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회담 사라지고, 미·일·인도 정상끼리 뭉쳤다

서승욱 2019. 6. 2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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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공조' 표현 일본 정부 브리핑서 빠져
북·중·러 맞선 트럼프-아베 "북한 문제 길게 논의"
미·일, 오사카서 35분간 회담 "유엔 결의 이행"
미·일 정상 '찰떡궁합' 강조 속 무역 놓고 신경전
트럼프 "미일 무역 협상, 큰 거래가 발표될 것"
日 "미·일안보조약 불만,회담에 일절 안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오전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개막에 앞서 회의장인 ‘인텍스 오사카’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28일 오사카 G20정상회의장에서 미일 정상회담이 열리기에 앞서 양 정상이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간은 35분으로 비교적 짧았지만 두 정상의 회담은 4월말 워싱턴, 5월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일때에 이어 석 달 연속 열렸다. '3개월 연속 회담'을 강조해 공고한 미ㆍ일 동맹을 전세계에 과시하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의도다.

일본 정부는 브리핑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 양 정상은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의 중요성을 포함해 양국 입장이 완전히 일치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미·일이 계속 연계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관방 부장관은 "최근 있었던 북·중 정상회담을 포함한 최신 북한 정세를 확인하며, 두 정상이 꽤 오랜 시간동안 면밀하게 입장을 조정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미·일 vs 중·러·북의 구도가 강해지는 상황에서 미·일 양국 정상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는 뜻이다.

미·일 공조와 함께 일본측 브리핑에서 자주 등장했던 '한·미·일 공조'라는 표현은 이번엔 빠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는 회담 모두 발언에서 “‘레이와(令和ㆍ5월1일부터 일본의 새 연호)시대’의 첫 국빈 방문은 일본에게 있어서 역사적인 일”이라며 “짧은 기간동안 이처럼 정상들이 자주 왕래하는 것은 강고한 미ㆍ일 동맹의 징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5월말)일본을 떠나자마자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다”며 “미국의 대표로서, 레이와의 국빈으로 방문해 일왕전하(일본에선 천황)를 만날 수 있어 기뻤다”고 했다.
국빈방문 당시 스모 경기 관전 경험을 떠올리며 “스모 선수와는 싸우지말라고 하는데…정말 (스모를 볼 수 있어서)영광이었다”고 했다.

'찰떡 궁합'이라고 하지만 양 정상이 덕담만 나눈 건 아니다.
28일 오사카 G20정상회의장에서 미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AP=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세계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등 국제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의 해결에 공헌하기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이번 G20에서 내놓고 싶다”며 "미·일의 협력없이 이런 구상은 실현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ㆍ중 무역 마찰 등이 논의될 G20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의 협력을 요청한 것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G20에선 무역 이야기도 나올 것”이라며 미ㆍ일 무역 문제를 언급했다. “미시간, 오하이오,펜실베니아,노스캐롤라이나 등 여러 주에서 일본 기업들이 진출해있고, 특히 자동차 회사들은 엄청난 공장을 지었다. 높이 평가한다"며 "무역, 그리고 군사, 미국의 군사장비를 일본이 구입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양국이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있는 무역 불균형 시정 문제에 대한 의욕을 드러낸 것이다.

오하이오 등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자신의 재선 성공 여부를 가를 핵심 지역들을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러 언급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향해 출발하기 직전 “미국이 공격당하면 일본은 소니 TV를 보며 공격을 구경만 할 수 있다”라며 미ㆍ일 안보조약이 불공정하다는 주장을 폈다.

일본 정부도 잔뜩 긴장하고 있었지만 일본 총리관저는 브리핑에서 "미ㆍ일 안보조약의 개정과 관련된 논의는 회담에서 일절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미·일 안보와 동맹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발언만 나왔다고 했다.

이를 종합할 때 “안보조약을 지렛대로 무역문제에 있어서 일본의 양보를 얻겠다는 것이 트럼프의 의도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단독회담에서 "미·일 무역협상에서 아주 큰 몇가지 거래가 발표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회담에서 양 정상은 긴밀한 협의를 통해 G20정상회의를 성공시키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양국 무역협상이 '윈-윈'의 형태로 조기에 타결되도록 신뢰를 기초로 교섭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28일 오사카 G20정상회의장에서 미국,일본,일본의 세 정상이 회담을 했다 [AP=연합뉴스]
◇한·미·일 대신 미·일·인도 정상회담만= 한ㆍ일회담과 한ㆍ미ㆍ일 정상회의가 열리지 않은 대신 2018년 아르헨티나 G20에 이어 미ㆍ일ㆍ인도 3국의 정상회의는 이번에도 열렸다. 일본이 주도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ㆍ태평양 구상’에 힘을 붙이겠다는 아베 총리의 의향이 반영됐다.

미ㆍ일 정상회담에 이어 곧바로 열린 미·일·인 정상회의 모두에 아베 총리는 “3개국의 파트너십은 지역 안보와 번영의 초석”이라고, 인도의 모디 총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브리핑에서 "3개국의 협력이 인도·태평양지역 번영과 안정을 위해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확인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레벨에서 협력하자고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오사카=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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