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천막 사태' 재발 우려..트럼프 떠난 뒤 다시 칠 가능성
경찰, 집시법상 시설물보호 요청 있으면 집회 금지 가능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천막 설치, 계고장 발송과 자진철거 요청, 묵묵부답, 행정대집행, 물리적 충돌, 소모적 비용, 천막 재설치, 고소·고발전….
서울 한복판 광화문광장을 둘러싸고 한 달 넘게 이어진 풍경이다.
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 광화문광장 천막 사태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현재 우리공화당 천막은 청계광장 등으로 '임시 이사'한 상태다.
광화문광장에서 버티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춰 그를 환영한다며 자리를 옮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떠난 이후에는 우리공화당이 굳이 천막을 그곳에 유지할 이유가 없다. 광화문광장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도 천막을 옮기면서 "광화문광장엔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우리공화당이 광화문광장으로 다시 진입하면 소모전과 충돌의 반복이 불가피하다.
광화문광장 관리 기관인 서울시는 지난달 우리공화당이 처음 천막을 칠 때부터 광화문광장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정치적 집회'라며 허가하지 않았다.
통상의 집회는 경찰에 신고하면 열 수 있지만 광화문광장 집회는 서울시의 허가를 받은 다음 관할 종로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우리공화당의 광화문광장 천막은 서울시 허가가 없었으므로 당연히 경찰 신고도 없었다. 서울시가 이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는 이유다.
불법 집회에 대한 서울시의 해법은 사실상 행정대집행뿐이다.
시는 5월 10일 처음 생긴 우리공화당 천막에 줄기차게 '자진철거'를 요청하면서 세 차례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보낸 끝에 지난 25일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용역업체 직원 400명, 시청 직원 500명을 동원한 대규모 행정력 행사였다.
그러나 우리공화당이 곧바로 같은 자리에 다시 천막을 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이에 대해 우리공화당의 행태는 물론 서울시의 미숙한 대처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서울시는 1년 예산 38조원을 쓰는 대형 행정기관임에도 행정대집행 등 사후적 대처를 제외하면 사전에 독자적으로 이를 막을 수단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 '냉가슴'만 앓고 있다.
지난 25일 철거 직후 60명을 광화문광장에 배치해 광장 동태를 파악하려 했지만 결국 천막 재설치를 막지 못한 것은 천막이 차려지기 전에 쓸 수 있는 합법적 수단이나 물리력이 시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시설물보호'를 경찰에 요청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8조에 따르면 '관할 경찰서장'은 관리자가 시설·장소의 보호를 요청하는 경우 집회·시위의 금지·제한을 통고할 수 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경찰서장은 집회·시위에 해산을 명할 수도 있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 '강행규정'은 아니지만, 경찰이 불법 집회를 막고 해산할 법적 근거는 충분한 셈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박원순 시장이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 기거할 때 반대 시위자들이 근처로 찾아오자 '삼양동 숙소 시설물보호'를 요청해 경찰이 주변을 지킨 사례가 있다.
지난달 현대중공업 노조가 주주총회장 건물을 점거했을 때도 사측이 시설물보호와 점거 농성 조합원 퇴거를 경찰에 요청했다.
경찰은 광화문광장의 경우 관리 권한이 서울시에 있는 만큼 시설물보호 요청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태도다.
그러나 '천막 사태'가 길어지면 시민들의 세금이 소모적으로 쓰인다.
우리공화당이 시의 철거 요청이 부당하다며 지난달 14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집행정지 신청 및 행정심판청구를 신청했다가 기각된 것에서 보듯 천막이 새로 생기면 서울시는 행정대집행에 이르는 절차를 다시 밟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지난 25일 행정대집행에 쓴 돈은 2억원이다. 천막 철거 직후 그 자리에 갖다 놓은 대형화분 15개는 개당 400만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정기관의 사후적인 대집행 조치만으로는 불법점거에 대처하는 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불법 설치와 철거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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