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없는 차세대 두뇌전쟁.. IT 공룡들 'NPU' 정조준

김준엽 기자 2019. 6. 22.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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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AP, 판단·인지 못하지만 NPU는 사람 두뇌처럼 한 번에 여러가지 작업 처리할 수 있어


자동차의 클래스가 어떤 엔진을 장착했는지에 따라 결정되듯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에는 어떤 칩이 들어갔는지가 핵심이다. 그만큼 컴퓨터에 들어가는 중앙처리장치(CPU)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성능에 핵심 요소다. 인공지능(AI)이 미래의 키워드가 되면서 이제는 인간의 두뇌처럼 사물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영역까지 도전하고 있다. 이른바 신경망처리장치(NPU)가 차세대 IT공룡들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PC시장은 수년째 감소하고 있지만 PC에 들어가는 CPU 경쟁은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사실상 독점 지위를 누리던 인텔에 맞서 AMD가 눈부신 선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머큐리 리포트에 따르면 AMD의 올해 1분기 데스크톱용 CPU 점유율은 17.1%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2%보다 4.9% 포인트 증가했다. 벤치마크 사이트 패스마크 소프트웨어는 1분기 AMD의 사용 점유율이 23%, 인텔이 77%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전히 점유율 차이는 크지만 AMD가 인텔의 점유율을 서서히 잠식하는 상황이다.


시장 평가는 점유율 차이 이상으로 AMD에 우호적이다. AMD가 최근 몇 년 사이 기술개발에 매진해온 반면, 인텔은 소극적 행보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AMD는 2014년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한 이후 극적 반전을 했다. AMD의 CPU는 인텔에 비해 성능과 가격 모두 뒤진다는 평가로 외면받아왔다. 하지만 2017년 ‘젠마이크로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라이젠’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가격과 성능 측면에서 모두 인텔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으며 AMD는 반등을 시작했다. 여기에 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 등 콘솔게임에 AMD 프로세서가 탑재되고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클라우드 업체의 서버에도 칩셋을 공급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AMD는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19’에서 차세대 CPU인 3세대 ‘젠2’를 공개하며 미세공정에서 인텔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젠2는 7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지는데, 인텔은 여전히 14나노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컴퓨텍스 2019에서 10나노 공정으로 10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만든다고 밝혔다. 새 공정을 도입해도 AMD에 뒤처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인텔 CPU가 설계 결함으로 ‘멜트다운’ ‘스펙터’ 등 보안에 취약하다는 점도 최근 인텔에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는 이유로 꼽힌다. 반면 AMD는 보안 이슈가 없다.

CPU가 인텔과 AMD의 양강구도라면 스마트폰 AP는 여러 업체가 경쟁하는 춘추전국시대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AP 점유율은 퀄컴이 37%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미디어텍(23%) 애플(14%) 삼성전자(12%) 하이실리콘(10%) 등 순이었다.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하이실리콘) 등 글로벌 빅3 스마트폰 업체가 직접 AP를 설계하기 때문에 한 업체가 독점하는 구조가 나올 수 없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AP를 직접 설계할 수 있는 이유는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의 코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ARM의 코어를 가지고 AP를 설계하는 것도 난도가 높지만 CPU처럼 처음부터 모든 걸 다 스스로 해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AP 제조사들의 눈은 AI를 기반으로 하는 NPU로 옮겨지고 있다. 스마트폰 이후 플랫폼에는 AI가 보편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이미 퀄컴 스냅드래곤 855, 애플 A12 바이오닉, 삼성전자 엑시노스 9820, 화웨이 기린 980 등 주요 AP에는 NPU가 들어가 있다. NPU가 탑재된 스마트폰은 사진을 촬영할 때 최적의 구도를 추천하거나 인물과 배경을 분리하는 ‘보케’ 기능을 더욱 정교하게 사용할 수 있다. NPU가 고도화될수록 할 수 있는 것이 점점 늘어난다.

NPU가 중요한 것은 CPU, AP와 하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CPU, AP는 직렬 연산에 최적화돼 있다. 1초에 수십억번의 계산을 할 수 있어 정해진 작업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뇌처럼 사물을 판단하거나 인지하는 능력은 없다. 반면 NPU는 한 번에 여러 작업을 처리하는 병렬 연산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NPU가 고도화될수록 사람처럼 사물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강화된다는 의미다.

NPU 성능이 향상되면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사용 범위가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다.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데이터센터 등 인간처럼 판단하고 인지해야 하는 업무가 필요한 곳이라면 NPU가 모두 들어갈 수 있다. NPU는 아직 걸음마 단계여서 절대 강자가 없다. 누구나 강자가 될 기회가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독자 NPU를 집중 육성해 ‘반도체 비전 2030’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NPU 개발인력을 2030년까지 지금보다 10배 많은 2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NPU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사람 두뇌 수준의 정보처리와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뉴로모픽(Neuromorphic) 프로세서 기술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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