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원전 '정비사업권' 수주..탈원전 영향 없었다

2019. 6. 2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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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한전KPS컨소시엄·두산중
5년간 바라카 1~4호기 유지·보수
2년여 협상 끝에 계약 체결
현지 운영법인 '나와에너지'
"파트너 선정, 한국 원전정책과 무관"
그래픽_김지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1~4호기 정비 사업권을 한국수력원자력 등 한국 기업들이 2년여 협상 끝에 따냈다. 일부 언론과 자유한국당이 탈원전 정책 때문에 수주가 불발될 위기라고 섣부른 전망을 했던 사업이다. 사업 상대방인 바라카 현지 원전 운영법인은 “정비 파트너 선정 의사결정 과정은 한국의 원전 정책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성윤모 장관과 한국수력원자력 정재훈 사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수원·한전케이피에스(KPS) 컨소시엄과 두산중공업이 나와에너지와 정비서비스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나와에너지는 아랍에미리트 원자력공사(ENEC·에넥)와 한국전력이 82 대 18 지분 비율로 설립한 합작 운영 법인이다. 한수원·한전케이피에스는 경상정비와 계획예방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기 정비서비스 계약(LTMSA)을, 두산중공업은 원자로 등 주기기 전문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비 서비스 계약(MSA)을 체결했다.

계약 형태는 2015년 협상 시작 당시 한국이 기대한 하도급 계약이 아닌, 각 정비물량에 약정한 단가가 적용되는 서비스 공급 계약으로 바뀌었다. 나와에너지는 보도자료를 내어 “아랍에미리트 법률에 따라 연방 원자력규제기관(FANR)으로부터 운영허가를 받을 당사자인 나와에너지가 정비에 책임을 진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재훈 사장도 “아랍에미리트 원자력규제기관이 해외 원전 정비사업 사례를 여럿 연구한 뒤 정비 책임주체는 라이선스 홀더(상업운전 면허 소유기업·나와)여야 한다고 해 계약 형태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아닌 아랍에미리트에 바라카 원전 정비 ‘주도권’과 ‘책임’이 모두 간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10년짜리 계약이 협상 중 5년으로 후퇴해 ‘반쪽 수주’라고 하지만, 한국 정부나 아랍에미리트 어느 쪽도 10년 단위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언급한 적이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10년 단위 계약이 체결될 거란 것은 업계의 기대였을 뿐, 2015년 협상 당시에도 10년을 전제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바라카 원전 정비 계약은 2년여 협상 기간 몇 차례 위기를 겪었다. 2015년 나와와 한전케이피에스가 시작한 협상은 계약 조건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2017년 2월 종료됐다. 나와는 그해 6월 수의계약을 경쟁입찰로 전환했고, 한국 기업들은 영국 두산밥콕과 미국 얼라이언스와 경쟁해야 했다. 정 사장은 “처음 협상 때 정비사업권은 한전케이피에스로 올 것이란 자신감이 내심 있었다가 아랍에미리트가 (자국에 유리한) 대안을 꺼내 들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 장관은 “정비 수주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임종석 UAE 특임외교특보 등이 전방위적으로 지원해 계약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과 달리 막무가내식으로 ‘탈원전 탓에 60년 보장받은 바라카 원전 독점 운영권이 깨질 위기’란 지적이 일었던 것은, 과거 정부의 협상 성과 과대포장과 ‘깜깜이’식 협상으로 인한 불신이 자초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운영권 협상이 처음 일단락된 2016년 정부와 한전은 보도자료를 내어 “60년 운영권이 보장돼 매출 55조원이 기대된다”고 발표했다. 당시 운영권 하위계약인 운영지원(OSSA)사업은 10년 단위로 체결되고 정비계약은 미체결 상태인 것은 공개되지 않았다.

구체적 계약 성과도 없이 지난 정부가 60년 운영권 보장을 홍보한 것을 두고 정 사장은 “제가 (협상 및 계약체결을) 하던 때는 아니었지만, 당시 (정부나 한전이) 기대하던 바를 발표한 것 같다”고 했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바라카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에 ‘유사시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는 것을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월 언론에 공개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나와에너지는 이날 “정비 파트너 선정 의사결정 우선순위는 최고의 정비서비스 지원 역량을 갖춘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었다”며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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