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무죄 근거된 '위법 수집 증거', 사법농단 면죄부 될까

CBS노컷뉴스 정다운 기자 입력 2019. 6. 29.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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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위법 수집 증거'에 잇따른 제동
양승태·임종헌 1심 재판부, 위법 압수 문제 일축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판사가 피고인이 되니 눈에 밟히는 문제가 된 것일까.

무리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온 증거를 재판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원이 엄격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법원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아왔지만, 최근 사법농단 사태로 판사들이 대거 수사를 받고 일부는 징계·기소까지 당하면서 관련 문제의식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법원은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서 '범죄 혐의사실'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은 증거물을 판단에서 배제했다. 권 의원이 자신의 고교 동창을 강원랜드 사외이사로 앉히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의혹과 관련한 증거였다.

검찰 측은 "양식에는 '압수·수색·검증을 필요로 하는 사유'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어 압수의 원인이 된 범죄 혐의사실을 반드시 기재할 필요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2018년 3월 산업통상자원부를 압수수색하면서 그 필요 사유로 '산업부 공무원들을 동원한 피의자(권 의원 동창)의 강원랜드 사외이사 채용 정황'만을 간단히 적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압수물은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의 임원 인사업무를 정리한 파일로 당초 압수수색의 목적을 직접 증명하는 증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구체적인 범죄 혐의사실이 없어 '필요 사유'만으로 추론해 봤을 때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로 보기도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범죄 사실과 뚜렷한 연관성이나 압수 목적을 밝히지 않았는데도 포괄적으로 수집한 증거는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권 의원 판결에 이어 지난 27일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는 포괄·초과·별건 압수의 문제점을 일일이 열거하며 검찰의 압수수색 관행을 비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방위사업체 직원 6명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에 관한 판결 후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검찰이 확보한 모든 증거물을 배척하고 피고인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014년 방위사업청 소속 군인들의 뇌물 수사에 나선 검찰이 특정 혐의 관련 정보를 선별하지 않은채 컴퓨터 외장하드와 서류철을 통째로 압수하고 이를 다른 혐의를 밝히는데 썼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압수 수색을 할 때 혐의와 무관한 것까지 전부 압수한 다음 장기간 보관하면서 이를 별건 수사에 활용하는 경우 해당 증거들은 모두 증거 능력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물에 대해 엄격한 판단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수차례 대법원 판례로 나온 바 있다. 그러나 권 의원 판결에 이어 법원이 직접 위법 수집 증거에 대한 보도자료 내고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내부 통신망과 입장자료를 통해 '별건 압수' 문제를 지적하는 등 관심을 집중하는 것은 최근 사법농단 수사와 재판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부장판사는 전날 언론에 입장자료를 내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이메일과 사무실 등에 대해 7차례 압수수색을 당했다"며 "검찰이 압수했던 이메일은 모두 재판부 내부 구성원끼리 심리를 위해 주고받은 것으로 (혐의와 관련 없는) '별건 압수'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실제 재판에서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밝힐 핵심 증거자료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를 압수한 절차와 증거능력에 대해 변호인들은 계속 문제를 제기해 왔다.

우선 임 전 차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심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USB의 증거능력은 인정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그러나 이는 일시로 판단한 것이어서 최종적으로 증거물 관련 입장이 바뀔 수 있는 여지도 남아 있다. 또, 1심에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됐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압수수색 절차나 증거물 판단이 더 엄격해지는 것은 인권 보호 측면에서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국민 입장에서 그 계기가 사법농단 수사·재판으로 보인다면 더욱 반성해야 할 민망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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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다운 기자] jd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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