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군에 길 터주는 꼴"..트럼프 '유조선 셀프 경호' 역풍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도 큰 중국 압박
"아덴만처럼 걸프 진출 기회 삼을 수도"
디플로매트 '중국 해군 굴기' 가능성 경고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무역 전쟁과 북핵, 이란제재 등 다양한 의제를 논의하게 된다. 이와 함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다. 미국-이란 갈등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안전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미국이 과연 중국에 ‘유조선 셀프 보호’를 대놓고 요구할 것이냐다.
트럼프는 당시 트윗에서 특히 “중국은 원유의 91%를 호르무즈 해협에서 얻고 있다”고 콕 집었다. 중국과 관세 폭탄까지 주고받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 상선의 안전을 보장해줘야 하느냐는 불만이 배어 나왔다. “중국이 걸프에서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제임스 홈스 미 해군전쟁대학 교수)는 대중 강경파들의 주장을 반영한 발언이다. 경제매체 마켓워치도 “만약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게 되면 미국 군인들이 싸우고 미국 세금이 쓰인다. 정작 우리보다 중동 오일이 절실한 것은 중국인데도 말이다”라고 25일 지적했다.
이런 인식대로라면 중국이 책임 있게 행동하는 방식은 첫째 미국의 보호를 받되 그 보호 비용을 분담하는 것과 둘째 중국이 스스로 유조선을 보호하는 방법이 있다. 첫 번째의 경우 미국이 이미 ‘센티널(Centinel‧보초병)’이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동맹국과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사우디와 UAE 순방 때 이를 설명했고 오는 G20회의에서 아시아 국가들과도 ‘물질적‧금융적 기여’를 논의할 전망이다.
문제는 두 번째다. 걸프만 유조선의 안전 수송을 담보하기 위해 중국이 직접 함대를 파견하는 안이다.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중국은 소말리아 해적이 판치는 아덴만에 인민해방군 해군 함대(PLAN)를 보내 자국 상선을 호위해 왔다. 2008년 12월 처음으로 미사일 구축함 2척과 보급함 1척 등 총 3척으로 구성된 중국 함대가 아덴만 해적 소탕 작전을 위해 출항했다. 중국 함대가 자국 영해를 벗어나 아프리카까지 간 것은 15세기 명나라 원정 이후 600년 만의 일이었다.
이서항 한국해양전략연구소장은 “트럼프의 메시지는 미국이 함대를 보내 ‘항행의 자유’를 보장해주고 있으니 다른 나라들도 기여를 하라는 것”이라면서 “결과적으로 동맹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을 높이라는 압박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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