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100만 시위, 200만명 됐다.."행정장관 하야하라"
1989년 천안문 사건 때보다 더 많아
송환법 보류 아닌 완전한 철폐 요구
"악법 폐지" 소셜미디어로 시위 생중계도
친중 신문사 전광판 시위대 야유로 운영 중단
시위 6시간 만에 람 장관 공식사과 성명 발표
폼페이오 "G20 때 홍콩 시위 논의할 것"
집회 주최 측은 17일 자정을 넘기자 전날 시위에 200만 명 넘는 홍콩 시민이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홍콩에서 벌어진 역대 최대 규모의 시위로 홍콩인 10명 중 3명이 거리로 뛰쳐나왔다는 얘기다.
시위가 본격화된 지난 9일 103만명(집회 주최 측 추산)이 모인 것을 기점으로 시위는 급물살을 타더니, 1989년 천안문 사건을 지지했던 홍콩 150만 시위 규모도 넘어선 것이다. 다만 경찰 측은 추산 시위 인원을 밝히지 않았다.
홍콩 정부가 전날 송환법 추진을 ‘연기’한다고 발표했지만, 시위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시위대는 법안을 다시 추진할 수 없도록 완전한 철폐를 요구했다.
시위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당초 강경 태도를 굽히지 않던 캐리 람 장관도 공식 사과에 나섰다. 시위 6시간 만인 오후 8시30분쯤(현지시간) 람 장관은 성명을 내고 “진심으로 겸허하게 모든 비판을 수용하겠다”며 "더 많은 시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과를 하면서도 송환법 철폐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시위대가 출발한 빅토리아 공원에서 만난 에드먼드는 “홍콩 인 블랙”이라며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한 캐리 람 행정장관에 크게 실망했다”고 하야를 요구했다.
이날 시위는 정오쯤 퉁러완(銅鑼灣) 일대에 흰 리본을 가슴에 꽂고 흰색 국화를 든 검은 옷차림 시민들이 모여들면서 시작됐다. 이른바 '상복' 시위다. 홍콩 언론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위를 생중계했다. 생중계 영상에는 전세계 네티즌들이 실시간 댓글을 달며 지지를 표시했다. 일부 시위대는 2014년 우산 혁명의 상징인 우산을 펼쳐 들고 행진했다.
시민들은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악법 폐지” “린정(林鄭·캐리 람 행정장관의 성) 하야”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빅토리아공원을 출발해 정부 청사가 있는 애드미럴티까지 4㎞ 구간을 검게 물들였다.
시위대 인파가 몰려들자 안전사고를 우려한 홍콩 지하철은 센트럴, 애드미럴티, 완차이, 퉁러완 등 시위 구간에서 열차를 무정차 통과했다.
시위대는 중국에 대한 반감도 숨기지 않았다. 시위대는 헤네시가에 위치한 친중국 성향 신문 대공보사의 대형 전광판에 '홍콩 당국을 지지한다'는 중국 외교부의 성명 내용이 나오자 거센 야유를 퍼부었다. 시위대의 야유에 못이긴 대공보 측은 전광판 운영을 중단했다. 그 순간 도로를 가득 메운 인파의 야유는 환호로 변했다.
홍콩 사무를 담당하는 권력 서열 7위의 한정(韓正) 정치국 상무위원은 홍콩과 인접한 선전에서 이날 시위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시위를 막는 데 실패한 캐리 람 행정장관은 레임덕에 직면했다. 홍콩 명보는 “캐리 람 행정부를 레임덕 정부”라고 규정하고 “성난 시민들이 내년 입법회 선거에서 행정 장관의 지지 기반인 친중파 의원에게 화풀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03년 홍콩 기본법 23조 국가보안법 규정이 철폐됐을 때 조기 사퇴한 둥젠화(董建華) 전 행정장관의 재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시위가 점점 확대되자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도 홍콩 사안에 개입하려는 듯한 인상을 피우고 있다. AFP통신은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8일부터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시진핑 국가주석과 홍콩 시위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국의 민주화 경험에 대한 관심도 이어졌다. 지난 14일 어머니 집회에서는 한국의 운동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이 광둥어와 한국어로 불리웠다. 1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폭력적이고 갑작스러운 찬탈보다 권력자의 점진적이고 조용한 침입으로 자유가 박탈된 사례가 더 많았다”는 한국 대학생의 기고문을 실으며 한국의 관심을 전했다.
홍콩=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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