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법원행정처가 한 일'이라는 양승태
[경향신문] ㆍ사법농단 재판서 공개된 검찰 조서 보니
ㆍ일제 강제징용 사건 논의 등
ㆍ“보고 안 받아” “모른다” 부인
사법농단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이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구체적 내용이 12일 법정에서 처음 공개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의 재판 거래나 일선 법원 재판개입 정황과 관련해 모든 것은 법원행정처가 스스로 한 일이라고 했다. 자신은 보고받지도, 승인하지도 않았다는 뜻의 주장이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피의자신문조서를 공개했다.
조서를 보면 양 전 대법원장은 2013년 12월 청와대와 대법원, 외교부·법무부가 한자리에 모여 일제 강제징용 사건을 논의한 이른바 ‘소인수회의’에 대해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듬해 10월 열린 2차 소인수회의에 대해서도 “사전에 보고받지 않았다. 박병대 대법관(당시 법원행정처장)이 다녀온 다음에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양 전 대법원장은 진술했다. 박 전 처장이 회의 참석 때 전국 법원의 과거사 사건 계류 현황 자료를 지참한 것을 두고 양 전 대법원장은 “처장은 업무 하나하나마다 대법원장에게 지시를 받고 하는 사람이 아니다. 처장은 대법관”이라고 했다. “이치상 대법원장께 보고를 드린 후 참석했을 것 같다”는 박 전 처장 진술과는 다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외교부에 일제 강제징용 사건 관련 의견서를 빨리 내라고 독촉하라’는 지시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내렸는지도 추궁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임 차장은 굉장히 유능한 사람이다. 제가 챙겨보라고 지시를 별도로 해야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답변으로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저보다도) 그 사람들(외교부와 청와대)을 직접 접촉한 사람은 임 차장 아니겠느냐”며 임 전 차장에게 책임을 넘겼다.
통합진보당 행정소송을 심리하던 일선 재판부에 법원행정처 입장이 담긴 문건을 전달하도록 승인하지 않았느냐는 검사 질문에는 양 전 대법원장은 “그런 것을 하는데 왜 대법원장이 꼭 지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반문했다.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통진당 소송 현황을 상시 보고한 것에 대해서는 양 전 대법원장은 “제가 시켜서 보고를 한 것은 아니다. (이 전 상임위원이) 스스로 생각해서 보고한 것”이라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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