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중재자' 너머 '주선자'로..文대통령, 북미 정상에 무대 내준 '신스틸러'

김영환 2019. 6. 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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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30일 오후 3시51분 판문점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남북미 정상이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연'을 자처한 덕이 컸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만남 의사를 표명하고 김 위원장이 여기에 화답하면서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간 상봉 장면이 연출됐지만 한미 정상회담 무대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에게 양보한 문 대통령의 결단이 없었다면 연출이 불가능했던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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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화는 다음에 도모하겠다..북미 간 대화가 중심"
역사상 첫 남북미 회동..트럼프·김정은에 주인공 내준 文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뒤 문재인 대통령 등과 함께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2019년 6월30일 오후 3시51분 판문점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남북미 정상이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연’을 자처한 덕이 컸다. 북미 교착 상태가 4개월 넘도록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번째 방한을 계기로 단번에 매듭을 풀어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부터 조연으로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저도 오늘 판문점에 초대 받았지만 남북 대화는 다음에 다시 또 도모하게 될 것”이라며 “오늘 중심은 북미 간의 대화”라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방문은 오래전부터 예견돼 있었다. 지난 2017년 1차 트럼프 대통령 방한 당시에도 문 대통령은 DMZ에 갔으나 기상 사정으로 막판에 트럼프 대통령이 DMZ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에 맞춰 DMZ 방문을 또 추진했고 결국 성사시켰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이 일정에 대해 “초대를 받았다”는 표현으로 주객을 바꿨다.

판문점으로 가는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인공 자리를 내줬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진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평화를 이뤄낸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길 바란다”고 추어올렸고 미군 장병들을 만나서도 “결단을 내려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 여러분들의 자랑스러운 대통령”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만남 의사를 표명하고 김 위원장이 여기에 화답하면서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간 상봉 장면이 연출됐지만 한미 정상회담 무대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에게 양보한 문 대통령의 결단이 없었다면 연출이 불가능했던 장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DMZ 방문에 대해 “오랫동안 계획됐다(long planned)”고 트윗을 남겼던 만큼 한미, 혹은 남북미가 이번 깜짝 만남을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였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우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북미 대화로 연결시키려는 계기로 활용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비록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무려 53분이나 대화를 나눴던 자유의집에는 성조기와 인공기만이 자리했고 문 대통령 역시 자리를 피해줬지만, 회담이 열렸던 자유의집이 판문점 남측 지역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깜짝 만남에는 문 대통령의 그림자도 녹아있었다. 두 정상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난 뒤 군사분계선 북측으로 넘어가 악수를 나누며 기념 촬영하는 장면은 지난해 4월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의 모습과 꼭 닮았다. 짧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땅을 방문한 첫번째 미국 현역 대통령이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중심은 북미 간의 대화이고 그것이 앞으로 북미 대화로 이어져가는 과정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고 DMZ 남북미 3자 회동의 의의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사실상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김영환 (kyh103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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