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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17개 센서 달고 활쏘는 동작, 화면 속 9등신 미녀가 똑같이 하네

박민제 입력 2019.06.16. 05:01 수정 2019.06.17. 22:34
엔씨소프트 게임 제작시설 가보니
모션캡처 기술로 실제 동작 전송
한달 걸리던 그림작업 1주일에 끝
DSLR 132대로 촬영하는 3D스캔
실사 게임 캐릭터 주름까지 구현


모션캡처·3D스캔 직접 체험해보니

어벤져스, 아바타, 반지의 제왕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모션캡처와 3D(차원) 스캔 기술이 게임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데빌 메이 크라이5’, ‘GTA5’, ‘더위처3:와일드 헌트’ 등 최근 수년 간 인기를 끈 글로벌 대작 게임에는 대부분 이 기술을 적용해 만들어진 캐릭터가 나온다. 영화와 애니메이션, 게임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는 셈이다. 지난 11~13일(현지 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E3에서 최고 기대작으로 꼽힌 게임 ‘사이버펑크2077’에도 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게임 속 캐릭터로 출연해 큰 화제를 모았다.

판교 테크노밸리 소재 국내 대형 게임사들도 글로벌 트랜드에 맞춰 영화제작 기법을 게임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대작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이 같은 기법을 활용한 실사형 캐릭터 제작이 필수라서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사 중 최초로 2016~2017년에 자체 모션캡처·3D스캔 스튜디오를 만들 정도로 관련 기술 활용에 열성적이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27일과 30일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엔씨소프트 모션 캡처,3D 스캔 스튜디오를 방문해 두 기술을 직접 체험해봤다.


한달 간 그릴 분량 일주일이면 끝
중앙일보 박민제 기자가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엔씨소프트 본사 지하 1층 모션캡처스튜디오에서 모션캡처를 하고 있다. [사진 엔씨소프트]
딱 달라붙어 ‘쫄쫄이’처럼 보이는 검은색 전용 수트에 몸을 구겨 넣자 민망함이 밀려들었다. 각 관절 마디마다 덧붙여 있는 지퍼 틈사이로 동전만한 센서를 밀어넣고 지퍼를 올렸다. 운동화와 발등 사이, 머리에 두른 헤어 밴드에도 각각 센서를 넣었다. 몸과 밀착된 센서는 총 17개. 앞으로 7 발자국 걷고 다시 뒤돌아 7 발자국을 걷는 영점조정(실제 인물과 게임 캐릭터 간 크기 차이를 비율에 맞게 조정하는 과정)을 마치고 화면을 보자 현실 속 나와는 생김새가 전혀 다른 9등신 게임 캐릭터가 거울에 비친듯 동작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었다. 검을 휘두르고 활 시위를 당기고 발차기·옆구르기를 하는 등 복잡한 동작도 끊김없이 자연스럽게 게임 안에 구현됐다.
이 기술은 '실시간 모션캡처 기술'로 불린다. 관절마다 부착된 센서가 관절의 위치와 각도를 계산해 화면 속 3차원 공간에 인물을 옮겨놓는 방식이다. 카메라를 활용하는 광학식 모션 캡처와 함께 엔씨소프트가 개발하는 게임 속 캐릭터 동작 구현을 1차적으로 담당하는 기술이다. 최근 공개된 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의 새로운 캐릭터 궁사도 이 기술을 적용해 만들었다. 정희석 모션캡처팀장은 “애니메이터들이 일일이 모든 그림을 그려서 캐릭터를 만들 때보다 3~10배 가량 속도가 빠른 게 장점”이라며 “통상 한달 가량 걸리는 작업을 일주일이면 끝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션캡처 기술을 적용해 만든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캐릭터 궁사와 하늬바람. [사진 엔씨소프트]
모션캡처 기술은 게임 도입부·엔딩에 나오는 스토리 전개를 위한 영상(시네마틱), 중간에 나오는 영상(컷신), 실제 캐릭터의 움직임을 구현하는데 적용된다. 정극 배우가 출연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뮤지컬배우, 스턴트맨, 일반인들을 활용하는 일이 더 많다. 정 팀장은 “게임 캐릭터는 표정 연기와 대사보다 몸으로 하는 연기가 더 중요해 정극 배우보다는 뮤지컬 배우, 판토마임 배우가 유리하다”며 “애니메이터들이 자신이 원하는 동작을 구현하기 위해 일하다가 내려와서 잠깐 동작을 촬영하고 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132대 DSLR이 동시 촬영
엔씨소프트 3D스캔 스튜디오 촬영 장비 [사진 엔씨소프트]
하나 둘 셋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을 둘러싼 132대 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가 동시에 후레시를 터뜨렸다. 각 카메라가 촬영한 2차원 사진은 스캔 전문 PC로 전송이 되고 각각의 사진을 중첩시켜 거리값을 계산하면 3D 이미지로 가공이 된다. 기자가 모델이 돼 만든 3D 캐릭터에는 실제 있는 주름에서부터 숨기고 싶은 온갖 잡티까지 사실적으로 구현됐다.
3D 스캔은 실사형 대작 게임에 주로 사용된다. 전문 애니메이터들이 100% 상상해서 만드는 게임 캐릭터보다 더 다양하고 사실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안지훈 엔씨소프트 3D 스캔팀장은 “전문적인 애니메이터라도 각자 고유의 미적 기준이 있다보니 캐릭터를 만들면 자기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주로 만들게 된다”며 “3D 스캔을 사용하면 주변에 볼 수 있는 실제 사람들이 나오니 캐릭터가 더 생생히지고 다양해진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3D 스캔을 통해 구현된 중앙일보 박민제 기자 이미지. [사진 엔씨소프트]
3D 스캔에도 한계는 있다. 모발이나 눈썹같이 검은색 부분은 3D 스캔으로 구현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모델들은 머리에 망 형태로 된 모자를 써 최대한 가리고 3D 촬영을 한다. 이후 만들어진 캐릭터에 일일이 애니메이터가 머리카락을 그려넣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진다. 캐릭터 의상도 따로 제작한다.


게임도 ‘포토리얼리즘’이 대세

엔씨소프트 박상순 비주얼센터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차세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모션 캡처와 3D 스캔 기술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엔씨소프트]
현재 국내 게임 중 3D 스캔이나 모션 캡처를 전면적으로 적용한 게임은 많지 않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게임을 주력으로 하는 게임사들이 많기 때문에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엔씨소프트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자체 모션캡처·3D 스캔 스튜디오를 만들 정도로 대규모 투자를 하는 이유에 대해 엔씨소프트 CAD(최고아트책임자)인 박상순 비주얼센터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차세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게임 예술에도 포토리얼리즘(사물을 사진처럼 정확하고 상세하게 묘사하는 예술 기법)을 추구하는 게 세계적인 경향이다. 고증에 충실한 실사 게임이 흥행도 잘된다. 북미나 유럽 등에서 통할 대작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우리도 3D 스캔이나 모션 캡처를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현재 내부적으로 진행 중인 차기 프로젝트 중 2개에는 이 두가지 기술을 대폭 적용해 만들고 있다.”
세계 최대 게임쇼인 E3에서 공개된 신작 게임 ‘사이버펑크2077’에는 헐리웃 유명 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사진 CD프로젝트 레드]
박 센터장은 해외 시장에서 발생할 혹시나 모를 위험 요인을 줄이는 데도 3D 스캔 등의 기술이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북미 게임사가 삼국지 같이 동양 문화가 배경이 된 게임을 만들면 우리 입장에서 굉장히 어색한 경우가 많다. 반대로 중세 판타지풍 게임을 동양에서 만들면 그것도 이상한 경우가 생긴다. 그런 면에서 해외시장을 겨냥한 게임은 최대한 불호(不好)를 줄이는 쪽으로 가야하는데 3D 스캔 등을 통하면 그 리스크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어떻게 보면 게임 제작에 이 같은 모션 캡처와 3D스캔 기법을 많이 활용하고 역량을 키우는 건 엔씨소프트의 미래, 그리고 한국 게임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투자인 셈이다.”
판교=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 [판교소식]판교 글로벌게임허브센터 입주공모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 관련 예비창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글로벌게임허브센터 게임벤처4.0’ 입주사를 모집한다. 선정된 입주사들은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있는 글로벌게임허브센터 내 사무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임대료·관리비가 없으며 게임 개발 관련 여러 장비도 대여해준다. 예비창업인·창업 1년 미만 개발사라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입주 희망자는 오는 21일까지 관련 서류를 구비해 제출하면 된다. 선정결과는 다음 달 2일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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