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도배한 화웨이 광고.."중국산 쓰자" 애국마케팅

황순민 입력 2019. 6. 12. 17:54 수정 2019. 6. 1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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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기술분쟁의 현장' CES아시아 가보니
12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CES아시아에 마련된 화웨이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화웨이 전략 스마트폰 P30를 살펴보고 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홈 네트워크 플랫폼 하이링크 등을 선보인 화웨이 부스에는 전시회 내내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상하이 = 황순민 기자]
지난 11일 오후 중국 상하이 난징둥루 중심에 위치한 화웨이 매장은 실내를 가득 메운 고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거리가 다소 한산한 시간대였음에도 이 매장만큼은 시민들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만난 중국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자국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40대 한 남성은 "수년 전만 해도 애플·삼성 등 외국산 폰을 쓰는 게 당연시됐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디자인·성능 등 모든 측면에서 화웨이, 오포 등 중국 제품이 더 낫다"며 새로 산 스마트폰 상자를 들어 보였다.

10여 명이 채 안 되는 매장 직원들은 화웨이 스마트폰을 비롯해 노트북PC, 스마트워치 등을 살펴보며 질문을 연발하는 고객들을 응대하느라 한 치의 여유도 없어 보였다.

매장 점원 미키 리우 씨(가명)는 "기술 진보가 가장 빠른 화웨이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라며 "최근에 판매가 더 늘어 화웨이 전략 스마트폰 P30는 이 매장에서만 하루 평균 50~70대가량 팔린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 제재로 구글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쓸 수 없게 된 상황에 대해 묻자 "메이원티(문제없다)"라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하루 평균 100만명이 오가며 매일 밤 '불야성'을 이루는 난징둥루는 상하이 최대 번화가다. 1㎞에 달하는 난징둥루 '차 없는 거리'는 온통 중국 브랜드 광고로 뒤덮여 대륙에 왔음을 실감케 했다. 거리 가운데 연달아 설치된 20여 개 광고판은 모조리 화웨이 전략 스마트폰 'P30' 광고가 차지하고 있었고, 건물에는 스마트폰 제조업체 비보(Vivo)의 대형 광고판이 눈에 띄었다. 화웨이 매장에서 불과 5분 남짓 떨어진 삼성·애플 매장은 비교적 한산해 대조를 이뤘다.

미국 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라 화웨이가 제재 대상이 되면서 최대 위기에 봉착하자 중국 시민들이 '화웨이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같은 가격·성능이면 국산 제품을 사자'는 일종의 '애국소비' 심리가 있었는데, 화웨이가 위기에 몰리자 이 같은 분위기가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11일 개막한 CES아시아에 설치된 화웨이 부스에서는 새로운 혁신 제품이 없었음에도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 CES아시아에 참석한 중국 기업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된 애플 불매 운동 등은 과장됐지만, 중국에서 가장 글로벌화한 상하이에서조차도 이왕이면 화웨이 제품을 사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을 대표하는 전자 브랜드에 대한 중국인들 애착은 상당한 수준인 데다 최근 미디어에서 중국 기업들의 활약상을 연속 보도하는 등 애국심 고취에 나서면서 '화웨이 열풍'에 불이 붙고 있다는 전언이다. CES아시아에서 화웨이는 "올해 4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보류하겠다"고 한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이내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화웨이를 대표해 기조연설을 맡은 사오양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우리는 낙관하고 자신한다. 지금 상황은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대외 환경 악화에도 신사업 확장 구상을 밝혔다. 5세대(5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향후 모든 기기가 통합되는 사물인터넷(IoT) 분야의 플랫폼 기업으로 부상하겠다는 비전이다. 그러나 CES아시아 현장에서는 애써 위기 상황을 부정하고 거창한 미래 비전을 언급한 화웨이가 뒤로는 오히려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기조연설에서도 생존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을 뿐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상하이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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