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의 국민연금 대전환 "낸 만큼 받고, 기초연금 50만원"

신성식 2019. 6. 2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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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모수개혁과 다른 구조개혁안 제시
복지부 "검토한 적도,그럴 계획도 없다"
전문가 "정부 안과 함께 논의해야"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중앙포토]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정부와 다른 연금개혁의 길을 제시했다.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의 비율)이나 보험료율과 같은 숫자를 바꾸려는 정부안과 차원이 다르다. 국민연금의 틀을 바꾸는 구조개혁 방안이다.
김 이사장은 19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모수 개혁(숫자 개혁)으로는 한계가 있다. 구조개혁 방안도 테이블에 올려놓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며 "처음부터 이런 논의를 봉쇄하면 담론이 형성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수 개혁이란 '소득대체율 40%-보험료율 9%' 조합을 바꾸는 미시적 개혁을 뜻한다. 김 이사장이 제시한 방안은 낸 돈보다 덜 받거나 더 받게 돼 있는 국민연금을 낸 돈 만큼 받는 소득비례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대신 기초연금을 지금의 약 두 배로 올린다. 김 이사장은 정부와 차이를 인식해서인지 "다만 지금 이런 논의를 하기에는 시기상조다. 지난해 연금제도발전위원회에서 논의했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부는 단호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구조 개혁안은) 지난해 연금제도발전위원회 회의에서 잠깐 언급했다가 논의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검토한 적도, 논의할 계기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실현 불가능한 안"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제도발전위원회 논의를 토대로 '4지 선다' 개편 방안을 만들어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는 손도 대지 않았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연금특위가 6개월 논의했으나 결론 없이 4월 문을 닫았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민연금의 고소득층은 보험료를 많이 내고 연금을 적게 받고, 저소득층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다. 이런 식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강하게 들어있다. 노후연금액을 산정할 때 적용하는 소득대체율(40%)의 절반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하고, 나머지는 소득비례로 계산한다. 2008년 기초노령연금, 2013년 이를 확대한 기초연금이 도입되면서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 이하의 저소득 노인의 노후를 돕는다. 9만여원(소득대체율 5%)에서 시작해 30만원(12%)까지 올랐다. 앞으로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그동안 손대지 않았다.
김성주 이사장은 국민연금을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하되, 먼저 기초연금을 30만원에서 점진적으로 50만~60만원으로 올리자고 제안한다. 지급대상도 소득 하위 70% 이하가 아니라 전 계층으로 확대한다. 문제는 돈이다. 지금도 기초연금에 한 해 12조원가량이 들어가는데, 김 이사장 안대로 할 경우 30조원가량 들어간다. 김 이사장은 "조세 기반을 확충해 충당해야 한다"고만 말했다. 증세나 세목 신설에는 선을 그었다.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하면 저소득층 국민연금은 줄어든다. 그걸 기초연금으로 보완해서 총 수령액을 늘리자는 것이다. 지금의 소득대체율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고소득층도 국민연금·기초연금이 늘어날 전망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김 이사장은 최근 캐나다를 방문해서 궁리 끝에 이번 안을 내놨다. 캐나다는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53만원(최고액)을, 국민연금은 소득비례 방식으로 평균 50만원을 지급한다. 소득대체율이 각각 15%, 25%다. 둘을 합쳐 40%를 보장한다. 한국은 각각 12%, 40%이다. 김 이사장은 기초연금을 올리고 국민연금은 그대로 두거나 낮추자는 것이다. 2004년 당시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도 비슷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한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김 이사장의 제안에 대체로 우호적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부분과 기초연금은 중복이다. 이를 합치되 국민연금은 낸 만큼 비례해서 받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며 "기초연금을 올리되 저소득 노인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수 개혁은 정답이 없다. 정부 개편안도 정답을 찾기 힘들고 지루한 싸움만 이어질 것"이라며 "김 이사장의 제안은 전향적이고 귀담아들을 만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도 "이번 제안은 말이 된다.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줄일 필요가 있다. 다만 완전히 없애지 말고 일부 남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신 기초연금을 40만원 정도로 올려서 월드뱅크가 제안한 최저수준(소득대체율 20%)을 보장하면 된다"고 말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에 소득재분배 기능이 들어있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김 이사장 제안대로 소득비례로 바꾸되 노동시장을 개혁해 연금 가입기간을 늘리고, 보험료 부과 기준 소득상한을 실제소득에 버금가게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기초연금을 60만원으로 올리자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국민연금을 이 정도 받기가 얼마나 힘든데, 세금으로 60만원을 보장하려고 드나"며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재정을 감당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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