하면서 위치를 묻는 고객도 있다.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다. 때문에 '그것도 모르면서 거기에 앉아 있어'라고 핀잔을 들은 적도 있다. 성적모욕이나 입에 담지 못할 욕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자주 듣는다. 심지어 자기 자식과 아내가 옆에 있는데도 욕을 하는 사람도 있다."
 
 지난 7일,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충북 연풍 톨게이트에 집결해 집회를 하고 있다.
ⓒ 이재환
  
그럼에도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일하고 싶다"  

이처럼 열악한 근무 환경이지만 노동자들은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가고 싶어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외벌이 가장'으로 생업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미선 사무국장은 "우리 근로자들 중에는 장애인과 외벌이 노동자가 적지 않다"고 귀뜸했다.

정 사무국장은 "우리의 요구는 연봉을 높여 달라는 것도 아니고, 도로 공사 직원들과 동일한 대우를 해 달라는 것도 아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정년까지 잘리지 않고 일할 수 있기를 원하는 것뿐이다"라며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도로공사는 우리를 무조건 몰아내려고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도로공사 측 관계자는 "통행료 수납업무는 자회사 전환으로 결정이 됐다. 오는 7월 1일자로 자회사 전환이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전환 거부자의 경우, 대법원에 소송이 계류 중"이라며 "대법원 판결 전까지 이들을 기간제 근로자로 고용하고, 대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 직접 고용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부 노동자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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