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 소리 못 참아"..조계종 '문화재관람료 논란' 해결될까

이기림 기자 입력 2019. 6. 20. 15:24 수정 2019. 6. 2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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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대책 마련 촉구..미해결시 사찰 국립공원 지정해제·헌법소원 낼 것"
예산부족·입장차 문제로 해결방안 마련 난항 예상
조계종 기획실장 오심 스님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 문화기념관에서 문화재관람료 논란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며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뒤 합장하고 있다. 2019.6.2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일방적으로 '산적'이란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불교계는 지난 1700년 동안 전통사찰을 지켜왔고, 문화재 등을 보존하고 있는데 말이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에서 만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겸 대변인인 오심스님은 이같이 말했다. 이날 조계종은 국립공원 내 사찰의 유지 및 보존을 위한 '문화재 관람료' 논란에 대해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계종은 "한쪽으로는 사찰이 보존하고 가꾸어 온 자연환경과 문화유산들을 국가가 보호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사찰과 국민들의 갈등과 분쟁을 조장 내지 방치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논란해소를 위해 Δ자연공원법 개정으로 헌법에서 규정하는 사유재산(사찰) 침해 보상 Δ 문화재관람료 징수 주체 변경(현재는 사찰) 및 대체 국가보상제도 마련 Δ전통사찰 보존관리업무 문화체육관광부로 일원화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종단 차원에서 공식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부정적 여론에 조계종 "국가가 사실 호도…정부 대책 마련해야"

조계종에 따르면 문화재관람료는 국립공원 내 사찰 23곳에서 징수되고 있다.

관람료 징수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보, 보물, 사적, 명성, 천연기념물 등 문화재와 문화재보호구역 등을 보존·관리하기 위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걷을 수 있는 합법 행위이다.

조계종은 문화재관람료의 53%는 사찰유지비용, 30%는 문화재관리·교육·홍보·인건비, 12%는 종단 운영비, 5%는 승려 교육비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은 부정적이다. 문화재 관람 비희망자들의 반발과 더불어 카드결제가 되지 않는 사찰들에 대한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사찰이 관람료를 걷어 사적으로 사용한다는 의심까지 나오는 상황.

조계종은 부정적인 여론의 책임은 국가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가가 사찰소유 토지를 국립공원에 일방적으로 편입시키면서 사찰의 각종 행위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했다"며 "국립공원이 마치 국가소유의 재산인양 국민들에게 이용하도록 호도함은 물론 입장료 징수의 편의를 위해 문화재관람료와 합동징수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문제를 발생하도록 했다"고 했다.

◇ 문화재관람료 논란, 그 역사는 언제부터

'산적' 소리까지 듣게 한 문화재관람료의 역사는 지난 196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면서 문화재 유지관리를 위해 해인사에서 입장료 징수를 시작했다. 1967년 공원법 제정으로 국립공원 입장료 징수 근거가 마련된 이후 1970년부터는국립공원 입장료와 국립공원 내 사찰들의 문화재관람료를 합동 징수했다.

그러나 문화재관람료는 정부, 사찰, 등산객 모두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분리징수를 시도했던 1997년, 사찰들은 반발했다.

2006년에는 문화재관람료 통합징수는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2007년에는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사찰에서 문화재관람료를 걷게 됐고, 등산객들과 사찰간의 갈등은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문화재관람료 폐지 촉구 청원들도 올라왔다.

◇ 수십 년 묶은 갈등…해결책 없나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관리기관이 환경부, 지자체 등 다양한데다 문제해결을 위해 실무협의체 등도 구성했지만 방안 모색이 쉽지 않았다"며 "논란이 심했던 지리산 천은사의 경우 예산지원 등을 통해 문제가 해결됐지만, 모든 사찰에 이같은 예산을 지원해주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국립공원 방문객들의 민원도 여전하다.

조계종은 "국립공원 전체 면적의 7%는 사찰소유토지, 25.4%는 사유지로, 재산권 침해를 받으면서도 국민을 위해 문화재를 보존하고 사유지를 개방해왔다"며 "정부가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국립공원에 편입된 사찰소유 토지를 해제하고, 일방적인 국립공원 편입과 그에 따른 재산권 규제 문제에 대해서 헌법소원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화재관람료에 대한 (국민들의) 오해를 풀기 위해 안내홍보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갈등해소를 위해 여러 기관이 관여된 문제를 조정하고 총괄하는 국무조정실에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요청이 들어온다면 검토해볼 것"이라면서 "아직 접수된 건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교계 안팎에선 내년 총선 등 정치일정도 감안해 이번 조계종측 요구가 나왔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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