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봤지!" 8m 작품에서 매달린 아이들..부모는 '박수' [김기자의 현장+]

김경호 2019. 6. 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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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지는 못할망정 부모들이 잘한다고 박수 치고 있어요. 저러다 다치면 어떻게 하려고, 보는 사람이 더 불안합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에 사는 이모(48)씨는 가족과 함께 한강이촌공원을 찾았다.

한강 예술공원은 '한강_예술로 멈춰. 흐르다'를 주제로 예술 작품이 설치됐다.

이 작품은 이촌 한강공원 주차장 바로 옆에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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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총 102억 원 들여 한강공원에 37개 예술 작품 설치 / 일부 작품은 '안전' 논란 / 부모들 보는 앞에서 아이들 작품에서 뛰어내리기도 / 곳곳에 설치된 경고 표지판도 무시
지난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 한강공원에 설치된 8m 스크룰 예술 작품에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다. 작품 주변에는 ‘타고 올라가지 마세요’라는 경고 표지판이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말리지는 못할망정 부모들이 잘한다고 박수 치고 있어요. 저러다 다치면 어떻게 하려고, 보는 사람이 더 불안합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에 사는 이모(48)씨는 가족과 함께 한강이촌공원을 찾았다. 이씨는 예술 작품에서 매달리고 뛰어노는 아이들 보고 깜짝 놀랬다. 높이 8m 되는 스크롤 작품에 아이들이 매달려 있었고 일부 부모는 작품에 매달릴 수 있도록 아이 허리를 잡아 주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애들을 말리지는 못할망정 매달릴 수 있도록 잡아 주면 애들이 뭘 보고 배우겠어요”라며 “위험 안내판도 버젓이 있는데….”라며 혀를 내둘렸다.
 
이탈리아 작가 모토엘라스티코가 만든 ‘스크롤 – 흐르는 이야기’ 작품이 이촌 한강공원에 설치 돼 있다.
 
이 씨 뿐만 아니었다. 한강공원 인근 주민 김모(65)씨도 “주말만 되면 말도 마세요. 사람들로 엄청납니다.”라며 “저기 애들만 올라가지 않아요. 젊은 사람이고 술 먹고 좋다고 올라가는 사람 너무 많아요”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어 “‘한강공원 관리자가 위험하니 올라가시면 안 됩니다’ 라고 해도 사람들이 그때뿐 돌아서면 애들이 매달려 있어요” 라며 “올라가는 애들이나 그걸 보고 좋다고 웃는 부모나 참 걱정됩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세금 102억원을 들여 추진한 ‘한강 예술공원’은 공공 프로젝트 사업으로 진행됐다.
 
 
한강 예술공원은 ‘한강_예술로 멈춰. 흐르다’를 주제로 예술 작품이 설치됐다. 여의도·이촌 한강공원에 시민들이 앉거나 눕고 만져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
 
한강 예술공원 사업은 ‘활기차고’, ‘여유로운’, ‘설레고’, ‘비밀스러운’이라는 한강이 가진 색깔을 세부 주제로 삼아 네 개의 구역을 나눠 설치했다.
 
이촌 공원 24개, 여의도 공원 13개. 국내 30팀, 해외 7팀 등 총 37 작가(팀)가 참여했다. 사업비 102억원 중 조형물 설치에 60억원이 들었고 작품당 평균 2억원 가까이 들었다.
 
‘스크롤 – 흐르는 이야기’ 작품 주변에는 ‘타고 올라가지 마세요’라는 경고 표지판이 눈에 띄는 곳마다 설치 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시는 “직접 앉아 쉬며 체험하는 작품이 많은 만큼 안전상 문제가 없도록 엄격한 사전 검수와 안전성 검사를 거쳐 작품이 완성됐다”고 밝혔다.
 
일부 예술 작품은 ‘안전’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 되는 상황이다. 논란이 된 작품은 이탈리아 작가 모토엘라스티코가 만든 ‘스크롤 – 흐르는 이야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촌 한강공원 주차장 바로 옆에 설치됐다. 작품은 누구나 손쉽게 올라갈 수 있는 구조로 설치됐다.
 
안전성 논란이 계속 제기 되자 한강사업본부는 지난해 ‘스크롤 – 흐르는 이야기’ 작품 주변으로 ‘타고 올라가지 마세요’라는 경고판 설치했다.
 
하지만 ‘타고 올라가지 마세요’라는 경고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사람들이 막무가내로 작품에 올라가 즐기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 한강공원에 설치된 8m 스크룰 예술 작품에 20~30대로 보이는 성인들이 포즈를 취하며 올라가고 있다. 작품 주변에는 ‘타고 올라가지 마세요’라는 경고 표지판이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5년(2012∼2016년)간 놀이터·유원지·놀이공원 등 놀이시설에서 발생한 사고가 2천149건이며, 연중 5월(328건·15%)에 사고 건수가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놀이시설 사고의 56%는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
 
행정안전부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놀이공원, 행사장에선 사소한 부주의도 큰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며 “어린이는 사고 대처 능력이 떨어져 더욱 위험하니 혼잡한 곳일수록 보호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한 바 있다.
 
한강사업본부 한 관계자는 “작품에서 뛰어놀지 못하도록 안내판과 계도는 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만 생각하다 보면 작품과 상반되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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