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이 국민 삶·사고 제약"..한반도 평화 핵심은 '국민 이익'

오슬로 | 정제혁 기자 2019. 6. 12.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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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문 대통령 ‘오슬로포럼 연설’ 의미와 배경
ㆍ“국민들 삶에 실질적 도움 될 때 분단 극복하고 평화 만들 것
ㆍ김정은 친서 미리 알아, 대화 않는 기간 길어지면 열정 식어”

노르웨이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현지시간) 오슬로대 법대 대강당에서 오슬로포럼 기조연설을 한 직후 BBC 한국특파원인 로라 비커(왼쪽)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스바인 스퇴렌 오슬로대 총장(오른쪽)이 질의응답 현장에 배석했다. 오슬로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노르웨이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진정한 평화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평화”라며 “평화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익이 되고 좋은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위로서의 평화가 아니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실질적 이익이 되는 평화, 거대담론적이고 추상적인 평화가 아니라 구체적 평화, 미래의 일로서의 평화가 아니라 지금 당장 실행 가능한 실천적·적극적 평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슬로대학 법대 대강당에서 열린 오슬로포럼 기조연설에서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분단이 국민의 삶과 민주주의, 심지어 국민의 사고까지 제약해 왔다”며 “그로 인해 선진국이 되었지만, 정치문화는 경제발전을 따르지 못했다”고 짚었다. 이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며 “평화가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때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오슬로 구상’을 통해 ‘국민을 위한 평화’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다. 핵심은 ‘국민의 이익’이라는 말에 함축돼 있다. 한반도 평화가 정쟁이나 이념 갈등의 소재가 되지 않고 지속 가능하려면 광범위한 국민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국민적 합의의 기초는 결국 국민 각자가 체감하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익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남북한 주민들이 분단으로 인해 겪는 구조적 폭력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접경지역의 피해부터 우선 해결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에 따라 설치된 ‘접경위원회’는 협력의 좋은 사례”라며 “이러한 선례가 한반도에도 적용되어 국민들 사이에서 평화에 대한 구체적인 희망이 자라길 바란다”고 했다. 남북 접경지역 피해 해결을 위한 남북 접경위원회 설치를 북측에 에둘러 제안한 셈이다. 당초 청와대는 남북 접경지역 공동관리위원회 구성을 북측에 제안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남북관계가 주춤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제안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최종 연설문에선 뺐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남북 접경지역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것은 분단으로 인한 남북 국민의 구체적 피해가 가장 뚜렷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남북 어로수역 문제로 인해 중국 측 어선이 서해와 동해에서 어부지리를 얻는 상황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는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병원체의 남하를 막기 위한 남북 협력이 발등의 불이 된 상태다.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선 산불도 빈발하는데, 이에 대한 남북 협력 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양측이 감수해야 하는 피해도 크다.

문 대통령이 오슬로포럼 기조연설 주제를 ‘국민을 위한 평화’로 정한 것은 다른 나라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럽 각국이 주변국과의 협력을 통해 대기오염, 해양오염 등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남·북·미 비핵화 대화가 주춤한 상황에서 비핵화 협상의 진도와 무관하게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남북 간 평화조치를 모색하며 우회로를 뚫으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1년 전 오늘, 역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손을 맞잡았고, 두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새로운 북·미관계, 한반도 평화체제의 큰 원칙에 합의했다”며 “지금 그 합의는 진행 중”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 뒤 BBC 한국특파원인 로라 비커와의 질의·답변에서 “대화의 모멘텀은 유지된다고 해도 대화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 대화의 열정이 식을 수도 있다”며 “김정은 (국무)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에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과 관련, “사전부터 전달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고 전달받았다는 사실도 미국에서 통보받았고 대체적 내용 역시 전달받았다”고 했다.

오슬로 |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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