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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버티던 중소기업들마저 탈출, 해외직접투자 작년의 2배

이성훈 기자 입력 2019.06.15.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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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 최저임금·주52시간 부담 급증.. 인도선 일당 6000원
규제 - "주민 몇명 반대해도 허가 안내줘.. 해외선 정부가 도와"
인센티브 - 美는 땅 지원에 법인세 감면, 베트남은 4년간 세금면제

기아차 1조2000억원 투자해 인도 공장 하반기 가동, LG전자 미국 테네시주 연산 120만대 세탁기 생산공장 완공…. 네이버 경기 용인에 데이터센터 건립 포기, 신세계 4000억원대 투자할 하남 물류센터 건설 무산….

최근 국내외에서 들려오는 기업 투자 관련 소식은 이처럼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해외로는 앞다퉈 나가고, 국내 투자는 줄줄이 무산되는 형국이다.

한국 기업들은 지금 각종 규제와 높은 비용, 반(反)기업 정서에 막혀 '한국 탈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은 과감한 인센티브와 규제 완화로 기업 투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국내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기업들의 급격한 해외 이탈은 고용과 소비 부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14일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소기업의 해외 투자액은 총 35억3500만달러(4조1900억원)로 같은 기간 전체 해외 투자액(141억1000만달러)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이는 기존 최대치인 지난해 3분기의 28억3400만달러를 넘어선 사상 최대 기록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8억1100만달러)의 2배 수준으로 폭증했다.

◇기업들의 '탈(脫)한국' 러시 CJ제일제당은 지난 2월 미국 냉동식품 전문 기업인 슈완스컴퍼니를 16억7800만달러(약 2조원)에 인수했다. CJ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었다. CJ제일제당 측은 "국내 식품 산업은 이미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고, 그 우선 대상이 최근 소비가 살아나는 미국이었다"며 인수 배경을 밝혔다.

한국 기업들은 최근 경쟁적으로 해외 투자를 발표하고 있다. 특히 '보호무역주의'를 대놓고 내세우며 과감한 인센티브까지 주는 미국 투자가 활발하다. SK이노베이션은 작년 말 미국 조지아주(州)에 총 1조1396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세웠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미국 루이지애나에 3조6000억원을 투자해 석유화학 공장을 완공했다. 그러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직접 감사의 뜻까지 표했다.

최근엔 국내 기업들의 베트남·인도 등 투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데다 인건비도 많이 올라 매력이 사라진 중국 대신에 이들 국가를 찾는 것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중국을 떠나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매력을 못 느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까지 최근 5년간 국내에 돌아온 리쇼어링(Reshoring·기업 회귀) 기업은 52곳에 불과했다.

◇높은 규제·비용, 낮은 인센티브… "한국에서 왜 사업하나" 기업들의 탈한국 현상에는 국내의 반(反)기업적 투자 환경과 외국의 과감한 투자 유인책이 맞물려 있다. 인센티브와 규제, 인건비 등의 비용이 글로벌 투자 전쟁의 성패를 가르고 있다.

지난달 29일 준공한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 주 정부 측으로부터 20년간 토지를 무료로 임차했다.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았고, 도로 등 인프라도 주 정부가 깔아줬다. 미국뿐만 아니다. 한 대기업 임원은 "베트남은 투자 규모에 따라 '4면 9감'(4년간 세금 면제, 9년간 소득세 50% 감면) 같은 정책을 쓰고 있다"고 했다. 국내 분위기는 딴판이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에 세금 감면 등을 해주면 당장 '기업 특혜' 같은 비판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복마전 같은 규제도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는 기업들에 더 큰 부담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모든 법규를 다 지켜도, 주민 몇 명만 반대하면 허가를 내주지 않아 포기한다"고 말했다. 바이오·핀테크 등 신산업 분야 규제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화학물질관리법 강화 등 기업 규제는 오히려 강해지고 있다.

기업 활동에 따른 비용은 커지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뿐 아니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압박 등이 고스란히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반면 인도는 우수 인재와 하루 평균 임금 6000원의 낮은 인건비를 앞세워 해외 제조업체를 빨아들이고 있다.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도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 연세대 신현한 교수는 "수조원을 투자한 사업이 갑자기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되면, 기업으로선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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