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빠진 한국수력원자력, 안전 관리 부실 '도' 넘었다

임중권 2019. 6. 1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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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달 10일 한빛 1호기의 원자로 이상 출력 및 수동정지 사건 당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안전 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학계와 정치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대표적 에너지원인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수원의 안전 관리 수준이 매우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한수원의 나사 빠진 ‘안전관리’는 지난 5월10일 오전 10시30분께 전남 영광 한빛 1호기에서 벌어졌다. 이날 한빛 1호기 제어봉 측정시험 과정에서 열 출력에 이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한때 열 출력은 18%까지 급상승했다.

한수원 운영 기술지침서에 따르면 원자로의 열 출력은 제한치(5%)를 넘을 경우 즉시 원자로를 수동 정지해야만 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당시 한수원은 12시간 가까이 이러한 상황을 방치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지난 11일 공개한 한수원 발전처의 지난달 15일 ‘한빛 1호기 원자로 수동정지 원인 및 재발방지대책 보고’ 문건에 따르면 당시 근무조는 상황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이 공개한 해당 문건에 따르면 근무조는 제어봉 인출 전 반응도 계산을 수행하면서, 원자로 상태가 미 임계인 것으로 착각했다. 제어봉을 인출하면 원자로 출력이 증가하기 때문에 원자로 반응을 사전에 계산해야 한다. 이 계산은 난도가 높지 않은 작업인데, 근무조는 이러한 작업에서도 계산 실수를 저지르며 상황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이들은 사건 당시 제어봉을 인출하면서 디지털제어봉위치지시기(DRPI)와 스텝 계수기, 냉각재 온도만 살피고 원자로 출력과 기동률 지시기를 감시하지 않았다. 또한 설비 이상 발생 시 점검을 위한 통지 및 작업 오더를 발행하지 않는 등 절차서도 위반한 것으로 보고서에 적시됐다.

결국 국가 중요 에너지원인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하는 근무조가 상황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무능함과 심각한 기강 해이를 드러낸 셈이다.

관련 학계와 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두고 원자력 안전 관리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탈원전에 대한 찬반을 따질 것이 아니라 국가 중요 에너지원에 대한 관리 허점이 심각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원자력공학 박사)은 “과거 한수원이 체르노빌, 후쿠시마의 사례를 보고 후속대책을 반영했다고 강조했지만 그랬다면 어떻게 이번과 같은 임계 고출력 사건이 발생하냐”며 “과거 역사의 교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한수원의 미성숙하고, 절차와 훈련이 안 된 안전관리 수준이 민낯을 보인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한 박사는 “한수원은 줄곧 체르노빌(폭발 사고)과 다르다고 한다. 원전이 사고가 날 경우 과거 체르노빌이 미사일이라면, 한빛 1호기는 수류탄 수준인 것은 맞다”며 “다만 미사일이 터졌다면 그걸 보고 수류탄도 터지지 않도록 대응을 해야만 한다. 저출력에 사고가 안 난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저출력 조건에서 원자력발전소의 안정성은 세계 원자력 업계가 연구 중인 현안 과제”라며 “이 문제는 아직 연구 중이며 체르노빌처럼 폭발하지 않는다고 확정은 못 짓는 게 학계의 입장”이라며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녹색원자력학생연대 역시 “한빛 1호기 사건은 중요 설비를 담당하는 한수원의 미흡한 대응으로 발생한 것”이라며 “운전원이 제어봉 인출을 결정하면서 열 출력이 얼마나 상승할지 예측하지 못했다. 이는 원전 업계의 전반적인 안전문화를 되짚어 보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철희 의원도 “한빛 1호기 사고는 한수원의 안전 불감과 기강해이가 불러온 상식 밖의 사고”라며 “원자로 운영시스템과 설비 전반에 대해 조기폐로 가능성을 열어놓고 무기한, 전면 점검해야 한다”고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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