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에 쌓인 돈 2800억..안전장치 마련은 지지부진

이윤정 기자 2019. 6. 2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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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송금 업체에 고객들이 쓰지 않고 쌓아둔 충전금이 28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돈의 운용·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던 금융당국과 업계의 논의는 좀처럼 속도가 나질 않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고객돈을 안전하게 지킬 장치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송금 업체에 고객들이 쓰지 않고 쌓아둔 충전금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카카오페이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상환잔액 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닥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상환잔액이란 고객이 각 간편결제시스템에 선불로 충전해놓은 금액 중 아직 쓰지 않고 남겨둔 돈을 말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가 되진 않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미상환잔액 규모가 늘어나고 있어 그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각 업체에 쌓인 미상환잔액 규모는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토스·NHN페이코 등 4개 주요 간편결제·송금 업체의 미상환잔액은 279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836억원) 대비 52%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카카오페이의 경우 전년(376억원) 대비 3.5배 늘어난 1299억원을 기록했다. 토스는 378억원에서 558억원으로, NHN페이코는 46억원에서 68억원으로 늘었다. 네이버페이만 1036억원에서 867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페이는 934억83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전년보다 손실폭이 커졌고 토스의 적자 규모도 전년 대비 13.84% 증가한 445억원에 달했다. NHN페이코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34억원가량의 손실을 봤다. 네이버페이는 실적을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페이 관계자는 "(네이버페이는) 이용자들의 쇼핑 등을 위한 플랫폼 서비스이고 수익 극대화를 위한 사업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즉 네이버페이가 영업이익에 보탬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각 업체의 적자가 지속되면 미상환잔액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핀테크 업체들은 최소 자본 규모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 즉 적자가 지속할 경우 자본금을 모두 소진할 수 있고, 이 경우 고객들의 돈도 위험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 시장은 이제 막 성장세를 타고 있어 공격적 투자와 마케팅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각 업체가 적자 규모를 줄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적자가 지속하거나 규모가 확대될 경우 미상환잔액을 또 다른 사업에 활용하거나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등의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간편결제·송금 업체 미상환잔액./조선비즈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따르면 간편결제·송금 업체는 미상환잔액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20% 이상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경영지도 기준이라 강제성이 없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과 업계는 미상환잔액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한편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 중이지만 각 업체의 입장이 달라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각 업체의 규모가 천차만별인 데다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를 내는 협회도 없어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쉽지 않다"며 "게다가 이제 막 커나가는 시장에 섣불리 규제를 강화할 경우 성장세를 제약할 수 있어 고려할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초기 단계다 보니 시장 점유율 확보 등을 위해 흑자로 돌아선다 해도 이를 모두 투자에 쏟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상환잔액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엔 업계 전반적으로 공감하지만, 자기자본비율을 지나치게 높일 경우 이를 준수할 수 있는 업체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편결제·송금 업체 대부분은 미상환잔액을 현금으로 갖고 있거나 은행 예금 등에 넣어 관리하고 있다. 고객이 수시로 입출금하는 만큼 장기 금융상품으로 운용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미상환잔액은 은행 등의 일반 예금에 예치해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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