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경제학도는 왜 전문변호사가 됐나

이지완 기자 2019. 6. 29.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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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재개발·재건축 전문변호사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 /사진제공=김예림 변호사

변호사 2만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 직업이 옛날 같지 않다. 어렵게 변호사가 되더라도 무한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매년 1000여명의 변호사가 새롭게 자격을 취득한다. 이제 변호사도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다. 예전처럼 변호사가 되면 출세가 보장되는 시대가 끝났다는 얘기다.

게다가 보수적인 법조계의 분위기상 젊은 여성 변호사들은 더욱 힘들다고 한다. 대한변협 50년사에 따르면 2015년 6월 기준 여성 변호사는 전체의 약 22%였다. 이후 여성변호사수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의 비중이 높은 게 사실이다.

◆0.3%의 길을 선택한 여성 변호사

최근 강남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30대 여성 변호사를 만났다. 그 주인공은 올해 나이 34세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다. 그는 재개발·재건축 등의 소송을 전문으로 맡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재개발·재건축 전문 변호사는 총 60여명이다. 이는 전체 변호사의 0.3% 수준이라고.

전문 변호사는 전체 변호사의 약 8%만 인정받을 정도로 극소수라고 한다. 당연히 조건은 까다롭다. 법조경력 3년 이상이 기본이며 관련 분야에서 3년간 최소 10건에서 최대 30건의 사건 수임건수를 올려야 자격을 갖출 수 있다. 이런 자격을 갖추고 난 뒤에 대한변호사협회 인증을 받아야 ‘전문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여자 변호사가 주로 활약하는 이혼이나 가사분야가 아니라 조금은 생소한 현장에서 경력을 쌓았다”며 “사건을 해결하다보면 ‘여자 변호사님이시네요’라며 놀라는 의뢰인이 꽤 많다”고 말했다.

그는 왜 남들이 잘 가지 않는 생소한 길을 선택했을까. 변호사도 이젠 무한경쟁시대다. 더욱이 젊은 여성 변호사가 살아남기 위해선 돌파구가 필요했고 그는 남들과 다른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는 길을 선택했다고 한다.

결국 그가 찾은 해법은 일반적이지 않은 전공을 갖는 것이었다. 김 변호사는 “경력이 점차 쌓이면서 흔치 않은 분야, 또 여자 변호사가 드문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으면 나름대로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로펌에 입사해 일종의 도제 시스템 속에서 실무를 배우고 일과 서류 그리고 기록에 치이다보면 특정 분야에서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지만 한계단씩 목표를 향해 올라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 그는 재개발·재건축 전문 변호사 타이틀을 얻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김 변호사는 “전문 변호사가 되고 난 뒤 의뢰인들에게 신뢰도가 쌓이면서 수임건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성이 부각되면서 자연스레 외부활동도 많아졌다. 지방자치단체 법률고문, 의왕시청 도시개발과 소위원회 위원 위촉, 방송활동 등 다방면에서 김 변호사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이끌어주는 변호사가 될래요”

“변호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대학시절 교수님이 저를 이끌어줬기 때문이에요.”

김 변호사는 “학부시절 경제학과 중국어를 전공하던 평범한 학생이었다”며 “대학시절에는 변호사가 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학창시절 보통의 대학생처럼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공부하고 남는 시간에 과외를 하며 생활비 등을 벌었다고 한다. 

어떤 직업을 갖겠다는 똑 부러진 계획도 없었다. 막연히 ‘전공과 관련된 분야에서 취업을 하겠지’라고 생각했다고. 이후 취업 시즌이 다가오고 미래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그때 운명처럼 대학교수의 말 한마디에 인생이 180도 달라졌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평소 마음에 품고 있던 지론이 있는데 ‘사람이 사람을 끌고 그 사람이 다시 새로운 사람을 이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창 취업을 고민하던 시기에 대학 은사인 한 교수로부터 변호사의 길을 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대학에서 인문학을 가르치던 교수님이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준비반을 맡게 됐는데 평소 친분이 있던 저에게 적극적인 권유를 했다”며 “당시 부친의 건강이 좋지 않아 여러모로 걱정이 많던 상황이라 혼란스러웠지만 인문학 교수님은 좋은 변호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언을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교수님의 조언이 변호사가 되는데 결정적이었다”며 “돌이켜보면 늘 인생의 변곡점에서 누군가 이끌어 주는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사주팔자를 자주 보는 편”이라며 “늘 공통적으로 나오는 결과가 인복이 많다는 것”이라며 웃었다.

김 변호사는 자신이 경험한 것처럼 남들에게 길을 열어줄 수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그는 “변호사를 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아직도 법이 어렵다는 것”이라며 “특히 업무분야의 특성상 연세가 있으신 분이 대부분이고 법을 잘 몰라서 손해를 보는 분도 많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방송에서 부동산에 관한 법적 상식을 전달하는 코너를 진행하면서도 최대한 쉽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요즘은 일에 치여 바쁘지만 어려운 법을 쉽게 알리는 일도 하고 싶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언제 여유가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법을 쉽게 알리는 활동을 하고 싶다”며 “또 쉽게 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책도 쓰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8호(2019년 6월25일~7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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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완 기자 lee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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