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외국인 노동자, 숙식비 받으니까.." 황교안 발언, 틀렸다

이경태 입력 2019. 6. 2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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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산입범위 포함된 숙식비, 현물일 땐 공제도 가능.. 오히려 실질 임금 삭감 요인

[오마이뉴스 이경태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외국인 노동자에게 동일 임금을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제 이야기의 본질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 과도한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바로잡자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 유성호
 
[검증내용]
"제 이야기의 본질은 외국인 근로자를 차별하자는 게 아니라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바로잡자는 것이었다. 중소기업이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을 감당하기도 힘든데 외국인 근로자에겐 숙식비 등의 다른 비용까지 들어가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주장이다. 자신이 지난 19일 부산 중소·중견기업인들을 만나,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한 것이 없는 외국인들에게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면서 관련 법 개정을 약속한 이유를 위와 같이 설명한 것이다.

즉, 숙식비까지 따로 제공 받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내국인과 같은 최저임금을 보장 받는 건, 불공정하다는 논리다. 이러한 황 대표의 주장은 사실일까.

[사실검증①] 이미 최저임금 산입범위 포함... 현금 아닐 때도 일부 공제 가능

최저임금법은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노동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및 사업장에 적용된다. 이 법에 따르면, 현금으로 지급되는 숙박비와 식비는 이미 최저임금 산입범위 안에 포함돼 있다. 2018년 6월 개정돼 2019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내용이다. 법제처의 국가법령정보센터엔 당시 법 개정의 주요내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현금으로 지급하는 복리후생적 임금은 각각 해당 연도 시간급 최저임금액을 월단위로 환산한 금액의 25%와 7%를 초과하는 부분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되, 연차별로 그 비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하여 2024년 이후에는 모두 포함되도록 함(제6조제4항, 부칙 제2조)"

최저임금법만 살펴보더라도 "외국인 노동자들은 숙식비 등을 따로 지급 받는다"는 황 대표의 발언은 사실과 거리가 있는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 2월부터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을 시행 중이다. 사진은 고용노동부 등의 해당 지침 관련 소개 내용
ⓒ 이경태
 
더욱이, 고용노동부가 2017년 2월부터 시행 중인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에 따르면, 사업주는 현금이 아닌 현물로 외국인 노동자에게 제공되는 숙소와 식사 비용을 임금에서 최소 8%에서 최대 20% 공제할 수 있다.

일부 사업주들이 외국인 노동자에게 열악한 숙소를 제공하면서 노동자의 임금에서 비용을 과도하게 공제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마련된 지침이다. 고용노동부는 구체적인 숙식 정보를 제공하고 해당 노동자의 동의를 얻은 경우 정해진 상한선 이하에서 이 같은 공제를 하도록 안내했다.

[사실검증②] 2018년 최저임금 인상 후 '숙식비 공제'로 실질 임금 삭감 분석도
 
▲ 이주노동자의 컨테이너박스 집 이주노동자가 경기도 여주의 한 버섯농장에서 일하며 열악한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 신지수
 
숙식비 등을 제공받는 외국인 노동자의 실질 임금이 내국인보다 높다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2018년 최저임금 인상 후 숙식비를 이유로 외국인 노동자의 실질 임금이 삭감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주와 인권 연구소'는 지난 3월 <최저보다 낮은-2018 이주노동자 노동조건과 주거환경 실태조사> 제목의 보고서를 펴냈다. 2018년 4월부터 8월까지 전국 22개 이주인권단체 및 노동조합이 외국인 노동자 12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다. 고용노동부의 '외국인 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 시행과 2018년 최저임금 인상 후의 변화를 추적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주 54.4시간)을 고려해 계산한 평균 임금은 일한 시간만큼의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했다. 야간이나 휴일 노동에 대한 가산수당 없이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시간에 대한 연장수당만 적용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최저임금 인상 이후 숙식비 공제하는 사업주가 늘어났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탓에 외국인 노동자에게 주는 숙식비 등에 대한 사업주의 부담이 더 커졌다는 황교안 대표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최저임금 인상 후 달라진 노동조건을 파악하기 위해 2017년부터 일한 외국인 노동자 11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숙식비 공제'는 실질 임금 삭감의 주요 원인이었다.

▲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45.2%) ▲상여금(보너스)이 줄어들거나 없어졌다(36.3%) ▲ 2017년에 내지 않던 숙식비를 내기 시작했다(18.0%) ▲ 시간당 임금이 오르지 않았다(12.7%) ▲ 시간당 임금이 7530원보다 적게 올랐다(9.7%) ▲ 2018년부터 식대를 지급하지 않는다(7.4%) ▲ 2017년에 비해 숙식비가 올랐다(5.4%) ▲ 기타(17.0%) 등 총 8가지 항목에서 숙식비 공제와 관련된 답변은 모두 합쳐 27%에 달했다.

고용노동부의 업무지침과 달리 사업주가 노동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숙식비를 공제하는 경우도 많았다.  해당 조사에서 '숙식비를 먼저 공제하고 남은 임금을 받는다'고 밝힌 외국인 노동자 377명 중 41.6%(157명)이 숙식비 공제 동의 절차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숙식비 공제에 동의하지 않지만 고용주가 시켜서 할 수 없이 서명했다'는 답변도 15.9%(60명)에 달했다.

[검증결과]

 
 
외국인 노동자들은 현금 혹은 현물로 숙식비를 제공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금으로 지급되는 숙식비는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돼 있다. 현물로 지급되는 숙식비의 경우, 고용노동부 업무지침에 의거해 사업주가 최소 8%~20% 임금에서 공제 가능하다. 무엇보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 후 외국인 노동자의 숙식비 문제는 임금 상승 요인이 아니라 실질 임금 삭감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숙식비 등을 따로 지급받기 때문에 내국인과 동일한 임금을 받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황교안 대표의 주장은 사실로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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