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G20 앞두고 꺼낸 '북한 카드'..한반도 정세 중대변화 오나

입력 2019.06.17. 22:36 수정 2019.06.1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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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 최고지도자 14년 만의 방북 왜?
이달말 트럼프와 담판 앞두고
미-중 무역전쟁 협력 모색 '결단'

시 주석, '지금이 개입할 때' 판단
한반도 평화협상 무대 전면 등장

청와대 "지난주부터 동향 파악 주시"
남북 4차회담 가능성 높아질 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0~21일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 사진은 지난해 6월19일, 제3차 북-중 정상회담 당시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악수하는 모습이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격적인 평양 방문은, 지난해 초부터 본격화한 한반도 평화 과정에서 한발짝 뒤로 물러서 있던 중국이 무대 전면에 나서기로 했음을 뜻한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던 한반도 정세에 중대 변화의 시발점이 될 전망이다.

20~21일 평양에서 진행될 북-중 정상회담은 당연히 양국 합의에 따른 것이지만, 시진핑 주석의 결단이 결정적 요인이다. 시 주석의 방북은 지난해 3월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네차례 방중하면서 시 주석의 방북을 요청했는데도 지금까지 성사되지 않은 터다. 시 주석이 2012년 말 공산당 총서기를 맡아 최고지도자에 오른 지 6년 반 만의 방북이자, 중국 최고지도자로선 2005년 후진타오 총서기 이후 무려 14년 만의 방북이다.

시 주석이 왜 이 시점에 방북하기로 결단했는지는 여러 측면에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총성 없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미-중 ‘무역·첨단기술 전쟁’을 빼놓을 수 없다.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진행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담판을 앞둔 시 주석이 ‘북한 카드’를 활용하기로 했다는 뜻인데, ‘대결’보다는 ‘협력’ 모색에 초점을 맞춘 결단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시 주석으로선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 과정에서 ‘중국은 미국의 협력 파트너’임을 강조하면서 긴장과 갈등을 낮출 좋은 협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시 주석의 평양 체류 일정이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북 일정으로는 북-중 관계 70년사에 전례가 없는 1박2일의 ‘초단기’인 사실은 이번 방북에 사회주의권 특유의 당 대 당 ‘친선 외교’보다 ‘정세적 고려’가 우선 작용했음을 방증한다.

아울러 시 주석의 방북 결정은 바로 지금이 ‘중국이 개입할 때’라고 판단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 주석의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쪽이 지난해부터 ‘중국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압박해도 선뜻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라며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시 주석은 평양에서 김 위원장과 나눈 얘기를 지20 정상회의 계기에 양자회담을 통해 문 대통령한테 전하고 향후 대책을 협의할 전망이다. 청와대는 “지20 정상회의 전후 시진핑 주석의 방한 계획은 없다”고 단정적으로 발표했다.

시 주석뿐만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의 셈법 또한 중요하다. 김 위원장이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 한돌 계기에 트럼프 대통령한테 친서를 보내고, 기념우표를 발매한 데에는 ‘시 주석 방북’ 변수가 작용한 듯하다. 아울러 김 위원장 집권 뒤 네차례 북-중 정상회담 전후의 사정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2차 방중(2018년 5월7~8일, 다롄)과 3차 방중(6월19~20일, 베이징)이 있었고,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4차 방중(1월7~10일, 베이징)이 있었다. 아울러 문 대통령과의 첫 남북정상회담(2018년 4월27일)을 앞두고 1차 방중(2018년 3월25~28일, 베이징)이, 문 대통령과의 2차 정상회담(2018년 5월26일, 판문점 통일각)을 앞두고 2차 방중이 이뤄졌다.

이런 전례에 비춰볼 때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5차 북-중 정상회담이 3차 북-미 정상회담까지는 아니더라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조기 4차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낳는다. 문 대통령이 지난주 노르웨이와 스웨덴에서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린 문제”라며 4차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놓은 배경에 시 주석의 방북이라는 ‘비공개 변수’가 작용한 듯하다.

실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밤 “정부는 지난주부터 시 주석의 북한 방문 추진 동향을 파악하고 예의 주시해 왔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정부는 시 주석의 북한 방문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이의 조기 실현을 위해 중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왔다”며 “이번 방문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협상의 조기 재개와 이를 통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미 시 주석의 평양행을 알고 있었고, 이런 변화가 정세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기대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시 주석의 방북은 긍정적 변화 요인”이라며 “그만큼 남북정상회담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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