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로 동생 잃은 권오현씨 "모두 위로 받는 노래 부르고 싶어" [주목! 이 사람]

2019. 6. 1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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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씨(32)는 자신을 ‘오천이형’이라고 소개했다. 5년 전 오천이는 세월호에 올랐고 형은 동생을 잃었다. 2년 동안 유가족대책위원회 활동을 했다. 진실규명을 위해 전국을 떠돌아다녔다. 심한 후유증이 찾아왔다. 폭식을 한 뒤 먹은 음식을 그대로 게워내는 폭식증을 앓았다. 목숨을 끊으려고도 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멍하니 몇 년을 보냈다.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생각, 생명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어요. 사고가 나면 ‘제발 사람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사고를 두고 돈을 얘기하는 사회에 염증도 느꼈고요. 무엇보다 사람이 무서워졌습니다. 세월호 유족을 욕하는 그들을 겪고 난 뒤에 생긴 변화예요.”

언제까지나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가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동안 세월호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었다. 권씨는 일단 노래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음악을 전공한 것도, 직업도 아니었지만 노래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었다.

“어느 날 ‘직접 겪은 감정으로 곡을 만들고 가사를 붙여 노래를 한다면 동생과 동생 친구들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가사를 쓰기 위해 시집을 읽기 시작했죠. 작곡 공부도 하고 노래 연습도 꾸준히 했습니다. 지금도 하고 있고요.”

6월 11일 권씨의 노래가 세상에 나왔다. 제목은 ‘매순간’이라고 지었다. 노래에는 오롯이 떠난 사람에 대한 그리움만 담았다. 참사를 떠올릴 만한 표현은 넣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이 들었을 때 추모곡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누구나 상처가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다. 노래를 들으며 자신의 상처를 생각하고 위로받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음원 수익금은 같은 아픔을 공유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다.

노래가 나오기까지 힘써준 고마운 사람이 많았다. 4·16가족합창단이 부른 네버엔딩스토리를 통해 인연을 맺은 윤영준 PD가 곡의 프로듀싱을 맡았다. 가수 윤종신의 〈좋니〉를 쓴 작곡가 포스티노(Postino)가 음원화 작업을 했다. “뒤늦게 작곡 공부를 시작해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음악에 담긴 의미와 시작하게 된 계기가 다른 분들과는 다르기도 했고요. 힘들 때마다 희생자들이 오래 기억돼야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버텼습니다.”

권씨는 앞으로도 마이크를 놓지 않을 생각이다. 누구나 위로받을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쓰고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세월호뿐만 아니라 사고 혹은 어떠한 계기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힘이 되는 음악을 하려고 합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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