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재용, 오로라 프로젝트 보고받고 '분식회계 플레이어' 역할

조미덥·김원진 기자 2019. 6.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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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검찰 ‘부회장 통화 보고’ 등 삼성에피스 삭제 문건 확보
ㆍ미 바이오젠 부회장과 직접 협상도…적극 관여 단서 판단
ㆍ콜옵션 우려에 2015년 11월 이전부터 지배력 유지 주도
ㆍ합작 때부터 보고 챙겨…박근혜 독대 등 ‘연계 행보’ 수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4년에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재매입 계획을 보고받고, 2015년엔 미국 바이오젠 부회장과 통화해 직접 지분 재매입 계획을 논의한 단서를 검찰이 포착했다. 삼성에피스가 검찰 수사에 대비해 삭제한 ‘부회장 통화 결과 보고’ 등 문건(경향신문 5월22일자 1·3면 보도)을 검찰이 복구하거나 따로 확보해 파악한 것이다.

분식회계 핵심인 지분 재매입 계획을 이 부회장이 보고받았다는 단서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분식회계 과정 전반에 관여했다고 보고 이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삼성 내부 문건에는 고한승 삼성에피스 대표가 2014년 11월 이 부회장에게 보고한 내용이 정리돼 있다. 미국 바이오제약 회사인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삼성에피스를 미국 증권시장인 나스닥에 상장하고, 바이오젠이 삼성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원할 때 미리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권리)을 행사하면 삼성이 바이오젠 취득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계획, 이른바 지분 재매입 계획을 보고했다는 내용이다. 이 부회장이 2015년 6월 미국 현지 바이오젠 본사 부회장과 통화한 내용을 정리한 문건에도 이 부회장이 지분 재매입 계획을 설명하고 논의한 내용이 나온다. 양 기업의 ‘정상회담’을 통해 지분 재매입을 추진한 것이다.

‘오로라 프로젝트’라 불린 지분 재매입 계획은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 주도로 비밀리에 실행됐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에 대비한 프로젝트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게 핵심 사안이었다. 바이오젠은 삼성과 합작으로 삼성에피스를 설립하면서 언제든 콜옵션을 행사해 삼성에피스 주식을 49.9% 수준까지 취득하는 게 가능했다. 삼성은 지배력 유지를 위해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다시 주식을 사들이려고 한 것이다. 삼성에피스는 이 부회장이 삼성의 새로운 주력사업으로 내세운 바이오 계열사였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2014년 지분 재매입 계획을 보고받고, 2015년 바이오젠 부회장과 직접 협상까지 벌인 점에 주목한다. 분식회계 핵심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11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져 삼성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면서 회계 기준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최근 확보한 단서는 2015년 11월 이전부터 이 부회장 주도로 삼성에피스 지분을 다시 사들여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점을 드러낸다.

검찰은 바이오젠 부회장과의 통화를 이 부회장이 콜옵션과 지분 재매입 등 삼성바이오 관련 이슈를 숙지하고 적극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근거로 판단한다. 검찰은 바이오젠과의 합작이 있던 2011~2012년부터 이 부회장이 지속적으로 삼성바이오 관련 이슈를 보고받은 단서들도 확보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세 차례 독대를 하고,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나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해달라고 부탁하는 등 국정농단 수사에서 확인된 이 부회장 행보에서도 범행 동기 등을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2014년 고한승 대표로부터 나스닥 상장 계획을 보고받은 점도 그간 삼성 논리를 깰 주요한 정황으로 본다.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진 뒤 삼성은 2014년까지 콜옵션 부채가 얼마인지 평가할 수 없어 회계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같은 해 콜옵션 평가를 전제로 한 나스닥 상장까지 추진한 게 삼성 측 해명과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조미덥·김원진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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