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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法석]"구독자 2만명 감사합니다" 유튜버는 전 대법관

정진호 입력 2019.06.16. 06:00 수정 2019.06.16. 07:56

「 '야단법석(야단法석)'에서는 법조계의 각종 이슈와 트렌드를 중앙일보 법조팀 기자들의 시각으로 재조명합니다. '야단法석'을 통해 법조계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세요.


지금까지 이런 유튜버는 없었다, 유튜버인가 변호사인가
유튜브에 ‘변호사 유튜브’라고 검색해봤습니다. 차산선생법률상식, 킴변, 로이어프렌즈, 이윤규 변호사... 100개 가까운 채널이 화면에 표시됩니다. 전직 대법관이 직접 동영상을 찍어 올리는 채널도 보이고 생활법률을 설명하는 동영상, 변호사의 일상을 찍어 올린 것도 있습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올린 한 영상은 조회수가 200만을 넘기도 했습니다.

SNS에는 변호사가 자신이 맡았던 사건을 만화로 그린 웹툰도 늘고 있습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변호사들이 유튜브나 SNS 등으로 소통하는 목적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변호사 수가 급증한 게 큰 영향을 미친 건 분명합니다. 협회에 등록된 변호사 수는 4년 전 처음 2만명을 넘은 이후 계속해서 증가해 지금은 2만6000여명에 달합니다. 변호사에게 마케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셈입니다.


콘텐트는 다양…주 목적은 "이름 알리려고"
동갑내기 변호사 3명이 나와 ‘변호사의 워라밸’, ‘검사와 변호사는 친한가요?’ 같은 법조계 뒷이야기를 전해주는 ‘로이어프렌즈’는 대표적인 인기 유튜브 채널입니다. 이슈되는 사건을 법적으로 풀어주는 등 변호사만이 할 수 있는 콘텐트를 올리기 때문입니다.
유튜브채널 로이어프렌즈 운영하는 (왼쪽부터)이경민?손병구?박성민 변호사. [유튜브 캡처]
동료 변호사들에게 로이어프렌즈를 해보자고 처음 제안했다는 박성민(35) 변호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영상을 찍고 싶다”면서도 “유튜브를 계속하는 건 우리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했습니다. 함께 영상에 출연하는 손병구(35) 변호사는 “사건 수임까지 이어진 적은 거의 없지만 사무실을 통해 상담 전화가 오곤 한다”고 말했습니다.

‘9개월 만에 사법시험 합격하는 공부법’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유명해진 이윤규(35) 변호사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정보가 없어 힘들었기 때문에 변호사시험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며 “취지와는 다르지만 구독자가 늘면서 사건을 맡기고 싶다는 연락이 많이 온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인터넷상에서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은 심리 때문입니다.

이혼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박리나(34) 변호사는 ‘부자로 속인 남편과 혼인취소 가능할까’, ‘바람 피운 배우자 상대 위자료 소송 이기는 법’ 등의 영상을 올립니다. 영상 하단에 사무실 연락처를 써놓는 등 영업수단으로 유튜브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구독자 2만 감사합니다" 주인공은 전 대법관
유튜브 채널 차산선생법률상식을 운영하는 박일환 전 대법관. [유튜브 캡처]
조금 다른 성격의 유튜브 채널도 있습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대법관을 지낸 박일환(68) 변호사는 차산선생법률상식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꾸준히 영상을 올리고 있는 박 전 대법관은 구독자가 2만명을 넘자 “많은 성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며 구독자에게 인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전업 유튜버와 똑같은 고민을 합니다. 일상생활에 밀접한 판례나 법률지식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어 유튜브를 시작했다는 박 전 대법관은 “영상으로 찍을 만한 소재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괴롭다. 매일 다음 회차 영상 아이디어를 고민한다”며 “그래도 그만 둘 계획은 없고 꾸준히 영상을 올릴 예정이다”고 말했습니다.


이혼 변호사의 만화도 인기
변호사 유튜버가 올린 영상 중 조회수가 가장 많이 나온 건 ‘킴변’의 ‘변호사 브이로그’입니다. 특별한 내용 없이 사무실에 출근해 서류를 검토하는 일상을 담은 영상은 200만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여기가 악플 달면 법정에서 팬미팅 하는 곳인가요?” 등 댓글에 변호사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면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변호사들은 유튜브뿐 아니라 SNS를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맡았던 특이한 사건을 만화로 그려 올리는 식입니다. 이혼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조인섭(44) 변호사는 인스타그램에 ‘조인섭 변호사의 이혼 사건 다이어리’라는 만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만화에는 ‘비슷한 상황인데 위로를 얻었다’는 등 공감하는 댓글이 수백개씩 달립니다.
김지수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 킴변. [유튜브 캡처]


변호사 2만6111명…"업계 불황에 마케팅 중요"
변호사들의 마케팅이 다양해지는 건 1인당 수임하는 사건이 줄고 변호사 업계의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과 떼어놓고 볼 수 없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변호사 수는 2만6111명입니다. 증가 추세를 봤을 때 2022년엔 변호사 수가 3만명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변호사는 계속 느는 반면 시장 규모는 큰 변화가 없어 업계 불황은 커지고 있습니다.

검찰 전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내에서도 괜찮은 커리어를 쌓았고 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데도 수임 사건이 많지 않다”며 “변호사 업계 자체가 불황이다 보니 전관 변호사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대가 왔다”고 말합니다. 지난달 ‘MC강변’이라는 유튜브를 시작한 강성신(35) 변호사는 “성형외과 의사, 피부과 의사 등 법조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업 전문직은 일찌감치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자신이 아는 정보를 쉽게 풀어낼 수 있는 유튜브는 변호사에게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다”고 설명합니다.

최근 유튜브를 다시 시작한 양소영(48) 변호사는 “변호사 유튜버가 늘어나는 추세와 업계 불황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또 “이제 글보다는 영상의 시대다”고 덧붙였습니다. 20‧30대 젊은층이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검색하는 게 보편적이기 때문에 홍보 수단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관심 끌기,자극적 영상 부작용 우려도
많은 사람이 법률 정보를 쉽게 습득할 수 있게 된 건 분명 장점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유튜브, SNS, 웹툰과 같은 채널의 특성상 관심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조두순 신상 퍼트려주세요! 킴킴변호사가 지켜드립니다’는 제목의 영상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조두순이 강력범죄자인 건 사실이지만 얼굴 등 신상을 유포하면 법적 책임을 질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진 유포 등은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고 표현이 과할 경우 명예훼손 소지도 있다”며 “변호사가 법조인으로 가지는 권위가 있는데 자신의 말을 믿는 누군가가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걸 변호사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충윤(35) 변호사는 “올바른 정보제공 측면보다는 간접광고 목적의 유튜브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며 “부작용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는 이들이 변호사업무광고규정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진호‧백희연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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