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심은경의 일본영화 데뷔작, 아베 정권 정면으로 저격

정현목 2019. 6. 2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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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28일 전국 개봉하는 '신문기자'
정권 스캔들 파헤치는 기자로 주연 맡아
실제 일본 기자가 쓴 동명의 저서가 바탕
현 정권 치부 다룬 문제작이란 평가 나와
일본에서 28일 개봉하는 영화 '신문기자' 포스터. 열혈기자가 정권 차원의 어두운 비리를 파헤치는 내용이다. [영화 공식사이트]

온갖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정권 차원의 스캔들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어두운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는 열혈 여기자.
배우 심은경(25)이 일본영화 데뷔작 '신문기자'(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에서 맡은 역할이다. 영화의 모티프는 일본인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초대형 스캔들인 가케학원 사건. 아베 정권이 특정 사학재단에 수의대 신설과 관련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으로, 아직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은경으로선 공교롭게도 아베 정권의 폭주를 겨냥한 사회고발영화로 일본 영화계에 첫발을 들여놓게 됐다.
영화 '신문기자'의 주인공 요시오카 기자(심은경)는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라났다. 조직 내에서 '아웃사이더'지만 집요한 취재능력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영화 공식사이트]
배우 심은경. 최근 일본에서의 활동에 주력해왔다. [중앙포토]

28일 일본 전역에 개봉하는 '신문기자'는 총리 관저가 극비리에 추진하고 있는 의과대학 신설을 취재하는 신문기자와 이를 막아야 하는 총리관저 직속 내각정보조사실 관료의 얘기를 다룬다. 심은경은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신문기자 요시오카 에리카를 맡았다.

영화에는 정권의 비리를 파헤치는 요시오카 기자의 분투와, 이를 저지해야 하는 젊은 엘리트 관료 스기하라(마츠자카 토리)의 고뇌가 서스펜스 형식으로 전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무성 직원인 스기하라가 파견 근무 중인 내각정보조사실은 정권 유지를 위해 정보 조작과 매스컴 공작을 서슴지 않는 부서. 정권에 불리한 정보나 뉴스의 확산을 막는 게 주 임무로 그려진다.

영화 '신문기자'의 주인공 요시오카 기자(심은경)는 정권차원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정권 스캔들을 파헤친다. [영화 공식사이트]
영화 '신문기자'의 젊은 엘리트 관료 스기하라(왼쪽)는 정권에 불리한 정보와 뉴스의 확산을 막아야 하는 임무에 갈등을 느낀다. [영화 공식사이트]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신념과 충돌하는 업무 때문에 스기라하는 갈등에 빠지고, 그런 와중에 자신의 선배이자 비리와 관련된 고위관료가 "나처럼 되지 말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 돌연 자살하는 전개다.
지난주 시사회 이후 일본 언론에서는 사학재단 스캔들을 재점화할 문제작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관련 토론회가 개최되는 등 사회적 관심도 많다. 스캔들과 관련된 담당 관료가 자살하는 등의 내용은 일본 사회를 뒤흔든 실제 스캔들과 상당 부분 겹쳐진다.
심은경이 맡은 요시오카는 도쿄신문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를 모델로 한 인물. 영화의 신문사 장면 또한 도쿄신문에서 촬영됐다. 모치즈키는 기자회견에서 아베 정권이 불편해하는 사안들을 집중적으로, 집요하게 질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베 정권에겐 눈엣가시 같은 언론인이다.
그는 2017년 6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기자회견에서 40분간 23차례의 질문을 쏟아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가케학원 특혜제공 의혹과 아베 총리와 가까운 방송사 간부의 성폭력을 고발한 미투 폭로와 관련한 질문들이었다. 지금도 각종 강연과 심포지엄, 저술 활동을 통해 아베 정권을 비판해오고 있다. 영화는 그가 쓴 동명의 책을 바탕으로 했다.
사학 스캔들은 아베 신조 총리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AP=연합뉴스]
사학스캔들을 둘러싼 재무성의 문서 조작 및 아베 총리 측근의 가케 학원 수의학부 신설 특혜 연루 의혹에 항의하고 있는 일본 시민들. [연합뉴스]

배우 심은경은 주연을 맡은 흥행작 '써니' '수상한 그녀'가 일본에서 리메이크되면서 일본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이번 영화 외에 아직 개봉하지 않은 여러 편의 일본영화를 찍고 연극무대에도 서는 등 일본에서의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일본영화 데뷔작이 아베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는 내용인 만큼 심적 부담도 적지 않을 터. 심은경은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입장으로 정치적 논란과 거리를 두고 있다.
최근 지지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실제 정치는 의식하지 않고 연기했다"고 못 박았다. "저널리즘을 포함한 휴먼스토리로 이 영화를 이해했다"며 "지금의 사회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특별히 그걸 의식하고 연기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 영화는 아베 정권의 폭주 속에 이를 견제해야 할 일본 언론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느냐는 화두와 함께 일본 사회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을 상당히 곤혹스럽게 할 문제작임이 틀림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영화평론가 마에다 유이치는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는 현 정권의 미해결 사건을 영화화한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라며 "사회고발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라 평가를 내놓았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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