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LNG ①] 한국이 美 눈치볼 때..日, 북극 LNG 꿰찼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미쓰이물산은 러시아 가스대기업 노바텍이 야말반도에서 추진하는 북극 LNG-2 사업의 지분 10%를 사들이기로 최근 방침을 확정했다. 총 3000억 엔(약 3조2687억원)에 달하는 투자금 중 75%는 일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가 출자한다. JOGMEC이 민간사업을 지원할 때 통상 50% 수준에서 출자하는 것과 비교하면 투자 규모가 매우 높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JOGMEC이 사실상 일본 정부가 콘트롤하는 자원개발기구인 만큼 이번 투자에는 일본 정부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일·러 관계 소식통은 "(오는 28일부터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일·러 정상회담을 갖는 만큼 양측의 최종 투자협정은 늦어도 다음달까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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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 정부에 투자 제안
당초 노바텍은 한국가스공사에도 지분 참여를 타진했다. 2017년 10월 마크 제트바이 노바텍 재무담당 부회장(CFO)이 서울을 찾아 정부 고위 관계자를 만났다. 당시 그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에 북극 LNG 사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권했다”고 밝혔다.
정부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송영길 의원이 북극 LNG 사업 현장을 방문하고 레오니드 미켈슨 노바텍 회장도 수 차례 만났다. 당시 북방위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에 이어 LNG 수입 3대국인 한국 입장에서 북극 LNG 사업 투자 제안은 물량과 가격 측면에서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급기야 지난해 6월엔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북극 LNG 협력 MOU’를 맺었다. 북극 LNG-2 사업 참여가 MOU의 핵심사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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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눈치 보는 사이 일본은 결정
미국은 경쟁자인 천연가스 대국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주로 안보를 무기로 삼고 있다. 일례로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폴란드에 미군 1000명 증파를 결정하는 동시에 미국산 LNG와 F-35 스텔스 전투기 32대 매매계약도 체결했다. 폴란드에는 현재 4000명의 미군이 주둔 중인데, 폴란드 측은 팽창하는 러시아 군사력을 의식해 미국에 증원을 요청해왔다.
미군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선 러시아 사업에 선뜻 뛰어들기 힘들었을 것이란 주장의 배경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일본도 같은 처지란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고 본다.
한 외교 소식통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러간 북방영토 반환 협상 문제를 풀기 위해 러시아와 에너지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들며 트럼프를 직접 설득했을 수 있다”며 “아베 총리가 이란으로 날아가 미국-이란 간 갈등을 중재하면서 사실상 이란산 석유 수입 문제를 풀려고 한 것 역시 그런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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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 수요 급증, 물량·가격은 난제
이런 가운데 LNG 수급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로 다가오고 있다. 당장 2025년을 전후로 1000만t 가까운 천연가스 물량이 비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한해 국내에서 소비된 도시가스 사용량의 약 27%에 해당한다. 천연가스는 현물시장이 발달한 석유와 달리 장기공급계약 위주로 수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일찌감치 대비하지 않으면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국내 정치권에서 불고 있는 에너지 논쟁의 화두도 LNG 가격 문제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구매단가가 LNG는 1kWh당 122.62원으로 원자력(62.18원)의 약 2배, 석탄(83.19)의 약 1.5배 수준으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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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산은 미국산 가격의 절반 밑돌아
전문가들은 최근 수입 물량을 늘리고 있는 미국산 LNG가 중동산이나 러시아산에 비해 태생적으로 비싸다고 지적한다. 미국산 LNG 가격은 지표 가격에 연동되는 데다가 액화비용과 태평양을 횡단하는 운반비용까지 더할 경우 100만 BTU당 8달러 수준으로 치솟는다. 반면 지난 2월 노바텍이 영국 런던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생산하는 북극-2 LNG의 가격은 100만BTU당 3.6달러로 미국산의 절반이 안 된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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