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코리아] 孫과 尹의 거짓말.. "내 그럴 줄 알았당께"

김윤덕 문화부장 2019. 6. 22.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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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親與언론 등에 업고 나라를 들썩이게 한 두 女人
거짓말 탄로에도 되레 호통.. 언제쯤 부끄러움을 알까
김윤덕 문화부장

원로 문학평론가 유종호는 "삶의 곡절을 많이 겪었다고 해서 각별한 지혜가 생기는 건 아니다"라고 했지만, 이는 겸양이다. 오랜 세월 삶의 굽이와 바닥에서 길어올린 인생의 지혜는 노년의 '특권'이다. 학력의 높고 낮음도 없다. 초등학교도 못 나온 100세 할머니에게 '역대 대통령 중 누가 가장 좋았냐' 여쭸다가 핀잔을 들었다. "한이불서 자고 일어나는 서방 속도 모르는데 멀리서만 본 대통령 속을 내 어찌 아누." 요즘 대통령 얼굴빛이 어두워 보인다는 말에 동네 어르신의 촌평은 정곡을 찔렀다. "밤을 낮이라 하니 그렇지. 터널의 끝은 보이질 않는데 참모들은 '곧 끝난다'며 현혹하니 빠꾸도 못하고 그저 달리는 수밖에." 근래의 압권은, 목포 만호동에 산다는 칠십 대 김치 상인의 일성이다. 손혜원 의원이 목포 도시재생사업 자료를 받아 가족과 지인에게 건물 21채를 사게 했다는 검찰 발표 직후였다. "내 그럴 줄 알았당께."

그러고 보니 손 의원과 '장자연 사건 유일한 증언자'라는 윤지오씨 사이엔 닮은 점이 많다. 맷집이 우선 장부(丈夫)급이고, 후원금을 쓸어모을 만큼 군중 심리를 쥐락펴락하는 재능을 지녔다. 언론 플레이에도 능하다. 자신과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매체와 손잡고 여론을 뒤흔드는가 하면, 호통과 협박으로 언론을 기죽일 줄도 안다. 막강한 '호위무사'를 대동하는 능력도 비슷하다. 탈당 선언 자리에 손 의원은 여당 원내대표의 호위를 받았고, 윤씨는 국회의원들을 병풍막으로 세우다 못해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하라"는 청와대 지시까지 받아냈다. 두 사람은 현재 '대국민 거짓말'을 했다는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다.

만호동 노(老)상인만큼은 아니지만, 손 의원과 윤씨의 허언(虛言)은 일찌감치 감지됐다. 손 의원의 하청공으로 살다시피 한 나전칠기 장인을 인터뷰한 본지 기사가 파장을 일으키자 '조작이네' '고소하네' 펄펄 뛰던 손 의원 측은, 2시간 인터뷰의 전문(全文)이 있다는 사실에 잠잠해졌다. 창성장 등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에 직원, 지인들을 데리고 빈번히 내려갔다는 보도를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한 것엔 웃음이 났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목포를 오간 사실은 손 의원 측이 직접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올린 기록들이었다.

윤지오의 거짓말은 지상파의 돌려막기식 인터뷰를 통해 예고됐다. 장자연의 타살 가능성을 암시할 때(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리스트에 특이한 이름의 정치인이 있다 운운할 때(CBS '김현정의 뉴스쇼'), 교통사고로 위장한 테러가 있었다며 분노할 때(JTBC '뉴스룸'), 한국 와 마카롱을 처음 먹어본다며 오열할 때(KBS '거리의 만찬') 상식 있는 국민은 그가 가짜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손 의원과 윤씨가 이 프로그램들에 출연할 때부터 "내 그럴 줄 알았다"는 사람도 많다. 공정성이 생명인 지상파에서 권력을 일방으로 편들거나 거짓말을 확산시켜온 대표 방송들인 탓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었다. 목포시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 활성화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고, 윤지오 경호에 막대한 국민세금이 날아갔다. "손혜원은 돈 아닌 문화에 미친 것" "윤지오의 의로운 싸움 지켜줄 것"이라던 여당 의원들은 "우리는 그들을 모른다"며 숨어버렸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은 희생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은 아직도 큰소리치며 주위 사람들을 부끄럽게 한다"고 개탄한 사람은 윤지오를 두 번이나 출연시키며 '눈물'을 닦아준 KBS '오늘밤 김제동'의 진행자 김제동씨다. 지난해 '헌법에세이'란 걸 펴내고 이렇게 썼다. 참,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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