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군에 길 터주는 꼴"..트럼프 '유조선 셀프 경호' 역풍

강혜란 2019. 6. 2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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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각국이 스스로 유조선 보호해야"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도 큰 중국 압박
"아덴만처럼 걸프 진출 기회 삼을 수도"
디플로매트 '중국 해군 굴기' 가능성 경고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무역 전쟁과 북핵, 이란제재 등 다양한 의제를 논의하게 된다. 이와 함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다. 미국-이란 갈등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안전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미국이 과연 중국에 ‘유조선 셀프 보호’를 대놓고 요구할 것이냐다.

중국 다롄항에 정박 중인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 [로이터=연합뉴스]
이 문제는 지난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각국이 걸프 해상 유조선 수송 보호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표면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일본 등 다른 나라들을 위해 중동 해로를 지켜주고 있다면서 ‘아무런 보상 없이’ 할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당장 일본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25일 관련 질문을 받자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수송은 우리의 에너지 안보에 있어 ‘삶과 죽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당시 트윗에서 특히 “중국은 원유의 91%를 호르무즈 해협에서 얻고 있다”고 콕 집었다. 중국과 관세 폭탄까지 주고받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 상선의 안전을 보장해줘야 하느냐는 불만이 배어 나왔다. “중국이 걸프에서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제임스 홈스 미 해군전쟁대학 교수)는 대중 강경파들의 주장을 반영한 발언이다. 경제매체 마켓워치도 “만약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게 되면 미국 군인들이 싸우고 미국 세금이 쓰인다. 정작 우리보다 중동 오일이 절실한 것은 중국인데도 말이다”라고 25일 지적했다.

이런 인식대로라면 중국이 책임 있게 행동하는 방식은 첫째 미국의 보호를 받되 그 보호 비용을 분담하는 것과 둘째 중국이 스스로 유조선을 보호하는 방법이 있다. 첫 번째의 경우 미국이 이미 ‘센티널(Centinel‧보초병)’이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동맹국과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사우디와 UAE 순방 때 이를 설명했고 오는 G20회의에서 아시아 국가들과도 ‘물질적‧금융적 기여’를 논의할 전망이다.

문제는 두 번째다. 걸프만 유조선의 안전 수송을 담보하기 위해 중국이 직접 함대를 파견하는 안이다.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중국은 소말리아 해적이 판치는 아덴만에 인민해방군 해군 함대(PLAN)를 보내 자국 상선을 호위해 왔다. 2008년 12월 처음으로 미사일 구축함 2척과 보급함 1척 등 총 3척으로 구성된 중국 함대가 아덴만 해적 소탕 작전을 위해 출항했다. 중국 함대가 자국 영해를 벗어나 아프리카까지 간 것은 15세기 명나라 원정 이후 600년 만의 일이었다.

중국 함대 출동에 대해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이 유엔의 요청에 따라 소말리아 해적 소탕에 동참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중국의 해양 굴기와 해군 전력 증강에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중국이 2017년 동아프리카 지부티에 첫 해외 해군기지를 구축함으로써 미국의 우려는 현실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AP=연합뉴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셀프 보호’를 요구하다 오히려 중국 해군의 걸프만 진출 길을 터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보수 외교지 ‘디플로매트’는 25일 “중국은 해적 소탕 등 명분으로 해군력 강화를 정당화해 왔다”면서 “트럼프의 (셀프 보호하라는) 메시지가 중국에서 환영받을 거란 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해군이 인도양, 아덴만, 그리고 페르시안 걸프까지 활동을 확대하라는 초청장으로 여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서항 한국해양전략연구소장은 “트럼프의 메시지는 미국이 함대를 보내 ‘항행의 자유’를 보장해주고 있으니 다른 나라들도 기여를 하라는 것”이라면서 “결과적으로 동맹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을 높이라는 압박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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