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폰 잃어버려서"..말투까지 똑같은 메신저피싱 극성

2019. 6. 1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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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친구 보증금을 잠시 맡았는데 다시 급하게 돌려줘야한다'면서 560만원을 대신 보내달라고 했다.

강씨는 "딸이 집에온 다음 '내게 돈을 보내달라고 했느냐'고 물었으나 딸은 그런 일이 없다고 해 그제서야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메신저피싱 피해건수는 2016년 746건에서 2018년에는 9601건으로 2년 사이에 13배 가까이 늘었다.

메신저피싱은 주로 카카오톡이나 네이트온 메신저를 통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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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46건에서 2018년에는 9601건…2년 새 13배 증가
-포털사이트 주소록 해킹으로 이름ㆍ호칭ㆍ프로필사진까지 파악해 접근

[사진=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성기윤 기자, 김민지 인턴기자] #1. 60대 여성 강모 씨는 최근 ‘딸’에게 카카오톡을 받았다. 딸은 ‘친구 보증금을 잠시 맡았는데 다시 급하게 돌려줘야한다’면서 560만원을 대신 보내달라고 했다. 메신저피싱이었다. 강 씨는 “딸이 핸드폰이 깨졌다고 해 전화를 해볼 생각도 못했다”면서 “딸의 이름과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평소 말투까지 비슷해서 의심 없이 돈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2. 주부 이모(64)씨는 최근 메신저피싱 문자를 받았다. ‘신경아’ 씨로 표기된 문자대화에서 이씨를 ‘엄마’라고 호칭하며 이 씨의 아들 행세를 했다. 신 씨는 ‘폰이 고장 나서 컴퓨터로 카카오톡을 보낸다’면서 급하게 돈을 부칠 데가 있는데 인증서 오류가 나서 대신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신씨는 거래처를 운운하면서 빨리 보내줄 것을 종용했다. 이 씨는 “전화를 해봤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당할 뻔했다”고 말했다.

주부 이모 씨가 받은 메신저피싱 대화 내용[사진=제보자 제공]

메신저피싱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 휴대폰이 고장나거나 망가졌다면서 접근하는 지인들의 문자에 깜빡 속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가족처럼 매우 가까운 관계보다 사위나 며느리처럼 거절이 어려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내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찰은 반드시 해당자에게 전화를 해보고 본인임을 확인한 다음 송금하거나, 메신저 비밀번호를 자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13일 혜화경찰서 등에 따르면 앞선 강씨의 사례에서 피싱 범인은 딸의 말투와 언어습관까지 그대로 흉내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전화기가 고장났다는 말에 본인 여부를 확인키도 어려운 상태에서 그대로 5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송금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씨는 “딸이 집에온 다음 ‘내게 돈을 보내달라고 했느냐‘고 물었으나 딸은 그런 일이 없다고 해 그제서야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메신저 피싱의 피해 건수와 피해액수도 급증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메신저피싱 피해건수는 2016년 746건에서 2018년에는 9601건으로 2년 사이에 13배 가까이 늘었다. 피해금액은 2016년 34억원에서 2018년 216억원으로 증가했다.

메신저피싱은 주로 카카오톡이나 네이트온 메신저를 통해 이뤄진다. 범인은 피해자들의 이름과 호칭까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까지 도용하는 지능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들이 카카오톡 정보를 알아내는 방법 중 하나는 포털사이트의 주소록을 통해서다. 범인은 해킹한 포털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통해 주소록에 접근하고 범행 대상자를 물색한다. 최근에는 휴대폰 분실을 우려해 대형 포털에 주소록을 올려두는 경우가 많은데, 범인들은 바로 이 주소록을 근거로 해킹된 사람과 범죄 피해자와의 관계를 파악해 범행에 사용한다. 돈을 보내라는 메시지를 보낼 때 첫 호칭을 ‘엄마~ 나 급해’라고 보낼 수 있는 것도 바로 주소록 해킹 덕분에 가능하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메신저의 프로필 역시 그대로 복사해 사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역시 포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해킹해 알아낸 정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네이트온 역시 메신저피싱에 적지 않게 사용되는 메신저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누리꾼 A씨는 인터넷 게시판에 메신저피싱을 당한 사연을 올렸다.

범인은 A 씨의 아이디로 네이트온에 접속한 후 회사의 다른 직원 B씨에게 ‘부탁받은 건데 상품권을 대신 구매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게시글에서 “B씨를 평소 ‘B씨’라고 부르는 것까지 디테일했다. 당시 사무실에 없는 것을 어떻게 알고 그랬을까 싶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싸이월드에서 대량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비밀번호 변경 없이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에 메신저피싱의 타겟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바꾸고 2차 인증 등을 통해 철저하게 보안에 신경 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ky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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