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성불 못한다?..일 불교계에도 '성평등' 화두 대두

입력 2019. 6.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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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3종' 등 성차별적 내용 많아, 사찰 주지 등 '차별' 철폐 노력
신학자 "경전은 기록 당시 사회 반영, 시대변화 맞춰 변해야"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Too. 나도 당했다)'와 의대 등 대학입시에서의 여성차별 사실이 드러난 것을 계기로 성평등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불교계에서도 성평등이 화두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계승돼온 불교 경전에는 현대적 시각에서 보면 차별적인 기술이 적지 않다. 경전의 가르침을 어떻게 이해하고 현대사회와 어떻게 융화해야 할지를 놓고 일본 각지의 사찰 주지 등 불교 지도자들이 씨름을 벌이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죠도신슈(浄土真宗) 종파의 하나인 신슈오타니하(真宗大谷派)의 본산인 교토(京都) 소재 히가시혼간지(東本願寺)는 작년 12월부터 금년 2월까지 개최한 '경전속의 차별' 기획전에서 세계인권문제연구센터 미나모토 준코(源淳子) 연구원이 준비한 여성차별에 관한 패널 전시를 종단의 입김 때문에 하지 못하게 했다.

전시에서 제외된 패널에는 여자는 수행을 하더라도 부처가 될 수 없다는 '오장(五障)'과 부모, 남편, 자식을 따라야 한다는 '3종(三従)'의 가르침을 비롯, 여자는 남자로 환생해야 성불할 수 있다는 '변성남자' 사상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부처 사후 오랜 시간이 지난 후대에 일부 불교종파가 도입한 것으로 알려진' 오장'은 여자는 범천왕, 제석왕, 마왕, 전륜성왕, 부처가 될 수 없다는 설이다.

3종은 여자는 어려서는 부모, 결혼후에는 남편, 늙어서는 자식을 따라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현대의 시각에서 보면 명백히 차별적인 내용이다. 고대 인도사회의 여성차별관이 불교에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패널을 준비했던 미나모토 연구원은 "불교의 이름으로 생각(思考)을 중지시켜서야 되겠느냐"며 공개질의를 한 끝에 지난달 하순 열린 심포지엄에서 종단 총무원장 명의의 답변을 얻었다.

종단 측은 "(경전 등은) 지어진 시대의 사회상황이 짙게 반영돼 있기 때문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표현이 있다"고 전제, "(종단의) 공식 견해를 발표할 수 있도록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미나모토 연구원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신슈오타니하 본산인 히가시혼간지 전경 [홈페이지 캡처]

불교 경전은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제자 등이 "나는 이렇게 들었다"고 기술하고 해설한 것이다.

"실제로는 훨씬 후대에 기록된 것도 적지 않아 모순이 많고 빼 먹은 부분도 무수히 많으며 경전의 어디에 관심을 가질지도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는게 다이라 마사유키(平雅行) 교토첨단과학대 특임교수(고대중세불교사)의 설명이다.

다이라 교수에 따르면 헤이안(平安)시대(794년-1185년) 남성중심의 귀족사회가 형성되면서 '오장삼종'이 침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남자로 환생해야 구원 받는다"는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차별적인 '구원론'을 여러 종파가 유포했다. 이후 일반에서도 가부장제가 형성되면서 여자죄업관이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이라 교수는 불교는 원래 유연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에는 사상적으로 가치가 있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오해를 초래하는 만큼 교단이 그 시대에는 그랬다고 설명하기는 어렵지 않다"고 지적하고 "전통은 바뀜으로써 지켜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차별에 관한 연구가 불충분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3월 편저서 '현대일본의 불교와 여성'을 출판한 오미 도시히로(碧海寿広) 무사시노(武藏野)대학 교수(종교학)는 "연구자는 남성이 다수여서 '반전(反戦) 같은 거창한 주제에는 적극적이지만 남녀차별 같은 신변 문제에는 소홀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에 산재하는 사찰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사찰은 "문화 전달센터같은 존재인 만큼 승려의 의식 개혁과 이론적 뒷받침이 이뤄지면 불교야말로 여성차별을 시정할 수 있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사찰 단위의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효고(兵庫)현에 있는 신수오타니하 사찰인 소겐지(宗玄寺)의 사카이 가쓰히코(酒井勝彦) 주지(75)는 장례에서 독경을 할 때 경전에 적혀있는 "변성 남자'를 읽지 않는다. 학습회 등의 절 행사에서는 피차별 부락이나 장애자 문제를 다루기도 하고 설법에서 '삼종'의 의미를 신도들에게 묻기도 한다. "일반사회에서는 없애려 하는데 불교에는 남아있다.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종단 본부에서 어떻게 해주기만 기다려서는 당사자 의식이 없어진다. 그러다가 불교가 사회에서 외톨이가 되는 일이 없도록 모두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 종파의 한 여성 주지는 "전쟁에서 고통을 겪은 고령 여성에게 '변성남자'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여자로서 빛나는 인생을 살았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죠도진슈 혼간지(本願寺)파는 1986년에 장의규범 근무방식을 개정해 남녀의식을 통일하는 등의 노력을 해오고 있다.

기후(岐阜)현 소재 사이준지(西順寺)의 미우라 마유미(57) 주지는 "(차별적인 기술을) 없었던 것으로 할 수는 없지만 듣는 사람이 상처받지 않도록 읽는게 좋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혼간지파인 불교부인회총연맹은 1966년 제정한 강령을 작년에 개정하면서 '불법의 어머니', '염불향이 나는 가정을 구축해 불교 어린이를 양육한다'는 표현을 삭제했다.

검토위원회를 설치해 "기혼여성(가정주부)을 대상으로 하는 단체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거나 "조직 확충, 차세대 육성을 고려할 때 현대사회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 등을 논의한 끝에 이뤄진 조치다.

개신교 목사로 사회학자이자 신학자인 호리에 유리(堀江有里) 교수는 "종교는 원래 일반사회보다 더 강력한 형태로 남자다움, 여자다움을 규정한다"면서 "그런 가운데 성차별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사람에 대해 신앙심이 부족하다거나 기도가 부족하다고 하면 고립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교는 사회 구성원이 만든 사회를 축소한 그림이기도 하기 때문에 시대와 함께 남녀평등 움직임에 맞추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진슈오타니파는 2008년부터 주지의 아내를 부르는 호칭인 '보모리(坊守)'를 여성 주지의 남편에게도 적용하고 있다. 아사히는 남성 중심이던 사찰운영에도 남녀 공동 참여의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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