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신도시 강남 출근기.. "족히 2시간, 고난의 행군 수준"

이종구 입력 2019. 6. 13. 04:42 수정 2019. 6. 13.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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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기자 3인, 여러 교통수단 이용해 이동해보니…

[저작권 한국일보] 12일 오전 서울외곽순환도로 구리 토평IC에서 서울방향으로 나오는 도로가 출근 차량으로 심한 정체를 빚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12일 오전 서울외곽순환도로 토평IC에서 서울방향으로 나오는 도로가 출근 차량으로 심한 정체를 빚고 있다. 홍인기 기자

“고난의 행군이 따로 없어요.”

서울에 직장을 둔 2기 신도시 주민들의 공통된 아우성이다. 새벽 6시에 허겁지겁 일어나 집을 나서야 가까스로 회사에 도착하는 고행길의 연속. 계획도시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출근전쟁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참을성이 한계에 달한 2기 신도시 주민에게 최근 정부가 기름을 부었다.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3기 신도시 개발 카드를 내놓자 참았던 2기 신도시 민심이 기어이 폭발한 것이다. 주민들은 가뜩이나 열악한 2기 신도시의 교통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일보 지역사회부 기자 3명이 2기 신도시 교통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출근길 체험에 나섰다. 출근기는 11일 오전 7~8시 파주 운정ㆍ남양주 다산ㆍ김포한강신도시 중심지에서 기업들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까지 여러 교통수단으로 직접 이동해보는 식으로 진행했다.

11일 오전 7시30분쯤 경기 파주운정신도시 내 운정행정복지 센터 앞 버스정류장에서 승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이종구 기자

◇파주 운정~강남, 지하철로 꼬박 1시간 50분

11일 오전 7시 30분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 운정행정복지센터 앞 버스정류장. 출근길 직장인들이 비교적 길게 줄을 서 버스를 기다렸다. 곧 경의선 운정역으로 향하는 마을버스 한 대가 정류장에 섰다. 버스는 이미 만원이어서 몸을 옴짝달싹하기도 힘들었다. 버스는 10분쯤 뒤 경의선 운정역 앞에 도착했다. 또다시 10분을 기다린 다음에야 지평 행 열차에 올라탔다.

경의선 홍대역에서 내려 다시 2호선으로 갈아타 강남역까지 오는데 꼬박 32개 정거장을 지났다. 이동하는 동안 사람에 부대끼느라 몸은 지칠 대로 지쳤다. 이렇게 해서 강남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21분. 운정에서 강남까지 1시간 51분이 걸렸다.

경기도 거주자가 서울 근무지로 가는 데 걸리는 평균 출근시간인 71분(통계청이 2018년 휴대폰 이용자 출퇴근 패턴 조사 결과)보다 40분이 더 걸렸다. 파주 운정에서는 버스를 이용하든, 승용차로 출근하든 여건은 비슷했다.

운정 주민들은 교통 대책도 마련해놓지 않은 채 입주부터 서두른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운정1,2지구는 2009년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교통시설을 포함한 도시 기반시설 최종 준공은 그로부터 5년 뒤인 2014년에 이뤄졌다. 더 큰 문제는 아직도 광역교통개선대책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낸 광역교통시설 부담금 중 철도개선금 3,000여억원은 제때 쓰이지도 못하고 있다. 2015년쯤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건설에 투입하기로 뒤늦게 합의가 이뤄져서다. 때문에 GTX -A노선이 개통될 2023년까지 출퇴근 철도 여건은 나아질 여지가 별반 없다.

이승철 파주운정신도시 연합회장은 “자족 기능도 없는데 교통여건까지 좋지 않아 2기 신도시 직장인들의 어려움이 크다”며 “지하철 3호선 파주 연장, 경의선 급행열차 확충 등 특단의 교통개선 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11일 출근 시간대 환승역인 경의선 홍대역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이종구 기자

◇남양주 다산 “23km 가는데 1시간 24분”

서울 강남까지 23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남양주 다산신도시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승용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분양 광고에 등장하는 강남역까지 30분 주파는 동 트기 전 시간대나 가능한 얘기였다.

이날 오전 7시33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다산중앙로 147번길 7, 자연& 롯데캐슬 아파트 정문을 출발해 빙그레 공장을 지나 남양주IC까지는 막힘 없이 달렸다. 악명 높다던 빙그레 공장 앞 정체도 이날은 없었다.

문제는 남양주IC에서부터 시작됐다. 서울외곽순환도로에 오르는 순간 차량이 빼곡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했고, 최고 속도라고 해봐야 시속 20㎞ 정도에 불과했다.

구리남양주톨게이트를 빠져 나오기까지 1㎞ 남짓 구간을 지나는 데 무려 18분이 걸렸다. 거북이 운행을 거듭하다 보니 오른쪽 다리가 저리기까지 했다. 올림픽대로로 진입해서는 차량이 X자 형태로 꼬이면서 시간이 더욱 지체됐다. 출근시간(오전 9시)이 가까워 왔지만, 정체는 풀리지 않았다.

어렵사리 서울 강남 삼성역사거리를 지나 테헤란로를 거쳐 강남역사거리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 57분. 1시간 24분이 걸렸다. 주말이나 차량 통행량이 적은 날이면 30분이면 오갈 거리였다.

다산신도시 주민들은 지각하지 않으려면 오전 7시 이전에는 무조건 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버스 이용자 김모(29)씨는 “강변역으로 가는 1003번 광역버스(빨간버스)를 오전 7시 이전에 타야 8시쯤 강남으로 가는 전철로 환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11일 오전 7시40분쯤 구리남양주 톨게이트 앞은 일반차로, 하이패스차로 관계없이 10여개 차로 전체가 시속 10㎞ 이상의 속도를 내지 못한 채 사실상 멈춰서 있다. 톨게이트 10여개 차로가 4개 차로로 줄어들며 병목현상을 빚기 때문이다. 임명수 기자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한번에 왔지만…

김포시 한강신도시에선 버스를 이용해 강남역까지 가봤다. 오전 7시58분 구래환승센터를 출발한 강남역행 M6427번 광역급행(M)버스는 올림픽대로를 타기도 전에 이미 승객으로 꽉 차 일부 승객들은 서서 가야 했다. 올림픽대로를 지나 고속터미널과 반포역, 논현역, 신논현역을 거쳐 강남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35분. 구래환승센터에서 강남역까지 1시간 37분이 걸렸다.

환승 한번 없이 한번에 왔지만, 인천 거주자가 서울 근무지로 가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82분)보다도 15분이나 더 걸렸다. 다른 광역버스를 타고 당산역이나 김포공항에 내려 지하철을 갈아탈 경우 소요시간은 1시간 50분에서 2시간 정도가 걸렸다.

최근에는 M6427번을 비롯해 17개 노선 중 16개가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에 따라 운행횟수를 줄일 예정이라 한강신도시 주민들의 불편은 더 커질 전망이다. 13개 노선은 다음달 1일부터, 나머지 3개 노선은 내년부터 운행횟수가 줄어 배차간격이 길어질 예정이다.

최성배(29)씨는 “강남역에서 다시 직장까지 걸어가는데 걸리는 시간까지 더하면 족히 2시간을 써야 한다”며 “출근길이 고통스러워 주거지를 옮기려 해도 전세가가 만만찮아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2기 신도시에서 서울 강남까지 출근길 상황. 김경진 기자

전문가들은 특단의 교통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조응래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도시 입주 초기에 광역버스 중심의 교통체계를 구축하고, 환승시간 단축을 위해 소규모 환승 정류장 등 편리한 환승 체계도 갖춰야 한다”며 “2기 신도시에서는 광역교통개선대책 사업비 31조원 중에서 집행실적이 66.6%에 그쳤던 만큼 광역교통개선대책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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