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G장비 중국産 발 못붙이게"..노키아·에릭슨 '脫차이나'

송경재 2019. 6. 2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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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부터 공급망까지 배제 검토
"데이터 모으는 '정보'장비 겨냥..아날로그·非정보 부품은 허용"
현실화땐 설비 이전 속도 낼 듯
미국이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설계부터 주요 부품에 이르기까지 국제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방안이 현실화하면 세계 최대 통신시장비 시장인 미국에 납품하는 업체들은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장비를 설계하고 제조해야 한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중국업체들을 5G 사업에서 배제토록 하고 미 통신공급망에 관해 150일간 검토하도록 한데 따른 후속조처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 행정부 관리들은 이를 검토하면서 통신장비 업체들에게 미국에 들어오는 통신탑 전자장비, 라우터, 스위치 등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중국 바깥에서 만들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업체들간 대화는 아직 초기, 비공식 단계이고, 방안이 도출된다고 해도 실행되기까지는 수개월 또는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행정명령은 150일 안에 관련 법률과 규정 제안들을 나열토록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식통들은 또 통신장비 업체들과 미 행정부간 이를 둘러싼 논의는 이번 행정명령 훨씬 이전인 지난해 또는 그 이전부터 시작됐다고 전했다.

또 미 행정부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도 관련 논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에서 만드는 장비들을 자국에서 직접 투자를 통해 만들 수 있는지에 관한 논의다. 다만 이 논의에서는 일부 국가들이 숙련 노동자들이 불충분하거나, 중국만큼 잘 조성된 산업단지가 없다는 단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업계, 아시아 국가들과 진행하는 논의는 어떤 항목들을 중국에서 이동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미 관리들은 통신탑 장비, 라우터, 스위치 등 주변 데이터를 모으는 '정보' 장비가 중국제여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핵심 장비가 아닌 변압기, 장비 보호케이스 등 아날로그, 비정보 부품은 중국산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소프트웨어의 경우는 중국에서 개발된 핵심 소프트웨어는 금지하되 중국에서 개발됐지만 대중에게 공개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허용한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이다.

이같은 계획이 현실화하면 화웨이에 이어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핀란드 노키아, 스웨덴 에릭슨 등의 중국 탈출이 불가피해진다. 이들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제품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리면서 중국 이외 다른 지역으로 시설을 이동하고 있지만 속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연간 2500억달러 규모의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가장 덩치가 큰 미국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 금지에서 나아가 아예 중국을 통신장비 공급망에서 제외시키려 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뿌리 깊은 불신에서 비롯됐다. 사물인터넷(IoT)의 기반이 되는 5G 통신망에서 중국장비가 핵심이 되면 중국의 스파이활동이나 사이버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미국은 중국이 자국내에있는 산업시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2000년 미 의회가 설립한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의 마이클 웨슬은 "주된 국가안보 관심은 중국 기업에 집중돼 있다"면서도 "그러나 중국에서 장비를 생산하는 모든 기업이 (중국 정부의) 회사 인력과 시설 접근 가능성으로 인해 더 큰 취약성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관계만 맞아 떨어지면 손쉽게 해결될 수도 있는 통상문제와 달리 안보 문제는 영구적으로 지속되는 것이어서 오는 28~29일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더라도 해법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미국에 이어 영국과 일본도 독자적으로 통신장비 공급망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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