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박근혜 사람들'의 황교안 때리기..박(朴)과 황(黃)의 거리감 반영

강병한 기자 입력 2019.06.18. 10:59 수정 2019.06.1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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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규재 팬앤마이크 대표가 지난 2017년 1월 정규재 TV 대표 자격으로 당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규재TV 갈무리

‘박근혜 남자들’로 불리는 인사들이 최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전 정부에서 한 배를 탔지만 지금은 옥중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제 1야당의 대표 사이의 거리감이 반영된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정규재 팬앤마이크 대표 겸 주필은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황 대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정 대표는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인 2017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마지막으로 인터뷰한 인물이다.

정 대표는 황 대표의 ‘보수철학’ 부재를 집중 질타했다. 일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무애무득이다. 주장이 없다. 고고하다. 검사 출신만 인간인 줄 안다. 경제를 모른다. 자유주의 철학과 자유주의 입법이 무엇인지는 더욱 모른다. 종이에 써주지 않으면 말이 안 나온다. 자기의 것이라고 할만한 사상이 없다. 그냥 범생일 뿐이다. 지금도 그렇다. 웅변은 기가 막힌 눌변이다. 말의 문제가 아니다. 컨텐츠가 없다. 말을 줄이는 귀족 습관이 몸에 붙어 있다. 당원들의 마음조차 그것을 끌어안는다는 것 자체를 모른다. 해본 적도 없다. 당원들을 애 보듯이 한다. 당원들은 속으로 기분이 아주 나쁘다. 대표가 단상에서 말하는데 단하에서는 빈정거린다.”

정 대표는 “삼삼오오 모이면 황교안 걱정이다. 본인만 이 사실을 모른다”면서 “박근혜 정권도 경제민주화 깃발을 들었다. 이명박도 동반성장을 내걸었다. 황은 또 무엇을 내거나. 아니 내 걸 수 있는 작은 근거라도 있기는 한 것인가”라고 남겼다.

한국당을 탈당해 대한애국당에 입당한 친박근혜계 홍문종 의원도 이날 황 대표를 우회 비판했다. 홍 의원은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태극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 보수우익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모으는 데 있어서 역할을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으나 보수우파를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중심 국민들로부터는 외면당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것을 황교안 대표가 정신 바짝 차리고 그 일을 감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공식 탈당 기자회견을 한다.

홍 의원은 지난 11일 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도 “길거리에 있는 태극기를 들고 있는 사람들은 (황 대표에게)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며 “이런 분노나 섭섭함을 못 듣고 계신다면 지금 대표는 잘못하고 계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황 대표께서 보수우익의 구심점 역할을 해 주셨어야 했다”며 “보수우익의 가치나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전혀 관심도 없으신 것 같다”며 말했다.

홍 의원과 가까운 ‘박근혜 호위무사’인 유영하 변호사도 황 대표를 ‘저격’ 한 적이 있다. 유 변호사는 전당대회 기간인 2월 7일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이 언젠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만나고 싶다는 뜻을 교도소 측에 전해왔고 대통령께서 거절했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주장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2017년 3월 31일부터 수차례에 걸쳐 교도소 측에 대통령의 허리가 안 좋으니 책상과 의자를 넣어달라고 부탁을 했다”며 “전직 대통령 예우를 해달라고 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황 대통령 권한대행이 보고를 받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7월 21일 책상과 의자가 반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병상용 침대라도 넣어달라고 했고 그것은 교도소에서 조치가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대통령 수인번호는 이미 인터넷에 떠돈다”며 “자기를 법무부 장관으로, 그리고 국무총리로 발탁한 분이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데 수인번호를 모른다는 말에 모든 것이 함축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1월말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선거 사무실 호수가 박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 ‘503’과 같다는 질문에 대해 “박 전 대통령 수인번호까지는 모른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박근혜의 남자’를 자처하는 인사들이 황 대표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것은 박 전 대통령과 황 대표의 거리감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 측이 법원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한 4월 17일 황 대표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과 그 후에 자신을 적극 방어하지 않고, 정략적 목적으로만 활용하려는 황 대표를 불신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황 대표는 줄곧 “여성의 몸으로 오랫동안 구금생활을 하고 계시다. 아프시고 여성 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계신 점을 감안해서 국민 바람이 이뤄지길 바란다”면서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해왔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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