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식 '기독교 우파' 정치, 중도층 잡을 수 있나

CBS노컷뉴스 김광일 기자 2019. 6. 2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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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현안에 맞춰 정부비판 집중
꾸준한 황교안 전도사, 우파엔 긍정적?
청년 등 중도 외연확장 목소리와 배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현안 및 안보 의원총회에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최근 경제·안보 현안을 중심으로 보수우파 지도자로서의 목소리를 선명하게 내고 있다. 독실한 신앙을 수십년 동안 지켜온 그가 보수성향 기독교(개신교)를 결집하는 데 긍정적이겠지만 지나칠 경우 중도층 외연확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시장주의·안보우선 맥락과 어울려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황 대표의 비판 지점은 최근 경제와 안보 쪽으로 쏠리는 모습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정부여당과 자영업자 사이 틈이 벌어지고 '북한 어선 귀순' 사건으로 안보 불안이 제기되는 상황을 십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당이 그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부터 전통적으로 추구해온 시장 자유주의나 대북 안보 우선주의 등과 맥락을 같이 한다. 동시에 50년 동안 '주일예배를 한 번도 빠진 적 없을 정도로 독실하다'는 그의 기독교적 색채와도 자못 어우러진다.

그의 신앙적 면모는 전통적 지지층, 이른바 '집토끼'에게 소구하는 측면이 있다. 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개신교가 추구하는 자본주의, 청빈, 사랑을 나누는 삶이 보수 정치인으로서 긍정적 포인트가 상당히 있다"고 전했다.

◇ 침례교 전도사, 보수에 매력요소

실제로 황 대표는 개신교 주요 교단 가운데 하나인 침례교(기독교 한국침례회) 교회에서 '전도사'라는 성직을 정식으로 맡고 있다.

50년 전 서울 중구 만리동 시절부터 다니다 목동으로 터를 옮긴 성일교회에 현재도 전도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 전도사 자격은 앞서 사법연수원을 다니던 중 수도침례신학교 야간부에 편입해 1983년 졸업한 덕에 취득할 수 있었다.

검사 시절에는 10여년 동안 매일 저녁 9시에 잠든 뒤 새벽 2시에 일어나 성경 교재를 만드는 작업을 지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1996년부터는 매년 교회 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작고한 모친의 이름을 딴 '전칠례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비교적 꾸준했던 것으로 보이는 신앙적 특성은 그가 정치판에 뛰어든 뒤 '공안 검사'라는 타이틀과 함께 보수성향 기독교인들에게 매력요소가 됐다. 그가 법무부 장관 시절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앞장서자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다윗'이라는 평가까지 나왔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권한대행 퇴임 이후에는 전국 곳곳, 나아가 미국 캘리포니아까지 간증집회를 다니면서 일부 교회에서 '요셉'에 비견하기도 했다. 요셉은 광야에서 고난을 이겨낸 끝에 이집트 총리가 되어 이스라엘 민족을 구한 성경 속 인물이다. 지금의 황 대표가 지지자들로부터 탄핵 사태 이후 수세에 몰린 보수진영을 구원할 적임자라고 언급되는 배경에는 이런 스토리텔링이 한몫 한다.

◇ 브랜드 쇄신해 중도 잡겠다더니

반면 그의 완고한 신앙적 색채가 정치적 성향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기독교 우파' 면모가 과도하게 지속될 경우 외연 확장을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와 배치될 소지가 있다.

당장 사찰 법요식에 참여해 합장을 하지 않았던 게 논란이 돼 불교계 비판을 받았고,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발언으로 혐오나 차별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물론 기독교 내부에서까지 제기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는 "그의 발언은 성서의 가치를 무참히 훼손하고 왜곡하는 기만적 행위이며 투표권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수세로 몰아 정치적 이득 즉, 표를 얻으려는 극우 정치인의 전형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라는 보수교단 연합조직을 중심으로 극우 파시즘적 망언이 잇따르는 것도 황 대표에게는 굴레가 되는 모양새다. 한기총 전광훈 대표회장(사랑제일교회 목사)은 최근 황 대표와의 특수관계를 과시하면서 동시에 색깔론을 내걸고 '빨갱이' 등 원색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황 대표는 아직 전 목사에게 공개적으로 자제를 촉구하거나 그와의 관계에 선을 긋지 않고 있다.

이런 흐름은 당이 올초부터 브랜드 쇄신을 통해 청년·여성과 중도층, 즉 산토끼를 잡겠다고 적극 나섰던 것과는 다소 동떨어진 일로 읽힐 수 있다. 특히 최근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싶다는 입장을 피력한 나경원 원내대표의 입장과도 엇갈리는 모습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황 대표가 정치권에 진출한지 오래되지 않아 각론에서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을 뿐"이라며 "독실한 크리스찬으로서 삶과 우리 지도자로서 역할을 어떤 모양으로 해야될 지 고민중에 있으니 앞으로 다듬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어 황 대표가 사찰 법요식에서 합장을 하지 않은 것이 논란이 된 데 대해서도 "'그런 부분도 배우고 익히겠다'고 불교계에 사과했다. 또 복음성가 가수인 황 대표 아내가 이후 사찰을 돌며 불자들과 대화의 폭을 넓혀가려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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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광일 기자] ogeerap@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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