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농가들의 '매운 눈물'

윤희일 선임기자 2019. 6. 1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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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정부·농협, 6만6000톤 폐기에도
ㆍ작황 호조로 12만톤 공급 과잉
ㆍ20㎏ 가격, 평년 대비 ‘반토막’

최근 이례적인 작황 호조로 양파의 생산량이 크게 늘어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에서 18일 경남 창녕군의 한 밭에서 농민들이 양파를 수확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전북 익산시 여산면 상양마을에서는 농민들이 트랙터를 이용해 애써 키운 양파 밭을 갈아엎었다.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에서 양파를 수확·출하하는 경우 포장비·운송비가 추가되면서 손해가 커질 것으로 판단한 농민들이 눈물의 결단을 내린 것이다. 정부와 농협이 중·만생종 양파(5월 하순부터 6월 하순 사이 출하되는 양파) 6만6000여t을 사들인 뒤 산지 폐기에 나서면서 이런 풍경은 전국의 양파 주산지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주된 요인으로 양파 생산량의 증가와 이에 따른 가격 폭락이 꼽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18일 조사한 양파 중품 20㎏당 도매가격은 5420원으로 1개월 전에 비해 33.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서는 47.1%, 평년 가격에 비해서는 55.0% 각각 폭락한 것이다. 상품 가격 역시 1개월 전에 비해 29.6%, 1년 전에 비해 42.6%, 평년에 비해 45.8% 각각 떨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양파 가격 하락의 이유로 이례적인 작황 호조에 따른 생산량 증가를 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측본부는 지난달 중순 양파 주산지의 가뭄 및 고온현상이 해소되는 등 최상의 생육조건이 형성되면서 중만생종 양파의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19.4~21.8%, 평년에 비해 12.4~14.6% 각각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재배면적이 지난해 17.2% 감소한 상황에서도 올해 중만생종 양파 생산량이 130만t으로 급증하면서 결국 12만t 정도의 공급과잉 사태가 빚어지게 됐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분석이다.

농식품부는 비상대응에 들어갔다. 그동안 9만6000t의 양파를 사들여 폐기·저장·수출을 추진해온 농식품부는 농협과 함께 2만6000t의 양파를 추가로 수매한 뒤 시장이 안정화된 뒤 탄력적으로 방출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양파는 유난히 크고 맛도 좋다”면서 소비자들에게 양파를 적극적으로 소비해줄 것을 당부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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